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삼성의 산재 불승인, 결국 노동자 목숨 앗아

이종란, “삼성과 싸워야 한다는 절망감이 산재신청조차 가로막아”
뉴스일자: 2012년06월04일 18시46분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근무 중 재생불량성빈혈이 발병하여 13년간 투병 생활하던 군산 지역 출신의 윤 모 씨가 6월 2일 밤 10시경 병세가 악화되어 사망하였다. 삼성 직업병 피해자가 사망한 것은 올해만 벌써 네 번째다.

사망 소식이 알려지며, 고인이 모셔진 빈소에는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문상객들의 발이 이어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비롯해 누리망(인터넷)에서도 누리꾼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3일 저녁 현재, 사회 각계각층의 근조화환도 전해지고 있다. 삼성 직업병 노동자들의 가족 모임과 진보신당 홍세화 대표와 전북도당을 비롯해 전태일노동대학 학생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을 비롯해 정당과 정치인들이 화환과 근조휘장을 보내왔다. 특히 민주통합당 장하나 국회의원은 ‘삼성에게 책임을 묻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화환을 보내와 조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 3일 저녁, 소셜네트워크 페이스북의 그룹 '군산사람들의 맑은이야기'에 가입한 시민과 반올림 활동가 20여 명이 장례식장 앞에 모여 추모제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고인의 죽음을 함께 추모하기도 했다. 3일 저녁에는 페이스북의 그룹인 '군산사람들의 맑은이야기'에서 주최한 추모제가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 앞에서 진행했다. 약 2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추모제에서 이들은 '삼성이 진실을 은폐하지 말라'는 내용의 현수막과 촛불을 들며 1시간 가량 추모의 마음을 나눴다.

추모제에 함께 한 시민은 “인터넷을 통해 고인의 소식을 알고 급하게 추모제를 제안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내 조카도 15년 전 삼성전자에 취직했는데 어쩌면 이러한 고통을 겪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일류기업 삼성의 이면을 알게 되었으며, 이러한 소식들을 SNS를 통해서도 계속 알려가겠다"고 했다. 이 모임은 누리망을 통해 군산 지역의 여러 가지 사회 문화 소식을 공유해왔으며 최근에는 군산의 은파난개발 문제에 대해 알리기 위해 소규모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이 추모제에는 삼성일반노조의 김성환 위원장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 활동가들이 함께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 직업병 사망자인 故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는 참여자들에게 은폐된 삼성 산재노동자들에 대해 설명 했다.

▲ 장레식장에는 삼성 직업병 피해가족들과 '반올림'이 고인을 추모하는 내용의 벽보를 붙였다.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윤 모 씨와 어머니가 투병 생활로 힘들어하던 과정에서 2010년 삼성 직업병 피해자인 故 박지연씨의 소식을 접하고 단체로 제보를 해왔다고 전했다.

고인은 입사한지 약 오개월만에 재생불량성빈혈이 발병하여 퇴사를 했으며, 이후 지속적으로 수혈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노무사는 고인이 '일하던 공장에서 화학물질이 묻은 LCD 판넬을 자르다 독성 화학물질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일하면서 병에 걸린 것 같다'고 전했다. 이후 고인은 삼성 직업병 피해자 김지숙씨가 자신과 같은 병인 재생불량성빈혈로 4월 10일에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것에 용기를 얻어 산재 신청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었다.

그러나 5월 들어서 고인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어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며 이후 과다출혈 등 병이 악화되어 인해 눈을 감게 됐다. 이 노무사는 "재생불량성빈혈이 위험한 질병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눈을 감으실지는 몰랐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또 "고인이 없더라도 가족과 협의해 산재 신청을 준비하도록 하겠으며,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인은 81년 4월 출생했으며, 군산의 실업계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에 삼성전자에 입사해 천안LCD공장에서 근무했다. 빈소는 전북 군산시 신관동의 월명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5일 발인 예정이다. (기사제휴=참소리)


이 뉴스클리핑은 http://newsdg.jinbo.net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