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시지노인병원 노조의 파업이 24일째를 맞고 있다. 20일 오후 3시 대구 시청 앞에서 열린 '대구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는 시지노인병원의 한도윤 조합원의 가슴을 치는 발언이 있었다. 10년을 묵묵히 병원에서 일해온 여성 노동자의 피 맺힌 절규는 그 어떤 좋은 기사로도 보여줄 수 없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뉴스민>은 한도윤 조합원의 동의를 얻어 그의 발언 전문을 여기에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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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지노인병원 노조 조합원들이 칼을 차고 시청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 | |
시지노인병원 어르신들을 사랑하는 간병사 노조원 한도윤입니다. 투쟁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투쟁. 먼저 여기 나와 있는 우리는 어르신들한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어르신,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전 잠깐 우리가 병원에서 했던 일들을 얘기하고 싶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여기에 자리한 간병사 조합원들은 거의가 시지노인병원에 속해 있는 정직원입니다. 최저임금도 계산해주지 않는 정직원, 10년 동안 남한 최고의 요양 병원임을 자랑하는 해온 병원의 정직원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을 알고 있는 지인들은 말합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너들처럼 그런 일 하는 사람들 밤에는 잔데매? 조합원 여러분 밤 근무 때 잤습니까? 저녁 7시부터 아침 9시까지 근무 14시간. 그중 새벽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은 우리가 쉴 수 있는 우리의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 조차 편안한 마음으로 쉰 적이 몇 번이나 될까요.
임종 어르신이 계시면 14시간, 그날 밤 근무하는 간병사 전체가 대기입니다. 우리는 단체 간병이고 또 뒷마무리를 해야 하니까요. 임종시간을 정해놨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천사 같은 마음으로 애먹는다고 보호자 분들 주머니에서 현금 막 나옵니다. 사랑하는 내 엄마, 아버지 마지막 검은 대소변 다 닦아 드리는데 어떻게 하면 대가를 지불 할 수 있을까 싶어 애씁니다. 천원짜리 한 장이라도 조합원 여러분 받아본 적 있습니까? 소금 먹은 놈이 물 쓴다고 병원에 먹칠 할까봐 한 번도 우리는 받지 않았습니다. 더러 타 요양원에서는 대가를 지불하기고 하고 받기도 한다는 소문이더라구요. 우리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또 지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니들은 그렇게 근무하면 보호자들이 밑반찬, 참기름 같은 것은 짜다가 갔다 준데매? 조합원 여러분 멸치 한마리라도 받아먹어 본적 있습니까? 어르신 생신이라 같이 갈라먹자고 보호자분이 해온 떡 상자도 되돌려 보냈습니다.
여기에 계시는 분 중에도 우리 병원 간병사들이 어떻게 어르신들을 모시는지 아시는 분도 어쩜 계실 겁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일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안할 수도 있습니다. 제조업처럼 생산량이 표시 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우리 대신 들어온 대체인력들 힘들지 않습니다. 왜냐구요? 할 줄 아는 것이 있어야 힘이 들지요. 일을 모르는데 어떻게 일을 합니까. 지금 시지노인병원에서 하는 꼴이 살림 잘하고 말 잘 듣는 알짜배기 본처 내보내고 돈만 많이 주면 헤헤 거리면 일하는 척 하는 첩을 앉혀 놓은 것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어제 그제가 초복이었습니다. 넉넉한 살림이 아니라 잘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해마다 수박한덩이 정도는 사가지고 찾아뵙는 시어머님...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제 목소리가 원래 이렇지 않았습니다. 목소리도 다 가고, 한 달 꼬박 100만원 받는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처지에 어떻게. 이 싸움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차마 말 할 수 없어서, 가면 목소리도 들려드려야 하는데 어떻게 찾아뵙는단 말입니까. 어머님 응원해 주십시오. 니가 하는 일이라면 정당한 일이라고 항상 잘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우리 어머님은 지금 이런 상황 모르시지만 알게 되신다면 저를 꼭 응원해주실거라 생각합니다. 어머님의 이름을 걸고 이 싸움에서 이기고 복귀할 것입니다.
우리가 시청 앞에서 점심을 먹은지 꽤나 되었습니다. 오늘이 24일째입니다. 몇 번 김범일 대구 시장을 봤습니다. 어제는 전국에서 오신 손님과 점심식사를 하고 나가는지 딱 마주쳤습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외쳤습니다. 시지병원해결해라, 시지병원해결해달라고, 숱하게 부르짖는 우리의 애절한 소리에 김범일 시장은 어떠했습니까.
성경 말씀에 자식이 생선을 달라는데 뱀을 주는 부모가 있겠느냐는 글귀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부모, 우리가 뽑은 대구의 아버지 김범일이 자식들인 우리 대구 시민들에게 어제 한 행동은 정말 말도 아니었습니다. 입술을 깨물고, 이렇게 삿대질을 하던 김범일 시장의 행동은 자식에게 뱀 혓바닥이라도 잘라 먹일 기세였습니다.
우리는 저들처럼 비싸고 기름진 것 먹지 않습니다. 된장, 청국장, 나물 먹으며 힘 키워서 싸워 이겨 복귀하는 그날까지 오늘처럼 여러분들이 함께 도와주신다면 승리의 날짜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나 혼자가 아니기에, 동지가 있고 민주노총 연대가 있어 더욱더 힘이 납니다. 우리는 배울 만큼 배웠습니다. 배우지 못해 이일을 택한 건 절대 아닙니다. 대한민국 엄마들의 이름으로, 아줌마라는 이름으로 간병사, 요양보호사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이 싸움에서 이겨야 합니다. 그날까지 우리 다함께 투쟁합시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