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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2년06월22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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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2) 이주노동자는 불쌍한 존재가 아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신경현(시인, 노동자) jinbo73@hanmail.net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점심 시간 작업복 차림으로
사람들은 말없이 밥을 먹었고
어깨에 걸쳐진 피곤을 내려놓고 싶어
잠시 담배 한 모금씩을 내뱉었고
옆 공장 베트남 노동자들은
담벼락 밑에서 숨을 참아가며 떨고 있었고
지나가는 한 마디씩을 건네며
이유도 모른 채 잡혀간
그의 행방을 점쳐 보았고
누군가는 벌금이 얼마나 나올까 걱정을 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양산인가에서 일을 하다
남편과의 해후를 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맞아야 할
그의 아내가 찾아 왔었고
미처 챙기지 못한 전화기와 오십 씨씨 텍트키를 찾으러
그의 친구가 찾아 왔었고
돌아가던 그들의 모습 뒤로
우두커니 내가 서 있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공장은 잘 돌아갔고
그라인더는 무심하게 파편을 튀기며 돌아갔고
밖에서 바람이 부는지 비가 오는지 알지 못했고
내일 아니면 모레
다른 누군가가 잡혀간 그이의 자리에서
익숙한 뒷모습을 한 채 작업 할 것임을
말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고
또 그렇게 지나간 시간은 잊혀 질 것이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어두워져서야 작업복을 벗을 수 밖에 없었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의 무게는 천근만근이었고
돌아가야 할 가난한 집마저 빼앗긴 그의 하루는
낯선 보호소의 차가운 벽 앞에서 저물고 있을 것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일도 그저 해는 떠 오를 것이고
강제로 잡혀간 그이의 하루와 다름없이
내일도 사람들은 죽지 못해 출근을 서두를 것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늘은

▲성서공단4거리 천막농성장

** 성서공단 4거리 초입, 흔히 성서대구은행 4거리 부근이라 불리는 곳에서 성서공단노조를 비롯한 성서지역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중심의 성서공대위가 최저임금 반대와 생활임금 쟁취를 위한 천막농성을 진행중이다. 농성 일주일이 막 지나갈 무렵 성서공단의 어느 공장에 출입국직원들이 무단으로 공장에 들어가 일하고 있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연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연락을 받고 공장에 들어갔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되었고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출입국 직원들의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연행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요즘 진행되고 있는 강제 연행은 그 문제가 도를 지나쳤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각 지역 출입국에 할당량을 지정하고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경찰, 노동부 등의 유관부서가 서로 합동해 이루어지는 이런 단속은 당연히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서 인권이고 뭐고 따지지 않고 이주 노동자들을 단속 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이주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이야기 하는 것은 이들 이주 노동자들이 불쌍해서가 아니다. 이들 이주노동자들이 우리가 보살펴 주어야 할 그 무엇이라는 동정심의 발로도 아니다.

이들 이주노동자들과의 연대는 똑같이 자본에게 착취를 당하는 하나의 노동자로써, 그리고 이들 이주노동자들을 족쇄처럼 묶고 있는 사업장 이동의 제한, 체불임금, 산재등의 문제는 정주 노동자인 한국인 노동자에게도 비켜갈 수 없는 문제이기에 이들과 함께 투쟁하고 연대 하는 것이다. 우리를 불쌍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를 불쌍한 존재로 여기는 사회의 동정과 시혜에 찬 시선들이다. 이주노동자들을 비롯한 전체 노동자들은 결코 불쌍한 존재들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억압을 깨부수고 스스로 해방된 자로써의 힘을 보일 수 있고 또한 이러한 투쟁의 결과로 우리는 우리 스스로 빛나는 소중한 이 세상의 전부가 될 수 있다.

오늘도 전국방방 곡곡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이 분노가 익어가고 있다. 이 분노와 투쟁이 결국 한 시대와 한 세상을 바꿔 나갈 것이다.

신경현(시인, 노동자)

신경현(시인, 노동자) jinbo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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