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를 만나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싸움, 구미KEC지회

”민주노조 없는 노동자들과 함께 싸워야”
뉴스일자: 2012년04월30일 12시03분

지난 2월 24일 구미의 반도체 업체인 KEC는 75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이들은 모두 금속노조KEC지회 조합원이다. 사측은 정리해고 사유로 경영위기를 들었지만,  최근 임원진 임금인상과 산업단지공단에 새로운 투자개발 계획을 제출하기도 해 사측의 주장을 무색케 했다. 민주노조 탄압을 위해 회사가 정리해고를 감행했다는 비판이 이는 이유다.  

4월 22일에는 (주)KEC가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해 관계자를 현금매수해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구미고용노동지청과 회사측이 KEC지회의 제출 자료를 회사와 공유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자본과 국가기관이 합심하여 노조탄압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리해고 철회와 민주노조를 지켜내기 위해 KEC노동자들은 다시 투쟁을 시작했다. 

▲ 김성훈 금속노조 KEC지회 수석부지회장

지난 24일, 구미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그들을 만났다. 조합원들과 중식 선전전을 시작한 김성훈 수석부지회장은 "사실 눈뜨면 겁이난다. 끝이보이지 않는 싸움이지 않나. 하지만 제 시간이면 나와있는 조합원들을 보면 싸워서 이길 수 있겠다는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KEC에 입사해 사내결혼을 했다. 2010년에는 공장점거 투쟁으로 징계해고 당했고, 아내도 2월 75명의 정리해고 명단에 포함됐다. 생계의 어려움과 오랜 싸움에 지쳐있을 법도 했지만 그는 오히려 담담해 보였다. 그는 "노동자들이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투쟁만큼 좋은게 없다. 임금과 복지에만 매달리면 자판기 노조밖에 더 되나. 노조가 자본의 허를 먼저 찔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주노조 운동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장을 다 세워놓고 6개월만 파업을 해봐라. 자본이 쫄지 않겠나. 노동자는 쪽수가 많아서 기본만 잘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말에는 힘이 넘쳤다. KEC지회는 작년 복수노조 설립으로 인원은 줄어들었으나, 최근 신규입사자의 조합 가입이 이어지고 있다. 장기투쟁 사업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김 부지회장은 "애초에 외주화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해고자들이 죽으면 다 죽는다는 생각을 공장안에서도 하고 있다"며 "기업노조로 넘어간 이들도 드러내지 못하지만 우리 싸움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kec지회는 교대시간에 맞춰 삼성, LG, KEC 공장 앞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구미지청 항의방문을 마치고 삼성, LG, KEC 공장 앞에서 KEC투쟁과 금속노조 가입권유 선전전을 진행했다. 공장점거 투쟁으로 노조 활동에 앞장 서게된 이미옥 부지회장은 "민주노조가 없는 삼성과 LG는 대부분이 사내하청 노동자다. 이들과 함께 싸워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빗줄기가 떨어지는 25일 조합원들은 공장 밖 노조 사무실에 모였다. 조를 나눠 피켓을 만드는 조합원들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끝을 속단할 수 없는 투쟁이지만 그들에게는 투쟁의 정당성과 함께 하는 동료가 있었다. 

87년 입사해 89년 민주노조 설립부터 참여한 이성언 회계감사는 "(정치나 투쟁을) 많이 알지 못한다. 인간으로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권리를 위해 싸움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회사를 만들고 이윤을 노동자들에게 나누지 않고 빼돌리려 한 것이 (KEC의) 잘못"이라는 그의 말은 대다수 노동자들이 겪는 현실이다. 이들의 싸움에서 시선을 떼면 안되는 이유다.

▲KEC공장은 용역들이 배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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