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진짜 읽어보세요? 치료하시기도 바쁠 텐데, 대구 학생들이 다 쓰는데 어떻게 그걸 다 읽어봐요”(S초 5학년 학생 김 모씨)
“[긴급] 메르스 편지쓰기를 오늘 오후 보고 전에 끝내야 합니다. 편지 쓰기에 참여부탁드립니다”(S초 교직원)
 |
▲대구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메르스 담당 의료진, 확진자, 격리 학생에게 보낸 편지. 이날 해당학반 학생 20여 명이 모두 편지를 썼다. | | |
대구교육청이 메르스 대응 관계자 계기교육을 시행하며 의료계·격리 학생에게 편지를 쓰도록 해 논란이 예상된다. <뉴스민>의 취재결과, 교육청의 안내에 따라 두 개학년이 수업시간 중 편지를 작성한 사례가 나왔다. 학반 당 1~3개의 편지를 작성토록 한 학교도 있었다. 교육청은 “강제 사항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22일 오후 관할 학교에 보낸 공문을 통해 위로 문자 발송·감사 편지 쓰기 횟수 등을 보고토록 했다.
앞서 대구 H중학교 학생 김 모(15)씨는 아버지가 메르스에 감염되자 자가격리되며 이목이 집중됐다. 김 씨의 담임교사와 학생은 18일 김 씨에게 응원 편지를 썼고, <중앙일보>, <경향신문>,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이를 미담사례로 보도했다. 급기야 황교안 총리도 나서 해당 담임교사에게 격려 전화했다.
18일 대구교육청은 관할 학교에 ‘친구 위로하기 운동’을 전개하자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서 대구교육청은 “의료계 관련자 및 119 구급대원 등이 위험을 무릅쓰고 고군분투함에도 (확진자)본인 및 자녀에 대한‘왕따’등으로 고통받는다”며 “학생 계기교육 및 친구 위로하기 운동을 실시하여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대응관계자의 헌신적인 노력에 대한 학교장의 학급·학년별 훈화 ▲자가 격리 및 등교 중지 학생에게 위로 편지·문자보내기를 주문했다.
H중학교의 해당 업무 담당자는 “19일에 가정통신문이나 편지 등을 보내라는 공문을 받고 나서 보고하라는 말도 없었다. 오늘(22일) 갑자기 교육청이 관할 학교 전체에 문자·편지 보낸 실적을 오늘까지 보고하라고 해서 황당하다”며 “계기교육이 아니고 계기교육했다는 실적을 요구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학교는 오늘 부랴부랴 가정통신문을 만들어 아직 인쇄소에 있다. 배부는 내일 되는데 실적 때문에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고 보고했다. 다른 학교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미담 사례를 만들어서 홍보하려는 것 같다. 교육청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J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오전에 3학년 이상 학생에게 희망자에 한해 편지를 쓰라고 연락받았다가 오후에 학반당 한 명씩만 쓰도록 했다”라며 “형식이야 자발적이라지만, 실제로는 편지를 쓰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하달 식으로 편지를 쓰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창원 대구교육청 교육과정과장은 “편지나 문자를 보낸 것은 자율적인 것이다. 강제로 하라는 말은 공문에 없다. 교장이 판단할 사항”이라며 “학교 경영상 동의되면 할 수도 있고, 적게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오후 6시까지 집계된 대구교육청 관할 학생 중 자가격리자는 8명, 등교중지자는 230여 명이다.
이 뉴스클리핑은 http://newsdg.jinbo.net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