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인간답게 살아보자”

400여 명 운집해 파업 투쟁 선포식 열어...25일 총파업
뉴스일자: 2012년06월11일 11시00분

▲ "인간답게 살고싶다" 투쟁 선포식에 참석한 한 노동자가 손플랑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까지 그저 지시하는대로 명령하는대로 시키는 것만 하고 살았다. 이렇게 나서서 여러분들 앞에 서니까 너무 떨린다” 나봉수(64)씨의 손에 들린 종이가 파들파들 떨렸다.

나 씨는 18년 전 일당 5만원을 받으며 처음 건설현장에 발을 디뎠다. 환갑을 훌쩍 남긴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대구의 한 건설현장에서 날일을 하고 있다. 18년이 지난 현재 그가 받는 일당은 13만원이다. 18년 동안 2.5배 증가했다. 그는 그동안 상승한 물가가 얼마나 되는지 수치로 설명하진 못했다. 하지만 자식 둘 교육시키고, 생활하는데 빠듯한 임금이라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집사람도 일을 해야 겨우 생활이 되죠. 저축은 거의 못 해요. 굉장히 살기 어렵죠”  나 씨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수차례 ‘굉장히’를 강조했다. ‘굉장히’는 그가 살아오며 느낀 삶의 고달픔을 드러낼 수 있는 최대치의 형용사로 보였다. 올해 환갑을 맞은 그의 부인은 이삿짐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비 안오고, 날씨 좋아서 일을 할 수 있는 달을 기준으로 하면 보통 19일, 20일 일한다. 그렇게 계산하면 월급은 180만원으로 잡는다”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건설 일의 특성상 18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달은 거의 없다. 그마저도 체불되는 일이 잦다. “몇 번을 체불 당했죠. 1년치 못 받은 적도 있고, 6개월치 못 받은 적도 있고 그래요. 그리 되면 굉장히 힘들어요”

나 씨의 사례는 건설노동자들에게 특별하지 않은 사례다. 지난 4월, 대경건설지부에서 건설노동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건설노동자들의 1년 평균 근로일수는 208일, 평균일당은 12만 5천원이었다. 또, 응답자의 14%만이 저축을 하고 있고, 74%가 빚을 진 채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경북건설지부, 총파업 투쟁 선포식...400여명 모여

10일 오후 1시 대구경북 건설노동자들이 대구 국채보상운동공원에 모여 총파업 투쟁 선포식을 열었다. 400여명의 건설노동자들이 모여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구호를 앞세워 총파업 투쟁 승리를 결의했다.

▲ 이길우 대구경북건설지부장

이길우 대구경북건설지부장은 “대구의 폭염 속에서도 먹고 살기 위해서 건설노동자들은 일하고 있다”며 “그런 건설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사는 날을 만들고자 지난 3개월 열심히 뛰어다녔다”고 운을 뗐다.

이 지부장은 “하지만 노력한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실망하진 말자. 앞으로 남은 시간 더 열심히 해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내자”며 “오늘 이 자리는 대경건설지부 조합원들이 모두 신나게 한판 노는 자리로 만들어내도록 하자”고 말했다.

이용대 전국건설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노동자들이 저항하지 않으면 사악하고, 간악한 자본은 노동자들의 내장까지 처먹으려 드는 것이 천민자본주의의 본 모습”이라며 “그동안 우리는 싸우지 않았다. 다 빼앗기고, 도륙되고, 파탄나는데 이제 무엇이 두렵나. 6월 총파업으로 노동자가 살아있음을 보여주자”고 말해 선포식에 참석한 노동자들의 열기를 북돋았다.

백석근 전국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6년 전 이 자리에서 우리가 외쳤던 그 함성. 무엇을 요구했고, 무엇을 지키라고 했는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며 “그해 6월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다. 오늘 우리는 또 다른 역사를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우리는 건설노동자다. 전쟁의 폐허 위에 희망을 짓고 허허벌판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자랑스러운 건설노동자”라며 “그러나 우리들은 오랜시간 높은 노동강도와 저임금으로 신음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우리는 총파업을 선언한다”며 “우리는 우리의 권리 뿐만 아니라 벼랑 끝으로 몰린 모든 노동자 민중을 대표해서 분노하려 한다. 총파업 투쟁에 임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채보상운동 공원에 모인 이들은 한 시간 가량 투쟁선포식을 가진 후 국채보상운동공원에서 칠성동 홈플러스 앞 아파트 건설현장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이들은 건설현장 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가지고 오후 5시 별다른 충돌 없이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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