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취소 눈앞에 둔 진보신당과 녹색당 "반성 그리고 희망"

진보신당 이연재, 녹색당 이형석 대구시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말하는 미래
뉴스일자: 2012년04월12일 20시35분

반MB, 정권심판론 속에 4.11 총선이 끝났다. 새누리당은 152석으로 단독 과반을 차지했고, 언론은 저마다 ‘민주당의 참패’, ‘박근혜의 승리’ 등으로 선거 분석을 하고 있다. 대구경북 27석 모두 새누리당이 승리하자 ‘TK절망론’도 어김없이 언급됐다. 한편,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는 ‘제3당 입지 구축’, ‘절반의 승리’ 등으로 표현했다.
 
대구경북 4.11 19대 총선 결과
 
20개의 정당이 원내진입에 도전했지만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자유선진당만이 원내정당으로 살아남았다. 나머지 16개 정당은 등록 취소 처지에 놓였다. 대구경북은 27석 모두 새누리당이 차지해 제2당은 없다. 청소노동자 김순자 후보와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대표를 내세운 진보신당, 탈핵과 탈토건의 가치를 전면화한 녹색당은 대구경북에서 쉽지 않은 선거를 치러냈다.
 
“야권단일화 대의라고 생각지 않아”
“진보정당운동에 대한 메시지, 반성 통해 큰 그림 다시 그려내야”
 
이번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은 전국적 관심사였다. 경기 군포에서 3선을 지낸 김부겸 민주통합당 의원이 출마했기 때문이다. 총선 결과가 발표 된 이후에도 40% 가량의 득표를 한 김부겸 후보의 선전에 조명이 쏠렸다. 이 지역은 이연재 진보신당 후보가 출마한 곳이기도 하다. 대구경북의 유일한 진보신당 후보, 시장선거와 18대 총선에서 선전하며 10여 년 이상 지역 주민 운동을 만들어 낸 그였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이연재 후보는 3%를 득표하는데 그쳤다. 지난 두 번의 선거 성적보다도 저조하다.
 
▲ 수성주민광장에서 수성갑에 출마했던 이연재 진보신당 후보를 만났다.
12일, 이연재 후보가 활동해온 수성주민광장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총선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김부겸 후보와 대구지역 시민사회 인사들은 그의 용퇴를 압박했다. 김부겸 후보측은 “이연재 후보가 단일화를 기피하고 있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연재 후보의 말은 다르다. “야권단일화가 대의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상대방이 강하니까 적과의 동침이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야권연대에 성실히 임했다. 진보신당이 한 단계 전진할 수 있다면 경선과정을 통해 본선에 참여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시민사회 인사들의 단일화 압박에 대해서는 “한미FTA 매국행위라고 욕하면서 한미FTA, 강정해군기지 찬성하는 김부겸 의원을 지지하는 모순적 행위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책 하나하나는 다를 수 있으나 큰 틀을 진보정당이 양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5월 경 진보신당은 정당등록이 취소된다. 지난 해 민주노동당과의 진보대통합 당시 그는 당 내 통합파였다. 그렇지만, 당 대회 결정을 따라 진보신당에 남았다. 그는 “2%가 쉽지 않다는 것은 돌발상황이 아니었다”면서도 “(지방선거가 있는) 2년 후, 패배가 예상되는 싸움을 할 수는 없다. ‘심판 받았으니 그만하자’도 아니고, ‘도로 진보신당 하면 된다’도 아니다. 통합진보당이 제대로 하면 좋았겠지만, 통진당 하는 모양새도 아니었다. 진보신당에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진보신당은 대구에서 2개 지역의 구의원을 배출하는 등 풀뿌리 정치에서 서서히 힘을 모으고 있었다. 이연재 후보는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지역구의원 3~4석 확보와 장기적으로 구청장 당선까지도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9대 총선 결과로 “확실히 패배했다. 진보정당운동에 대한 메시지인 것 같다. 2년 후 반전을 준비해야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19대 총선에서 대구는 12석 모두 새누리당이 차지했지만 새누리당 몰표는 서서히 바뀌고 있는게 사실이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46.56%, 친박연대가 32.74%를 득표해 사실상 80%에 육박하는 정당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66.48%의 정당득표를 획득하는데 그쳤다. ‘묻지마 새누리당’으로 몰아세우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대안의 부재’다.
 
이연재 후보도 “지역에서 새누리당 독점은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vs 민주당 vs 진보정당 3자 구도로 만들기 위해서는 큰 그림을 그리고 제대로 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열심히 한만큼 된다는 생각은 답이 아니다”며 “지금의 결과에 애써 자족하지 말고 뼈아픈 반성과 전망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10만 명의 의미 잊지 않고
풀뿌리지역생활중심정당이 되겠다”
 
녹색당 역시 약 0.5%의 정당 득표율로 정당등록취소를 예정하고 있다. 녹색당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탈핵’의제 대중화에 기여한 정당으로 이미지를 가지게 됐다. 당원들도 ‘신생정당으로 처음 뛰어든 선거에서 나름 선전했다‘는 분위기였다.
 
▲ 이형석 녹색당 대구시당 공동운영위원장
 
12일, 이형석 녹색당대구시당 공동운영위원장을 경북대에서 만났다. 그는 대학생으로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다. 밝은 얼굴이었다. 그가 꺼낸 첫 이야기도 “선거 끝나고 녹색당 분위기가 좋다. 영양영덕봉화울진에 박혜령 후보가 출마한 것도 탈핵운동의 연장선이었다. 후보가 탈핵대책위 할 때 10명 남짓했던 사람들이 선거를 하면서 늘어났다”는 말했다.
 
기자가 박혜령 후보의 유세현장을 찾았을 때도 분위기가 밝았다. 당원들은 ‘말 걸기도 쉽지 않았던 주민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는데 희망을 찾고 있었다. 이형석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탈핵의제가 확장된 셈이다. 그렇지만 정당해산은 큰 고민이지 않냐는 질문에도 밝게 답했다.
 
“첫 술에 잘되면 그렇지 않겠나. 10만 표나 받았다. 나름 의미있는 숫자다. 6천명의 당원으로 10만 명을 모아냈다. 이제 시작이다. 풀뿌리지역생활중심정당. 구별, 지역별 모임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재창당 과정을 거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 “문제는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풀뿌리 운동을 잘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과의 가치기준 ‘정책연대’는 당연하다는 입장이었지만, 통합에 대해서는 ‘유보’입장을 밝혔다.
 
그는 선거를 거치면서 많이 배웠다고 한다. 선거를 치르며 “서럽구나, 힘들구나, 그렇지만 즐거웠다”고 말했다. 총선 전체 결과를 두고서도 “누가 되든 현실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며 담담함을 보였다.
 
총선은 끝났고, 선거 이후 대권 구도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총선 전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는 “3%의 소금물이 바닷물을 썩지 않게 만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진보정당들의 새로운 모색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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