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진보는 애당초 어렵고, 느리고, 불편한 것”

홍세화 대표, 대구에서 ‘잡담회’ 진행... 90여분간 이어진 ”잡담”
뉴스일자: 2012년04월07일 22시10분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가 대구에 왔다. 서울에서 두 차례 진행된 길거리 콘서트 유세 ‘만사소통’을 대구에도 가지고 왔다. 대구에서는 길거리가 아니라 북카페에서 진행했다.

어수선 했다. 컨셉은 잡담회였다. 40여명의 청중이 모였는데 정리가 되지 않았다. 팟케스트 <나는 친박이다>의 진행자인 남태우 독립영화 감독은 “많은 토론회 사회를 봤지만 이렇게 무질서하고 격식 없는 토론회는 처음이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어수선하게 잡담회는 시작됐다. 이슈는 단연 총선이었다. 홍세화 대표는 진보의 진정한 의미를 짚으며, 승리 보다 값진 패배를 이야기 했다.

▲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가 잡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홍 대표는 "진보는 애당초 어렵고, 느리고, 불편한 것"이라며 당장의 승리보다 미래에 이뤄질 진짜 승리를 희망했다.

1977년, 대구는 광주와 함께 해방구로 거론 되던 도시

홍세화 : 대구에 오면 착잡한 생각이 든다.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으로 같이 활동했던 이재문 선생이나 신향식 선생이 대구분들이었다. 1977년 당시에 어떻게 독재체제를 마감할 것인가를 두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도시해방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도시에서 폭동이랄까, 어떤 방법을 통해서 해방구를 설정하는 과정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었다. 그때 해방구로 가능한 도시로 거론된 곳이 두 곳이었다. 광주와 대구였다. 그때만 해도... 대구는 그런 곳이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대구경북지역의 정치적 지형을 보면 이루 말할 수 없는 비감과 참담함 심정이 든다. 이런 결과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생각해보면, 결국 경제동물로 축소되어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젊은시절부터 욕망에 포획되어 이런 결과를 빚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서 대구에 오면 착잡한 생각이 든다.

▲ 잡담회를 마친 홍세화 대표는 대구 수성구갑에 출마한 이연재 후보 지지유세 일정을 가졌다.

"진보는 애당초 어렵고, 느리고, 불편한 것"

이번 총선에 녹색당, 청년당 같은 지향하는 바가 우리와 다르지 않는 정당이 등장했다. 특히 녹색당은 기세를 타고 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 당 대표가 되면서부터 녹색당의 경우에는 같이 가야 되는 것 아니냐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왔다. 아마 총선이 지나면, 녹색당과는 내적일치를 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본다. 정통적으로 좌파들은 자본주의 체제, 이 약탈적이고 인간소외의 체제가 옳지 않다고 계속 이야기를 해오고 있지 않나. 녹색당의 경우 녹색의 가치가 무얼 이야기 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 때문에 좌파의 가치와 녹색의 가치가 내적으로 일치를 이루면, 자본주의 극복의 전망이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총선을 겪으며 습득하는 경험을 같이 공유하면서 아마 총선 이후 긴밀한 대화와 토론이 있지 않을까 보고 있다.

녹색당, 청년당 등과의 피치 못 할 경쟁을 걱정하는거 안다. 진보에게도 승리의 경험이 중요하다고도 한다. 하지만 진보는 애당초 어렵고, 느리고, 불편한 거다. 진보의 미덕 중 하나가 기다림이다. 또, 제가 생각할 때 중요한 건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다. ‘우리가 싸우고, 저항하는 과정은 싸움과 저항으로 획득한 사회의 모습과 닮아야 한다’고 미국의 사회비평가 나오미 울프가 말했다. 그럼 점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해도 저는 ‘꼭 이긴다’ 보다는 끝없는 패배를 선택한다.

“현실을 바꾸기 위하여 현실의 힘에 귀의한다? 동의할 수 없다”

진보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것에 비판이 많은 거 알고 있다. 두 가지만 이야기를 해보자. 하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하여 현실의 힘에 귀의한다는 거다. 그것에 동의할 수 없다. 이를테면 진보신당에 있었던 노심조 같은 분들이 주장한 것이 그런 것이다. 저는 현실을 바꾸기 위하여 현실적 힘에 귀의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진보라는 것이 현실을 바꾸겠다는 건데, 바로 그 현실에 몸을 싣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진보정치의 현실적 역량이 부족한데 어떻게 할 건가가 했을 때, 하나는 노심조 같은 분들이 취한 태도로 스스로 자기몸을 옮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취약하고 어렵지만 이 자리를 버티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각자의 가치관, 인생관이 선택을 하겠지만 결국 이 자리를 지키면서 여기에서 역량을 키우면서 자신이 할 수 없으면 후배들이 이어받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또 다른 하나는 우리가 의회주의에 갇혀 있어야 하나 하는 문제다. 물론 우리 진보신당도 의회의 중요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나, 거기에만 메어 있지 않다. 의회와 민중의 힘 사이에 균형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의회주의에 매몰될 필요가 없다.

▲ 홍세화 대표가 이연재 후보와 진보신당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날 홍세화 대표는 그를 알아보는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함께 하며, 유세 일정을 마쳤다.

“숫자로 비교하지도, 비교당하지도 말자”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자기 존재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나’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단 한번밖에 오지 않는 자기 삶을 어떻게 형성할 건지에 대한 고민이 없어 보인다. 자기 형성의 자유가 없다. 결국 이 문제도 소유에 매몰되어 있어서 그렇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얼마나 많이 돈을 벌까’ 하는 문제에 매몰되어 있다 보니까 지나친 불균형 상태가 되어버린 거다.

칼릴 지브란이 인간을 숫자로 표현하는 것처럼 참담한 것이 없다고 했다. 유럽에서는 적어도 미성년자에게 석차를 주는 경우는 없다. 그것이 바로 인권에 대한 권리, 기본적인 권리다. 우리나라는 참 안타까운 상황이다. 끊임없이 비교 당할 거다. 몇 평이냐 부터 해서 자가용은 몇 CC냐 까지... 하고 싶은 말은 숫자로 비교하지도 말고, 당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나에게 남아 있는 비교란게 있다면 내가 어제보다 오늘 더 성숙했나. 오늘 보다 내일 더 성숙할 것인가라는 비교 밖에 없다.

▲ 홍세화 대표와 잡담회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9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질문과 답변이 쉼 없이 이어졌다. 당의 존립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어쩌면 저렇게 태연할 수 있을까 싶을만큼 홍세화 대표는 시종일관 시원하게 대답했다.

그가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잡담회에서 그가 한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어제 보다 더 나은 오늘을 살고, 오늘 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기를 희망하는 그에게, 삶 자체가 자유인으로서의 투쟁의 연속일 뿐이었다. “진보는 애당초 어렵고, 느리고, 불편한 것”이라는 그는 이날도 오르고 싶지 않았던 무대에 다시 오르고 있었다.


이 뉴스클리핑은 http://newsdg.jinbo.net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