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희망버스, 밀양에서 희망을 나누다

”국민이 반대하면 그만 둘 수 있어야 하는거다”
뉴스일자: 2012년04월30일 09시40분

칠순을 넘긴 할머니 10여 명은 밀양 평밭마을 화악산 산중 움막에서 지내고 있다. 765kv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서다. 움막 바로 앞에 멈춰 선 굴삭기는 당장이라도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한국전력의 불굴의 의지다. 할머니들은 평생을 일구어온 땅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였고, 숲은 잘려진 나뭇가지 흔적만 보인다.
 
▲ 평밭마을 할머니들은 3명씩 번갈아 가면서 움막을 지키고 있다. 한국전력의 송전탑 건설 공사를 막기 위해서다.

"살다보니 이런 일도 다 당하고...여기 안 지키면 한전에서 밀어버리기 때문에 교대로 지키고 있다. 국민이 있어야 나라도 있는데 이 놈의 개XX들... 국민이 반대하면 그만 둘 수 있어야 하는거다. (공사 강행하는) 한전 사장 꼬라지 보기 전에는 죽을 수 없다. 느거(너희) 대문간에 송전탑 세우면 난 방 안에라도 세우겠다고 했지만 그건 못하겠단다"  허리도 제대로 피기 힘든 칠순의 할머니는 가슴에 맺힌 한을 뱉어냈다. 
 
▲ 탈핵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할머니는 "와줘서 고맙다. 널리널리 알려달라"고 말했다.

29일 2차 탈핵희망버스 참가자 100여 명은 127번 송전탑 부지를 찾았다. 7년째 한국전력과 싸움을 하고 있는 할머니들의 싸움을 지지하기 위해서다.

병원에서 3달 동안 입원치료를 하고 퇴원하자마자 다시 움막으로 복귀했다는 한 할머니는 가슴에 맺힌 한을 토해냈다. "온다고 욕봤슴다. 어제도 한전 직원 봤는데 잡아서 뽁아 쥐기야 한다. 이제는 등산복 입고, 한전 직원이 아닌 척 지나다닌다. 공사 들어오면 기름병 하나 덮어쓰고 같이 죽어삘란다"는 그의 말에는 70년 세월동안 이 땅과 함께 살아온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희망버스를 함께 타고 온 문규현 신부는 "우리가 같이 아파하고, 같이 힘을 내 싸우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할머니들의 이 싸움이 외롭지 않도록 함께 아파하자"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 공사는 산외·상동·부북·단장 등 4개 면에서 이치우 씨 장례 이후 주민과 한전의 협의 기한인 오는 6월 7일까지는 중단돼 있다.

할머니들을 만나기 전, 참가자들은 '생명의 나무'와 재회했다. 이들은 지난 1차 탈핵 희망버스 때 나무 수십 그루가 잘려나가 밑둥만 남아 있던 129번 송전탑 부지에 영산홍 200여 그루를 심었었다.

▲ 나무가 잘려진 129번 송전탑 부지에서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앉아 '아름다운 것들'을 부르고 있다.

'탈핵'과 '송전탑 건설 반대' 희망을 적은 노란 리본도 그대로였다. 참가자들은 이 생명의 나무와 산 아래 동네를 바라보며 양희은의 '아름다운 것들'을 함께 불렀다.

지난 28일 고리원전에서 시작해 부산 정관과 밀양까지 이틀간 이어진 2차 탈핵희망버스는 탈핵, 송전탑 전면 백지화를 염원하는 문화제로 마무리되었다. 2차 탈핵희망버스는 이렇게 마무리되었지만 이들의 '탈핵'의 소망은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곧이어 3차 탈핵희망버스도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765kv송전탑반대고이치우열사분신대책위는 밀양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를 위한 촛불문화제와 미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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