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5만 5천원 포기하고 구청 앞에 선 할머니 사연은...

“위탁관리 업체 들어오고 상식적으로 말 안되는 일만”
뉴스일자: 2012년05월25일 02시21분

24일 오전 9시,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10여명이 달서구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법원판결 외면하는 구청은 각성하라”, “주민민원 무시하는 구청장은 사퇴하라” 오전이었지만 햇볕은 이미 뜨겁게 달구어져 있었고, 할머니들은 30분 구호를 외치고, 다시 그만큼 쉬면서 3시간 동안 구청 앞을 지켰다.
 
▲ 24일 오전 9시, 달서구 S아파트 주민들이 달서구청 앞에서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선이(가명, 65살) 할머니는 식당에서 12시간 동안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일한다. 바쁠때는 서서 끼니를 해결할 때도 있다. 이날은 일당 5만 5천원을 포기하고 거리로 나왔다.  할머니는 대뜸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잖아요”라고 말을 내뱉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일은 지난 2월 15일,  자치관리로 전환하면서 계약해지 했던 위탁관리 A업체가 법원의 청구인낙 판결문을 들고 다시 나타나면서 발생했다.
 
달서구의 S아파트 2단지는 지난해부터 아파트 관리 업무를 두고 주민간 진통을 겪고 있다. S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는 지난해 3월 아파트 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난 A업체에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아파트 관리업무를 자치관리형태로 전환했다. 그리고 7명의 자치관리직원을 고용했다. 이선이 할머니는 “옛날 직원들 진짜 고생 많이 했어. 관리비로 사람 사서 해도 되는 일을 땡볕에 직접 나서서 아파트 정원관리 다하고, 보도블록 다 정리하고, 가로등도 고치고... 그런데 지금 직원들은 관리소에 앉아서 얼굴도 안보여”라고 말하며 분노를 삭히지 못했다.
 
불만스러운 일은 그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월 15일 위탁업체가 다시 들어오면서 관리비가 배나 뛰었다. 할머니와 아들 둘이서 사는 집에 난방비만 13만원이 나왔다. 다른 관리비를 다 합치면 20만원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할머니는 “아들도 일하러 가고, 나도 식당에 일하러 나가서 집에 들어오면 11시다. 가스를 그만큼이나 뗄 일이 없다”며 “아들이 도시가스 업체에 전화해서 물어보니까 내가 사는 세대 전체 가스 사용량은 전 달이랑 비슷하다고 했다. 우리집 난방비만 배 이상 오른거다”고 소리 높였다.
 
이상하게 난방비가 오른 세대는 이선이 할머니 뿐이 아니었다. 김순희(가명) 할머니는 “이 아파트서 우리 아저씨랑 둘이서 17년을 살았다. 이렇게 관리비가 많이 나온적이 없었다”고 말을 보탰다. 박옥희(가명, 70살) 할머니도 “내복입고, 추우면 전기장판 조금 뗀 거 밖에 없는데 17만원이나 나왔다”고 밝혔다.
 
더 화가 나는 건 아파트 단지 안에 떠도는 소문이다. “위탁업체 편 들어주고 있는 할머니들은 난방비를 한푼도 내지 않는다고 한다. 어떻게 그러냐고 하면, ‘우리는 불 안 떼’ 그러더라”며 이순이 할머니는 화를 억눌렀다.
 
 
S아파트 2단지는 16, 19평형 서민보급형 아파트로 세대수만 해도 1412세대에 달한다. 차경애 입주자 대표회의 감사는 “옛날에는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들한테 보급하던 국민주택이었다. 가구 세대 대부분이 맞벌이를 하고 사는 서민들이고, 20%정도가 독거노인이나, 노인부부 세대다”고 말했다.
 
매일매일 삶에 치여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아파트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다. 생계를 내팽겨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차경애 감사는 “8시, 9시 되면 아저씨들 퇴근하고 아파트 놀이터에 하나, 둘씩 모인다. 하지만 정작 낮에 이렇게 나와서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은 힘없는 할머니나 아줌마들 뿐”이라고 씁쓸해 했다.
 
S아파트는 지난해부터 위탁업체와 전 입주자 대표 ㅊ 씨의 자질 논란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ㅊ 씨는 지난해 11월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전격 해임되고, 법원에 낸 직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에서도 패소했다. 하지만 ㅊ 씨는 여전히 결과에 승복하지 않은 채 항소를 하고 자신이 대표임을 주장하고 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서로 의견이 다른 주민간 분쟁이 심해서 구청이 크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주민간 대화를 통해서 일이 풀리지 않는 이상 구청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로인해 발생하는 주민들의 피해는 어떻게 하느냐는 물음에 “전 대표가 문제가 있고, 그로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그때 다시 민사소송을 통해 풀어아햐 하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차경애 감사를 비롯한 주민측은 “법원이 전 대표의 해임이 적법하다고 했다. 그에 따라 직무대행 체제를 비롯한 새로운 대표 체제를 이행하려고 해도 구청에서 신고를 받아주지 않는다”며 “구청이 주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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