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유기업 ‘마인드프리즘’이 5월 15일 폐업을 예고한 가운데, 마음치유사들이 “폐업과 해고 철회, 회사 정상화를 위한 교섭” 등을 요구하며 6일부터 무기한 철야농성을 하고 있다.
‘마인드프리즘’ 사측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지난달 15일 폐업을 결정하고 14명의 직원에게 해고 예고 통지를 보냈다. 현재 농성을 벌이는 노조원들은 14명 가운데 남은 4명이다. 이들은 ‘마인드프리즘’이 지향하던 ‘치유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며, 사측에 교섭을 통해 회생 방안을 협의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마인드프리즘 경영진과 비노조 직원들은 폐업 준비 업무를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재무제표조차 공개하지 않는 사측이 직원들의 회생방안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폐업을 강행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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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마인드프리즘 경영진과 비노조직원들은 폐업을 위한 업무를 진행 중이다. 마인드프리즘 홈페이지에는 환불, 프로그램 취소 공지가 게시됐다. [출처: 마인드프리즘 홈페이지] | | |
폐업의 핵심은 수익성 높은 사업만 추진하겠다는 의도
노조 측, 마인드프리즘의 ‘치유적 가치’ 지킬 것
농성 중인 노조 측은 7일 열었던 기자회견에서 마인드프리즘 폐업의 핵심은 “수익성이 낮은 ‘내마음, 홀가분워크숍’을 축소 폐지하고 수익성 높은 ‘내마음보고서’를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노조는 폐업 사태에 대해 몇 가지 의문점을 지적했다. 우선, 초기 구조조정에 반발해 전 직원이 회생방안과 구조조정 철회를 위해 함께 논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비노조원 직원들이 합의 6일 만에 ‘회사 분할’을 주장한 것, 그리고 현재 사측의 폐업에 동조하는 이유다.
노조 측은 “직원들 입장에서도 살기 위해서는 회사를 지켜야 함에도, 자신들의 직장을 버리는 폐업에 동조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는 “폐업을 해도 주식회사 해산은 없다는 사측의 공언과 맞물려, 폐업 후 다시 다른 회사로 개업하려는 의도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현재 노조 측이 ‘위장폐업’이며, 노조 파괴의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폐업의 이유인 ‘경영 위기’에 대처하는 사측의 태도다. 통상적으로 ‘경영위기’ 상황인 회사는 직원들에게 재무상황을 공개해야 하지만, 사측은 경영위기와 관련된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2015년 2월 전 직원이 주식을 배분받아 주주가 됐음에도, 주주총회에서 조차 관련 자료를 받지 못했다. 또 직원들이 회생 방안을 모색해 제안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회사 분할’, ‘폐업’만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마인드프리즘은 2014년 5월 정혜신 대표가 퇴임한 뒤, 만 1년간 대표가 3번이나 바뀌었다. 그간 대표를 거쳐간 이들은 공동대표 포함 5명이다. 노조 측은 대표가 바뀔 때마다 직원들과 회사 회생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해고와 폐업을 진행하기 위한 절차만 진행했을 뿐이라면서, 지난 4월 대표를 맡은 김형욱 현 대표 역시 취임 15일 만에 무조건적 폐업을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진짜 책임 있는 대표, 폐업으로 치닫게 하는 실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회사 정상화를 위한 전, 현직 대표의 책임있는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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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성을 시작한 노조원들은 남아 있는 4명이다. 이들은 "농성은 마인드프리즘이 구현하고자 했던 치유의 가치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출처: 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 | |
“노조가 싫다고 자기 밥그릇을 던지겠다? 이해할 수 없는 태도...”
마인드프리즘의 가치를 지키려는 이들은 누구인가?
현재 농성 중인 마인드프리즘지부 박세영 지부장은, “경영진들이 비노조와 노조간 반목에 앞장서고 돈이 없다며 폐업만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노조원들이 폐업 업무를 진행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으며 업무 방해로 신고하는 사측을 보면서, 누가 진정으로 회사를 지키려는 이들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함께 일하고 살아야 하는 일터를 빼앗기는 폐업만이 살길이라는 주장이 과연 합당한가”라고 물으면서, “사측은 이 회사의 가치를 지키고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취해야 하며, 해고와 폐업을 철회하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말, 일부 직원들이 노조를 설립한 것은 구조조정을 막고, 회사를 회생하기 위한 교섭에 나서기 위해서다. 노조 측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회적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의 고유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다. ‘내마음보고서’와 ‘내마음, 홀가분워크숍’의 사업을 분리한다고 했을 때, 반대한 이유도, 사업의 목적이 이윤이 아닌 치유의 가치에 있었기 때문이며, 두 가지가 병행되지 않고서는 올바른 치유 활동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계약종료로 해고당한 김미성 씨는 “경영이 어렵다고 하니, 처음에 전 직원이 함께 노사 관계뿐만 아니라 치유의 가치에 대해서도 공유하며, 저항의 이유를 찾았다”면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든 이곳에서 치유를 했던 이들의 고유한 방식으로 풀어나가기를 기대했다”고 토로했다.
또 김미성 씨는 “해고를 받아들이더라도, 상처를 받아 서로의 삶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과정이 되기를 바랐다”면서, “우리는 약자를 돕고 싶었던 약자들이다. 약자들은 저항하기 위해 현재와 미래를 모두 걸어야 함에도 우리는 그것을 선택했다. 그 사실을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마인드프리즘 폐업 시한은 7일이 남았다. 노조 측은 폐업 과정에서 제기된 모든 의혹과 문제를 한꺼번에 풀려고 하지는 않을테지만, 전, 현직 대표가 법률적 권한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해 줄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3일째 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사측은 일체의 교섭을 거부하고, 폐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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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원들은 지난 6일부터 회사 정상화를 위한 교섭, 폐업과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출처: 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 | |
마인드프리즘 폐업 사태... 정혜신 대표 퇴임 뒤, 구조조정 단행으로 시작
회생안에 합의했던 직원들, 돌연 “노조와 함께 할 수 없다”며 ‘회사 분할’ 요구
직원간 합의 결렬되자, 경영진 “폐업” 선언
‘마인드프리즘’은 2004년 정신과전문의 정혜신 씨와 심리기획자 이명수 씨가 설립한 심리치유기업이다. 심층심리분석, 집단 내마음, 홀가분워크숍 등 심리치유 콘텐츠를 개발하고, 사회활동가, 고문피해자, 국가공권력 피해자, 해고노동자들을 치유하는 사회환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사회적 신뢰도를 쌓아왔다.
그러나 2011년 경영악화를 겪어 2012년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이 투자를 시작했고, 김범수 의장 친동생인 김화영 전 대표와 정혜신 박사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2013년 지분 85퍼센트를 확보한 김범수 의장은 “마인드프리즘은 돈이 아닌 사회공헌을 위해 시작한 일이며, 마음치유를 위한 사회공헌 재단 설립이 최종 목표”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마인드프리즘’이 내부 갈등을 겪게 된 것은 2014년 5월, 세월호참사 치유 프로그램을 시작하겠다며 정혜신 대표가 퇴임한 뒤, 김화영 씨가 1인 대표를 맡으면서다.
7월 김화영 전 대표가 경영난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직원 28명 중 8명이 희망퇴직 형식으로 회사를 떠났다. 10월, 김 전 대표는 김범수 대주주의 투자금액을 청산하겠다며, 신임대표 2인(박인정, 김창성)에게 대표직을 맡기고 물러났지만, 11월, 두 대표는 경영환경 변화를 이유로 조직통폐합을 실시하는 한편, 구조조정에 반발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사조치에 나서 계약직 2명에 해고를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 10명은 계약직 고용을 지속할 것과 사업 방향을 직원들과 협의하는 구조를 만들어 달라며 사측에 요구안을 제출하고, 12월 29일 노조를 설립해 단체교섭을 요청했다.
본격적인 회사분할과 폐업 시도는 2015년부터 시작됐다.
1월, 계약종료 통보를 받은 2명이 해고되자, 노조는 4차례에 걸친 교섭과 해고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지만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다. 2월 16일, 노조가 해고 사태 해결을 위해 정혜신 전 대표에게 도움을 청해 열린 전직원 간담회에서, 정혜신 전 대표는 박인정, 김창성 두 대표의 사임과 전직원 주식 균등 배분, 직원들의 회사 회생안 제출시 김범수 의장에 지원 요청 등을 제안했다. 열흘 후 전직원이 합의한 회생안을 제출하고 업무에 복귀했지만, 3월 5일 돌연, 비노조 직원 4명이 “노조와 함께 일할 수 없다”며 정혜신 전 대표에게 분사 추진에 대한 의견 메일을 발송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분사안은 마인드프리즘 주요 사업이었던 ‘내마음보고서’와 ‘내마음, 홀가분워크숍’의 분할이다. ‘내마음보고서’와 ‘내마음, 홀가분워크숍’의 수익구조는 대략 9대 1 비율이다. 경영진은 경영난의 주요 원인이라고 판단한 ‘내마음, 홀가분워크샵’을 포기하고 ‘내마음보고서’ 위주로 사업을 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3월 20일, 김창성, 박인정 대표는 직원 간 합의 결렬로 김범수 의장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될 경우, 임금체불을 감당할 수 없다며 폐업 계획을 고지했다. 이어 두 대표가 대표직을 사임하고 4월 1일부터 현재 김형욱 대표가 직무대행을 맡았지만 김 대표 역시, 무조건적 폐업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후 계속되는 노조의 교섭 요구는 사측의 일방적 불참, 거부로 결렬됐으며, 4월 15일 임시주주총회에서는 비노조측 직원과 퇴직자들의 폐업 주장, 노조측 직원, 퇴직자들의 회사 정상화 요구가 맞부딪쳤다. 주총 직후 사측은 전 직원에게 해고예고통보서를 보내고 5월 15일자 폐업을 통보했다.
(기사제휴=지금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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