선글라스, 피켓, 물통, 읽을 책... 대충 다 챙겨진 것 같다. 옷매무새는? 나쁘지 않다. 옆구리에 붙은 살들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그다지 티가 나지는 않을 거라 자위한다. 이제 나가야지~ 어딜가냐고? 탈핵을 위한 1인 시위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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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 228운동기념공원에서 1인 시위 중인 이형석 대구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사진;이형석 제공] | | |
지난해 3월 11일 후쿠시마에서 원전이 터졌다. 이후 안전하리라 믿었던 한국의 밥상에 올라오는 동식물들에서 직·간접적으로 세슘이 검출되고 있다. 또, 일본의 오염된 바닷물이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한국의 앞바다에서 잡는 해산물들이 방사능에 오염된 먹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파급은 조금씩, 조금씩 우리에게 마수를 뻗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원전은 일본보다 특별히 안전한가? 그렇지도 않다. 가동수명을 넘긴 위험천만한 고리원전이 계속해서 가동되고 있고, 얼마 전 원전의 핵심부품을 싸구려 부품으로 삥땅(?)을 쳤던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이 22명이나 무더기 구속되었다. 게다가 정부는 이런 식으로 지어진 23개 원자력 발전소를 42개까지 늘리겠다고 한다. 더해서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는 고리에서 서울까지 전력을 송전하기 위한 비효율적인 송전로를 위해 765Kv짜리 송전탑들이 설치되고 있다.
765Kv 송전탑은 미국에서 주변 2Km내에 사람이 살 수 없도록 법으로 제한할 정도로 전자파의 폐해가 심하다. 송전탑이 고리에서 서울까지의 모든 송전로 상에 설치되면, 사실상 고리에서 서울까지 폭 4Km짜리 사람이 살아서는 안 되는 죽음의 길이 생기게 된다. 폭 4Km짜리 죽음의 길이다. 상상이나 되는가?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을 위해 그 곳에서 물러날 수도 없다. 막가파식 공사를 막기 위해 지난 1월 16일 밀양의 고 이치우 어르신은 투쟁 중 분신자살을, 경산 청도 각북면의 할머니들은 움직이기도 힘든 몸을 이끌고 처절하게 공사현장을 막아서고 계신다. 아주 처절하게.
너무 비장한 느낌은 싫기에 “이 땅을 제2의 후쿠시마로 만들 수는 없지 않습니까!”, “후쿠시마가 남의 일이 아닙니다”라는 피켓을 옆에 세워두고 선글라스를 쓴 채 준비한 책을 읽는 척하며 나름의 1인 시위를 하고 있노라면, 선글라스의 어두운 유리알 너머로 많은 분이 관심 없는 척 피켓의 문구를 읽고 지나가는 걸 발견하곤 한다. 가끔은 내용에 대해 물어보거나 원전의 안정성과 전기수급문제를 두고 화를 내는 분들과 이야기를 할 때도 있지만 이런 과정 하나하나가 1인 시위의 성과라고 생각하면 너무 자족적인 걸까?
1인 시위를 마치고 사무실에 앉아 땀을 식히며 이러한 회의감과 무력감에 우울해지는 찰나 녹색당 당원에게서 문자가 왔다. 감사하게도 이번 주엔 녹색당 북구당원들이 함께 해주시겠다고 한다. 따로 1인 시위에 참여해달라고 얘기하지도 못했는데 정말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는 다시 스스로를 다독인다. 투쟁현장에 참여하고, 1인 시위를 벌이고, 탈핵에 대한 인식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머리를 짜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탈핵을 위한 대구시민 공동행동이라는 시민 네트워크와 함께 대선까지 매주 수요일 12시에 탈핵을 위한 1인 시위를 하기로 결정하고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 큰 변동이 없다면 대선이 있는 12월까지 계속해서 이어나갈 예정이다. 혹시 관심이 생기거나 함께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형석(010-4494-1408)으로 연락주시기를. 천천히 작은 한걸음이지만 누군가 탈핵을 향한 발걸음에 함께 해주시길 기대해본다. 아무리 먼 길이라도 함께 가는 분이 있다면 그다지 멀게 느껴지진 않을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