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들의 잠
점심시간,
밥 먹고 담배 한 모금 빨고
서둘러 공장 바닥에 널부러지는 시체들
이미 젖어버려 무거워진 작업복의 땀 냄새도 벗고
안전화 깊숙이 자리 잡은 발 냄새도 벗어 둔 채
시체들,
밑으로 흐르는 모든 것들이
그랬던 것처럼 바닥에 달라붙어
뜨거운 바닥을 온몸으로 식힌다
중얼거리기도 하고 코도 골면서
잦아들지 않는 피곤을 잠재우려 애 쓴다
시체들,
그 옆에 나도 신원불상의 시체가 되어
잠시 고단한 등을 눕힌다
한 달 월급과 한 시간의 시급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시체들,
바람 한 점 없는 공장 바닥
까맣게 쌓인 그라인더 가루
귀청을 때리던 함마 소리도
잠시 사라진
고요하나 평화롭진 않은
이 어색한 휴식을 달게 받아 들인다
히말라야 설산의 가족들을 생각하는지
옆으로 누운 파샹의 몸은 젖어 있고
일년 삼백 육십오일
일 속에 있을 때 그래도 행복하다는
아이들 얼굴 떠 올리며
엊그제 일요일도 일을 했다는
병철형님의 얼굴은 어둡기만 하다
길고 긴 노동의 시간 속에
갇혀 살 수 밖에 없는 시체들
이 시체들의 시간은 언제 끝날 수 있을까
깨고 나면 또 다시 되풀이 되는
질기고 질긴 시간
깨어있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시체들
잠깐 잠들어 있다 한들
허락된 안녕이란게 가능할까
짧은 휴식이 끝나는 밸소리와 함께
시체들,
거짓말처럼 벌떡 일어나 일하러 간다
** 축축하게 젖어 있는 작업복이 점점 어깨를 내리 누르는 날들의 연속이다. 언젠가는 이 축축하게 젖은 작업복이 세상을 구원할 거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언제가 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노동 과정 속에서 죽은 노동을 수행하던 노동자들의 죽은 노동이 결국 이 세상을 굴러가게 만들었고, 지금도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죽은 노동의 결과물들이 오롯이 자본에게만 집중 된다는 것 또한 변하지 않았다. 살아 있으되 살아 있지 못하는 노동과 노동자들...그러나 아직도 나는 꿈을 꾼다. 살아 꿈틀되는 산 노동의 시대와 그 시대를 일구어 나갈 노동자들을...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대구 성서공단에서 다시 용접일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의 삶인 노동의 노래를 뉴스민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