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가 든 일회용 용기를 손에 들고 재잘재잘, 깔깔깔 웃던 학생들이 걷던 길을 멈춰 섰다. 그들 앞으로 ‘의무급식실현, 경쟁교육 중단 (예비)학부모 3보 1배’ 행진대열이 지나갔다. 밀짚모자를 쓰고, 무릎과 팔꿈치에는 보호대를 한 어머니, 아버지들이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 엎드려 절을 하고 있었다. “뭐야, 뭐야, 뭐 하는 거야?” 그 자리에서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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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대구시 학부모들이 의무급실 실현, 경쟁교육 폐지 등을 주장하며 3보 1배에 나섰다. 3보 1배 행진대열을 지켜보는 소녀들 | | |
그리고 잠시 후 학생들은 대열 후미에 합류해 함께 행진을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 건지 종전과 마찬가지로 자기들끼리 재잘재잘, 깔깔깔 웃으며 둥, 둥, 둥 북소리에 맞춰 걷다가 북소리가 멈추면 같이 멈추며 행진대가 목적지로 정한 우동기 대구시 교육감의 자택까지 따랐다. 하굣길의 친구가 행진대열의 학생들을 발견하고 “어!”하고 손가락을 뻗쳐도, 깔깔깔 웃으며 “뭐?”라고 대답하면 그뿐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3보 1배 행진대가 서로 격려할 때 학생들은 누구보다 즐거운 박수와 웃음소리를 행진대에 선사했다. 궁금증이 일었다. 그들은 어른들이 무엇 때문에 이 무더운 여름에 이 고생을 하고 있는지 알고있는 걸까. “의무급식 때문이잖아요. 우리 학교 밥값 내요!”라고 학생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한 학생은 “대구는 정말 너무하다”(사실은 이보다 더 과격한 표현이었다)며 격한 호응을 드러냈다.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은 건지 아이들은 다른 지역에서 의무급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들은 “3보 1배 한 어른들이 정말 대단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우리 엄마한테도 이야기할 거에요”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어른들은 말한다. 아이들은 뭘 모른다고. 심지어 지난 5월 제206회 시의회 본회의에서 시의원의 “(의무급식에 관해)학생들에게 선택권이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우동기 교육감은 “학생들은 미성년자”라고 잘라 대답하며 전형적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미성년자인 아이들은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없으므로 어른의 지도와 교육이 있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사고방식이 그대로 투영된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날 미성년자인 학생들은 어른들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각자의 사고를 통해, 주장과 근거를 가지고 스스로 선택하여 행진대열과 함께했다.
학생들을 보며 생각했다. 어른들이 조금만이라도 아이들처럼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다면 세상은 조금 더 밝아지지 않았을까. 행진대열에 아무렇지않게 합류한 학생들처럼, 그저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면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는 어른들이 많아진다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데 망설임 없는 어른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좀 더 밝아지지 않았을까. '어른'들 말처럼 정말 아이들이 '아이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