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됐던 방천시장에 활기 넣은 예술가들, 떠나는 이유는?

김광석 골목, 시화전 ”방천, 봄의 연가2” 열려
뉴스일자: 2015년05월04일 16시40분

지난 1일 방천시장에서 예술가들의 시화전 '방천, 봄의 연가2'가 열렸다. 철거 중인 건물과 철조망을 배경으로 가수들은 김광석 노래를 부르거나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춤을 추기도 했다. 시인들은 자신들의 시를 들고나와 읽으며 흥을 돋우웠고, 전시장 안팎의 관객들은 공연에 호응했다.

우쿨렐레 유칼립투스
동요가수 이춘호

과거 방천시장은 손님이 줄며 빈점포가 늘어나 시장이라 부르기 무색할 정도였다. 2009년, 대구 중구청은 방천시장을 살리기 위해 '방천시장 예술프로젝트'를 내놨고, 약 30명의 작가들이 모였다. 구청의 임대료 지원을 받은 작가들은 빈점포를 얻어 작업실로 만들었다. 그들은 김광석길과 방천시장을 유명 관광지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제는 주말이면 김광석길을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3,000원 보리밥집 주인도 손님이 늘자 흥에 겨웠다. 식당과 술집이 새로 들어섰다. 일부 식당은 예약해야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성업을 이뤘다. 커피숍도 새로 들어섰다. 방천시장 전체가 살아나는 것 같았다.

동시에 상가 임대료가 올라갔다. 3,000원 보리밥집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주인이 바뀌든지, 업종이 바뀌든지 하면서 문을 닫는 점포가 늘어났다. 예술가들의 작업실 임대료도 해마다 상승했다. 그러면서 예술가들은 방천시장에서 사라졌다. 이제 방천시장을 지키는 작가는 몇명 되지 않는다. 후원자가 있어 작업실을 지킬 수 있다는 화가와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건축디자이너.

이번 행사를 기획한 한지영 작가는 실내건축디자이너다. 2010년에 입주 작가로 방천시장에 들어왔다. 이번 시화전이 열린 카페 플로체가 그의 작업실이다. 늘 퇴거를 걱정하는 그는 "작가들은 자신이 그린 김광석길의 벽화를 지우고 싶을 만큼 배신감을 느꼈다"며 중구청에게 불만을 표했다. 많은 입주 작가들이 떠나 버려 시화전을 같이 준비할 사람도 없었다. 그래도 김광석길과 방천시장은 지역예술공간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바람뿐이라며, 시화전에 대해 "전시된 작품들은 참여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고 시인들이 직접 시를 썼다. 작년 작품들까지 더해 책으로 낼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화전의 좌장 격인 정태경은 대구현대미술협회장을 역임한 중견 화가다. 지역 예술가들이 살지 못하는 대구가 문화도시일 수 있느냐며, "지역 예술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버틸 것이며, 예술가들과 힘을 모을 것이고, 방천시장에서 지역 예술가로 살아남겠다"고 말했다.

참여작가 고희림 시인은 시화전에 전시된 그의 작품 '마음의 자유'를 들고 나와 자신의 시를 낭송했다. 그는 "시화전 '방천연가'가 올해가 마지막 될지도 모른다. 방천시장을 자본이 모두 잠식하고 있다"고 근심의 말도 더했다.

시화전 출품작은 시화 16점, 그림 2점, 사진과 궁중상화 각 1점이다. 참여한 시인은 11명으로 곽도경, 고희림, 김선굉, 김재진, 박진형, 엄원태, 이구락, 이하석, 장옥관, 정 숙, 정훈교 시인이다. 화가 정태경, 이영철, 김병호가 참여했고, 사진작가 박진우, 궁중상화 김태연, 무용비평가 채명 씨가 같이했다.

대구시인협회와 수성고량주에서 후원했고, 방천시장 '카페 플로체'에서 5월 16일까지 열린다.

곽도경 시인, 정태경 화가
고희림 시인, 김선굉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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