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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2년07월21일 04시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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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날] 8090 대중가요 톺아보기 (1)
성적과 학교, 레전드 아이돌의 등장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

[글쓴이 주 : 영화, 드라마, 가요 등 대중문화는 그 시대가 담겨져 있다. 80년, 90년대 태어난 이들이 듣고 자란 대중가요를 톺아 본다. 옛 기억도 새록새록 떠올리기도 하면서. 노래도 첨부 하면 좋겠으나 저작권 문제로...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대부분 들을 수 있다. CD음질로 듣고 싶다면 댓글, 메일 등 어떤 식으로든 뉴스민에 요청하면 도와 주겠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학교 폭력, 자살, 그리고 일제고사. 교육청과 미디어는 일제히 학교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척 한다. 마치 없던 문제가 갑자기 나타난 듯. 좀 멀리 80년대 노래를 한 번 들어보자.

H 에게

난 일등 같은 것은 싫은데,
앉아서 공부만 하는 그런 학생은 싫은데,
난 꿈이 따로 있는데, 난 친구가 필요한데,
이 모든 것은 엄마가 싫어하는 것이지.
난 인간인데, 난 친구를 좋아할 수 있고 헤어짐에 울 수도 있는 사람인데….
나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기라고 하는 분,
항상 나에게 친구와 사귀지 말라는 슬픈 말만 하시는 분….
공부만 해서 행복한 건 아니잖아?
무엇이든지 최선을 다해서 이 사회에 봉사하고,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면
그것이 보람있고 행복한 거잖아?
난 로봇도 아니고 인형도 아니고 돌멩이처럼 감정이 없는 물건이 아니다.
밟히다 밟히다 내 소중한 삶의 인생관이나 가치관까지 밟혀 버릴 땐
난 그 이상 참지 못하고 이렇게 떤다.

▲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1986년, 한 여중생이 자살하며 쓴 유서다. 당시도 여론은 떠들석했고, 89년 이 유서를 바탕으로 한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가 개봉한다. 영화에서 이미연이 맡은 여주인공은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쁜 여고생이다. 지금은 후덕한 아저씨가 된 김보성과 풋풋한 사랑을 나눈다. 이후 이미연은 성적이 7등으로 떨어진다. 이 때문에 부모로부터 압박을 받고 결국 자살한다. 당시 이미연은 이 영화로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자신인연기자상을 수상한다. 이는 영화가 당시 유행하던 하이틴로맨스물과 시대문제를 적절히 버무려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노래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영화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뭘까.

영화와 동명인 노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도 그 무렵 나왔다. 안치환 작사/작곡의 이 노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서 많이 불리었다. 이후 안치환 1+2집 앨범에 록버전으로 수록되기도 했다. 록 편곡이 이루어진 버전 노래는 밝긴 하나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는 주변을 보면 씁쓸해진다. 가사 중 굳이 잘라 낼 부분이 없어 전문을 싣는다.

행복은 그 잘난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매일같이 공부 또 공부 지옥같은 입시전쟁터
어른들의 그 뻔한 얘기 이젠 정말 싫어요
행복과 성적이 정비례하면 우리들의 꿈은 반비례잖아요

행복은 그 잘난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자율학습 또 보충수업 시험 시험 시험 입시전쟁터
세상은 경쟁 공부 대학 출세 명예 돈
서로 서로 사랑 하고 나줘주는 세상은 어디

행복은 그 잘난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내 무거운 책가방속에 무엇이 들었을까
아주 공갈 사회책, 따지기만 하는 수학책,
외우기만 하는 과학책, 국어보다 더 중요한 영어책,
부를게 없는 음악책, 꿈이 없는 국어책

얼마나 더 무거워져야 나는 어른이 되나
얼마나 더 야단맞아야 나는 어른이 되나

행복은 그 잘난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1번 2번 3번 4번 넷 중에서 행복은 몇번
우리들 살고 싶은 사랑 가득한 세상
내 무거운 책가방 속엔 행복은 없고 성적 뿐이죠
행복은 그 잘난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가사 중 성적이 들어간 부분을 '학벌', '자본', '권력'으로 바꿔도 얼추 맞아 떨어진다. '행복과 성적이 정비례하면 우리들의 꿈은 반비례'라는 말에 공감하지 않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교과목에 붙은 미사여구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면 뒤늦게 대책을 제시한다며 탁상공론이 시작된다. 하지만 별반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줄세우기와 경쟁을 '필요악'으로 여기게 만드는 자본주의가 든든히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왼쪽부터 양현석, 서태지, 이주노)

90년대로 한 번 넘어와 보자. 90년대 사정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왜? 워낙 유명한 가수의 노래라 그 시대를 살지 않았어도 다 알 만한 <교실이데아>가 94년에 나왔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3집 앨범 후속곡이다. 노래를 만든 서태지는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를 외친다. 서태지는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사실, 이 노래 가사를 살펴보면 우리의 2012년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다.

'매일 아침 일곱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리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는 일제고사를 위해 강제 보충수업, 0교시 수업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서태지는 '왜 바꾸진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날을 헤멜까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라며 저항(?)을 지시한다. 그 자신이 공교육체계에서 벗어났기 때문일테다.

하지만 모두가 서태지처럼 재능을 가지고 어떤 위치에서 성공을 구가할 수는 없다. 아쉽지만 시대상을 보여주는 정도에서 그친다. 사실, 좋은학교와 좋은직장을 위해 공부하는데는 안정적 일자리와 부를 확보하기 위한 과정으로 기능할 뿐이다. 서태지는 종종 사회문제를 다루거나 저항성을 띤 노래를 만들고는 했다. 하지만 <발해를 꿈꾸며>는 통일을 '소원'이라는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렸고, <컴백홈>은 가족의 유대를 강화하는데 기여했다. 이 때문에 당시 학생운동권 사이에서 서태지의 노래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던 이유가 아닐까.

남자 아이돌, 그리고 학교

서태지가 활동을 중단한 덕분(?)에 대중가요계는 아이돌 그룹에게 패권이 넘어간다. 96년 IMF구제금융 조치 탓이었을까. 당시 등장한 남자 아이돌 그룹은 데뷔곡으로 사회문제, 특히 학교를 주제로 한 노래를 선택한다. 이들이 서태지처럼 직접 노래를 만든 것은 아니기에 당시 시대에 먹힐만한 주제가 학교였을테다. 어려운 경제상황과 억압에 놓인 학생들에게 대리만족의 무언가가 필요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HOT

지금은 다들 30대를 넘긴 HOT는 96년 데뷔곡 <전사의 후예>에서 학교를 노래한다. 전반적 가사의 느낌은 <교실이데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덧붙인 것이 있다면 학교폭력이다. 후렴구 '그들은 날 짓밟았어 하나 남은 꿈도 빼앗아 갔어 너는 너는 끝내 나의 적이 됐고 이젠 나는 너를 포기했어'라고 말하며 '내 인생은 정말로 팍팍해'라고 말한다. 참고로, HOT는 2집에서도 <늑대와 양>, 3집에서도 <열맞춰>를 타이틀곡으로 낸다. 하나의 컨셉이었던 셈이다.

이들이 먹히기 시작했던 것일까, 아니면 학교 문제가 심각해서였을까. 끝까지 HOT에 이은 2인자로 머물렀던 젝스키도 97년 <학원별곡>을 들고 나타난다. <학원별곡>도 '왜? 내가 알고 싶은 사실들을 학교에서 배울 수가 없나? 내가 수학 시간 공부했던 방정식 그게 어떤 도움이 되나?...나는 모르겠다. 알고 싶은 것이 많다'라고 말한다.

▲KBS드라마 <학교>

97년 발표된 언타이틀의 2집 수록곡 <날개>는 조금 다른 모양새를 띤다. 아무래도 대형기획사에서 만든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노래를 만들었기 때문일까. 최근 작곡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유건형이 언타이틀 멤버였다. '나의 앞을 가로막던 수많은 벽돌을 넘도록 간절히도 원하던 내 마음을 하지만 나 이제는 컸어요 나에게도 자그마한 날개가 있어요 날개는 바로 나의 꿈이었어 난 지쳐있지 않겠어 이제는 정말 구속받기 싫은데 천만 다행이야 나에겐 날개가 있으니 하늘을 날 수 있어'라고 노래한다. 당시 학교문제는 대세였던 탓인지 KBS드라마 <학교>의 동명 주제곡도 언타이틀의 노래다.

학교와 청소년은 당시 돈이 되는 소스였다. 청소년들에게 대리만족을 심어주기 위해서 말이다. 이 때문에 HOT와 젝키의 아류도 속속 등장한다. 월드스타 비가 속했었던 그룹 팬클럽도 타이틀곡으로 <구제불능>이라는 노래를 택한다. 시기적으로는 2000년 이지만 '량현량하'라는 그룹도 <학교를 안갔어>를 타이틀곡으로 택했다.

여자 아이돌, 그리고 사랑

90년대 후반 등장한 남자 아이돌 그룹들이 대단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노래를 불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굳이 '남자' 아이돌이라고 강조한 건 이런 류의 노래를 남자 그룹들만 불렀기 때문이다. 동시대 여자아이돌 그룹은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었을까.

▲SES

90년대 후반 여자 아이돌 그룹의 양대산맥은 누가 뭐라해도 'SES'와 '핑클'이었다. SES는 데뷔 때 부터 <I`m your girl>을 노래했고, 핑클은 ' '이것 봐 나를 한 번 쳐다 봐. 나 지금 이쁘다고 말해 봐'를 어필한다. 난 네 꺼야'라고 어필한다. 상대적으로 남자 아이돌은 진취적이고 자기 표현적 노래를 불렀던데 반해, 여자 아이돌은 사랑하는 이에게 종속되겠다고 말하고 있다.

▲핑클

SES는 2집 앨범에서도 제목은 <Dream come true>라는 노래를 발표하지만, '드림 컴 트루, 나를 지켜 줄꺼야 아껴왔던 작은 사랑도'를 말한고 있다. 핑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집도 역시 '항상 나의 곁에 있어줘. 꼭 네게만 모든 걸 맡기고 싶어...하나뿐인 소중한 그 사람 너 뿐이야'라고 노래한다. 밴드를 표방한 한스밴드도 데뷔곡으로 <선생님 사랑해요>를 외친다. 그나마 2000년대를 넘어오면 이은진 이라는 가수가 215만 여고생의 목소리를 노래하는 <215의 외침>을 발표한다.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대형기획사에서 만들어 지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건 큰 문제였다. 학교와 교과서가 강요하는 '성 역할'의 고정보다 대중가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자 그룹과 여자 그룹의 철저한 분리상품화 전략이 90년대 후반 먹혀든 셈이다.

**본문에서 언급된 노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안치환, 1+2집
<교실이데아>, 서태지와 아이들, 3집
<발해를 꿈꾸며>, 서태지와 아이들, 3집
<컴백홈>, 서태지와 아이들, 4집
<시대유감>, 서태지와 아이들, 시대유감 싱글
<전사의 후예>, HOT, 1집
<늑대와 양>, HOT, 2집
<열맞춰>, HOT, 3집
<학원별곡>, 젝스키스, 1집
<날개>, 언타이틀, 2집
<학교>, 언타이틀, 드라마 학교 OST
<구제불능>, 팬클럽, 1집
<학교를 안갔어>, 량현량하, 1집
<I`m your girl>, SES, 1집
<Dream come true>, SES, 2집
<내 남자친구에게>, 핑클, 1집
<영원한 사랑>, 핑클, 2집
<선생님 사랑해요>, 한스밴드, 1집
<215의 외침>, 이은진, 1집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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