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당권파가 박원석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특위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난타전을 펼쳤다. 지난 19일 발표한 새로나기 특위 보고서가 우클릭 했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터져 나오자 박원석 의원과 새로나기 특위에 대해 시민운동적 명망가 중심의 언론플레이 활동과 밑바닥 당활동 무경험자라고 규정하며 이를 혁신비대위 활동으로 일반화 했다. 여기에 혁신비대위 비당권파연합 세력의 대표주자로 당대표 후보로 나온 강기갑 선거대책본부 역시 새로나기 특위 보고서와 거리두기를 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박승흡 강기갑 선대본부 대변인은 20일 선본 정례 브리핑에서 “새로나기 특위의 발표는 혁신비대위에 보고된 사안일 뿐 혁신비대위가 승인한 것이 아니고, 차기 지도부에 전달한다는 것이 결정사항이며, 당 안팎의 다양한 의견 가운데 하나로 토론을 위한 초안이 제출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새로나기 특위 안이 의도하지 않게 색깔론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며 “이를 당대표 선거국면에서 역으로 이용하여 강병기후보 측이 조중동 수구세력의 색깔론 공세에 동참하게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지적했다.

혁신비대위 위원장을 맡았던 강기갑 선대본이 거리두기를 하는 이유는 새로나기 특위 보고서에 담긴 주한미군 철수 문제나 재벌 해체론에 대한 재검토 입장이 비당권파 연합을 지지하던 상당수 당원들에게서 역풍으로 불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강병기 당대표 후보 쪽도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대중적 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새로나기 특위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진보정당이 지켜야 할 가치와 원칙이 후퇴되는 것은 단호히 반대한다”며 “보수언론들이 진보의 가치를 훼손시키고 이념논쟁으로 진보정당 죽이기에 나서고 있는 조건에 편승해 논란을 확산시킬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원들의 다양한 토론을 통해 진보의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새로나기 보고서를 겨냥했다.

또한 구당권파를 강하게 비판해 오던 진보신당도 새로나기 보고서가 우경화 하고 있다고 논평을 낸 상황이라 박원석 의원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이상규, “박원석, 당 모르고 시민단체 출신이 시민단체 방식만”

지난 6월 20일 통합진보당 구당권파인 이상규 의원이 주최한 당 정체성 공청회는 이런 흐름을 대변해 박원석 의원과 새로나기 특위 보고서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공청회 사회를 맡은 이상규 의원은 새로나기 특위 보고서 내용을 문제 삼아 “이분들(새로나기 특위)은 당의 역사를 너무 모른다. 박원석 의원 개인의 역사를 여기에 투영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당이 노동가치 중심성과 노동정치를 안했다고 규정해 놓고, 그걸 시민단체 출신인 본인이, 투쟁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구성해 시민단체 방식으로 하자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상규 의원은 이어 “이는 노동에 대해 잘 모른다는 자기 정치의 고백이라고 생각한다”며 “당 전체가 그런 것 (정규직 조직노동 중심인 것)처럼 보고 있는데 제가 당 비정규 특위위원장으로 기륭과 이랜드 투쟁 같이했다. 이 공청회 자리에는 그 투쟁을 함께 하신 분 들이 다 와 계신다. 그분들이 통합진보당 당원들이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이상규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새로나기 특위 보고서의 “민주노총 중심의 조직노동이 기득권층화 되어 있는 현실에서 비정규, 영세노동자, 청년 노동의 문제 등으로 노동계층을 위한 가치를 확장하고 당내 ‘비정규직 특별본부’(가칭) 형태의 상설기구를 설치하고, 예산을 적극적으로 투입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지적한 것이다.

이상규 의원은 “특위 보고서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당원들에 대한 규정, 당원들이 정당에서 어떤 위치와 어떤 권리와 의무 있는지 이 부분에서 저희(구당권파)와 차이가 있다”며 “혁신비대위는 명망가 중심으로 모아서 하려하고, 저희는 칙칙하고 어두워서 그런지 몰라도 이름없는 무명당원들과 뭔가를 한다고 대비가 되는데 원래 이정희 대표가 당대표를 하면서 진보의 모습이 발랄하고 유연하고 화려하기도 한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비꼬았다. 
 
이상규 의원은 이어 “저는 이분들이 실제 당원 활동을 해봤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방자치, 생활 진보정치에 대한 감이 전혀 없다”며 “새로나기 특위 보고서의 투표율 50% 문제는 선거를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치룰 자신조차 없다는 것이다. 당원의 생각을 거의 모르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또한 “자기들이 바라볼 때는 매번 지는 선거나 죽어도 안 되는 선거만 했기 때문”이라며 “저나 김미희 의원은 선수교체가 돼서 땜빵으로 나와서 이기기 힘든 선거를 이겼다. 상층 명망가 중심의 선거가 아닌 밑바닥 선거를 했기 때문이다. 저분들은 밑바닥에서 뛰는 것을 모르는 분들”이라고 덧붙였다.

이상규 의원은 “당원들을 섬기고 당원 한명 한명을 만나 그 속에서 동거동락을 할 줄 모르면 대국민 정치가 되겠느냐”며 “당을 귀족화하고, 명망가 중심으로 하는 순간 당은 민중과 서민에 유리 된다”고 새로나기 특위가 속한 혁신비대위 활동 전반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공청회에 참가한 한 당원은 “새로나기 보고서에 당사업비 지출시 일정이상 금액의 사업을 공모하라는 내용을 혁신안이라고 냈는데 웃음 나왔다”며 “이미 통합 전에도 5천만원 이상은 공모를 했고 통합 이후에도 이렇게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미 하고 있는데도 꼭 해야한다고 보고서에 쓴 의도를 모르겠다. 굳이 해석하자면 과거 민노당과 현재 통합진보당이 큰 규모의 사업도 수의계약을 한다는 뉘앙스와 회계부정 집단으로 몰려는 의도가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이상규 의원은 “(박원석 의원이) 당원 활동은 하지 않고 언론활동만 하다보니 굉장히 위험한 문구를 집어넣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최소한 확인조차 제대로 안한 내용이 나오고 있는 셈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의엽, “새로나기 보고서 놀랍고 충격적...당원 모독”
“쌍용차 투쟁하기도 벅찬데...”

공청회 발제를 맡은 구당권파 이의엽 전 정책위의장도 “새로나기 특위 보고서에는 놀랍고 충격적인 내용이 많다”며 특위 보고서 주요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의엽 전 의장은 “비례대표의 경우 경쟁명부 방식을 폐지하고, 100% 전략명부 방식으로 전면 개선 한다는 내용은 충격적이다”며 “진보정당의 자랑스러운 정체성의 상징이었던 당원에 의한 직접 선출을 공천방식으로 바꿔야한다는 생각은 놀랍다”고 밝혔다.

이의엽 전 의원장은 “이 밑에 깔린 근본 문제의식은 당원 민주주의에 대한 왜곡과 불신이 있다”며 “당원들의 선택을 단지 정파들의 줄 세우기로 왜곡하고 낙인찍은 것이 깔려 있는 것이다. 나를 선택하면 평당원들의 자유선택이고 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정파의 줄 세우기인가. 당원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새로나기 특위는 노동정치 재구성은 없고 언론에는 한미동맹 문제만 부각돼서 나온다”며 “주한미군 철수주장은 2만불 시대 주권국가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 일 수 있는데도 이런 얘기를 이 시점에 새삼스레 왜 하는지 모르겠다. 조중동이 제기한 검증 앞에 우리가 답안지를 써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 전 의장은 북한 3대 세습 문제나 핵무장 등의 문제에 대한 발언을 해야 한다는 새로나기 보고서 내용을 두고도 “통합진보당은 국민 취급도 못 받는 사회적 약자, 노동자, 농민, 중소상인, 청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쌍용차 투쟁하기에도 벅차다”며 “대북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발언하지 않아도 새누리당이 60년 내내 과도할 정도로 했다. 우리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의엽 전 의장은 “국회의원이 13명 있는데 장기투쟁사업장은 몇 곳 인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며 “진보정당 의원이 원내에 들어왔다고 호위호식하며 발 뻗고 편하게 자 본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위 보고서의 재벌해체 공약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 제기에 대해서도 “4.11 총선 전에 심지어 민주당도 1:99 사회라고 했다”며 “우리사회 재벌은 1이 아니고 0.1이다. 0.1의 독점권력 타파하지 않고 어떻게 민주주의가 가능한가. 하다못해 민주당조차 재벌개혁을 하자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언론이 제기도 안했는데 우리 스스로 항복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의엽 전 의장도 특위 보고서에서 민주노총 중심의 조직노동이 기득권층화 되어 있는 현실이라는 진단을 두고 “새로나기 특위가 당 활동을 안 해보신 것 같다고 느낀다”며 “당 활동의 핵심은 선거이며 선거에 출마하면 당연히 조직된 대오를 먼저 챙긴다. 하다못해 향우회나 동문회 명부까지 확보하려고 하는데 조직된 대오를 우선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미조직 노동자를 선거에 조직하는 것은 호남 향우회도 어렵다. 조직된 노동자가 기득권이라는 것은 당 활동이나 선거를 한 번도 안해 본 사람들이다”고 반박했다.

“박원석은 맞장토론 제안도 언론플레이로 한다”

이날 박원석 의원실에서 공특위 보고서 내용에 대한 맞장토론으로 하자는 제안을 두고 날선 신경전이 오가기도 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박원석 의원실의 최철원 보좌관은 “새로나기 특위 보고서를 작성하고 만드는 과정 같이 참여한 사람으로서 당원동지와 이상규 의원님, 이의엽 전 의장님 말씀 들으면서 토론할게 많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난번에 공개적으로 맞장토론을 제안한 바 있는데, 당원의 궁금증을 해소 하고 보고서에 대한 오해와 억측이 발생하지 않도록 토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22일 금요일 10시에 토론을 준비했다. 가능하시면 의원님과 의장님이 맞장토론 자리에 참석할 것을 제안드리고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제안했다.

이상규 의원은 “박원석 의원과 제가 형 동생하는 사이고 평상시도 자주 만나지만, 박 의원은 이 문제와 관련해 저에게 한 번도 제안한 적이 없다. 언론에 먼저 제안했다”며 “박원석 의원실과 제 방이 바로 옆방이다. 더 그런 것은 머리 맞대고 토론을 하자면서 제안은 머리 맞대고는 못한다는 것이다. 언론을 통해서만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규 의원은 “그런데 얼마 전에 한 언론사가 박원석 의원실에 박원석-이상규 맞장토론하자 제안을 했는데 ‘당권파와는 같이 마주 앉을 수 없다’고 거절을 했다”며 “바로 이런 거다. 당원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언론플레이를 자꾸 한다.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상규 의원은 이어 “저렇게까지 와서 제안하는데 맞장토론은 당연히 해야죠. 원래하고 싶었던 건데 제대로 하겠다”면서도 “그렇지만 저에게 와서 이야기 하지도 않은 언론플레이 방식으로 하는 22일 토론회는 당연히 안한다. 그건 예의조차 아니다”며 “박원석 의원이 저에게 직접 와서 ‘형님 언제 했으면 좋겠습니까. 이렇게 저렇게 합시다’ 하면 맞장토론을 아주 맛깔나고 재밌게 모든 당원들이 지켜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사제휴=참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