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자랑 섬유는 공동묘지가 됐다 (3)

대구시, “그래도 대구는 섬유의 도시가 맞습니다”
뉴스일자: 2015년05월31일 23시09분

아, 섬유의 도시, 미래가 어둡다
밀라노 자매결연? 이탈리아 산업구조 배워야
대구시, “그래도 대구는 섬유의 도시가 맞습니다”
밀라노 프로젝트, 평가는 다를 수 있어
“덕분에 지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
상황에 맞는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과거 대구는 수량이 풍부해, 많은 물을 소모하는 제사업에 유리했다. 기후가 건조하고 강수량이 적어 생사 건조에 유리했고, 낙동강 상류는 양잠에 적합했다. 제사업의 원료인 고치가 경상북도에서 생산됐고, 여성의 노동력을 싼 값에 이용할 수 있었다.

그 시절부터 지금껏, 노동자는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노동자는 최저임금조차 벗어나지 못 하는 동안 대구는 섬유도시가 되었고, 걸출한 기업도 배출했다. 몸집을 불린 기업은 대구를 빠져나갔다. 

그래도 대구는 여전히 섬유도시에 머물러 있다. 장병화 대구시 섬유패션과 사무관은 “밀라노 프로젝트가 잘못됐다고 하는데, 그게 바탕이 돼서 지금 이정도가 된 것이다. 아니면 섬유산업이 몰락했을 지도 모른다. 지금 산업 구조가 많이 바뀌어서 자동차 금속이 강해졌지만, 그래도 아직 대구는 섬유의 도시다.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의류 중심으로 했던 방식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업계의 몫”이라며 “중국이 못 하는걸 해야 한다. 패러다임을 보고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땅히 주력산업으로 내세울 것이 없는 대구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적으로도 사양 산업으로 접어든 섬유산업이, 여전히 대구시 제조업 중 자동차 산업 다음으로 두 번째에 자리 잡고 있다. 2011년 기준 대구시의 제조업은 3,238개인데, 섬유업체가 758개로 23.4%를 차지하고 있다. 수출액(2012년)의 경우 총 6,983백만 달러 중 1,283백만 달러(18.4%)를 차지한다. 

섬유산업을 쉽게 내팽개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밀라노 프로젝트’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대구시가 나서기도 어려운 판국이다. 섬유산업계가 맞닥뜨린 문제는, 생산 비용의 측면에서 절대 중국과 경쟁할 수 없으면서도 연구, 개발, 인재에 대한 투자도 체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2007년 기준, 중국과 한국의 시간당 임금은 각각 0.6달러, 5.7달러로 한국이 9.5배 높다. 중국과 임금 수준으로 경쟁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2014년,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20억여 유로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이탈리아의 임금은 얼마일까? 2007년 기준 20.1달러로, 중국의 33.5배다. 이탈리아는 2003년 비아기 법(Biagi law) 도입으로 임시직 등 고용이 가능해졌으나, 이전까지는 해고가 거의 불가능한 무한 고용 계약(contratto a tempo indeterminato)제도 하에 섬유업계 노동자는 장인정신과 장기근속에 의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다. 또한 임금의 경우 숙련도가 상승할수록 함께 상승하는 구조다. 이직이 거의 없다. 한국은 섬유 노동자의 임금이 과거부터 열악했으며, 지금도 최저임금 수준이다.

섬유산업의 구조도 한국처럼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휘둘리는 구조가 아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이탈리아 섬유·패션산업에는 약 5만 개의 업체가 있는데, 이 중 90%가 종사자 15명 미만의 소기업이다. 정부는 이들 업체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데, 2015년 3600만 유로(약 400억)를 투자해 중저가 중국산과의 차별화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과거처럼 노동자에게 저임금을 강요해 전문성을 떨어트리면서, 손 놓고 구조조정이 되기만 바란다면 ‘섬유도시 대구’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도, 노동자의 입장에서도 빛 좋은 개살구가다. 섬유도시 잘 되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묵겠지. 대구시가 다시 옛 명성을 찾길 바란다. 노강덕 씨처럼 “섬유로 대구를 키웠다”는 자부심은 없지만, 장호동 씨처럼 내게도 “언젠가 좋은 날이 올” 수도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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