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대통령이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

[여성노동자, 말하다] (8) 돌봄전담사
뉴스일자: 2015년02월27일 17시25분

[편집자 주] 뉴스민은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노동자의 삶과 노동, 투쟁을 연재합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힘을 모아낸 여성노동자, 노동조합은커녕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어려운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2주에 한 번씩 십여 차례 연재하고자 합니다. 제보와 문의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뉴스민 (070-8830-8187, newsmin@newsmin.co.kr)

경북 칠곡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 이 교실은 매일매일 문 여는 시간이 다르다. 오후 1시부터 열기도 하고, 오후 2시부터 열기도 한다. 매월, 매주, 매일 달라지는 시간 때문에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학생들도 여간 헷갈리는 게 아니다.

김민균(36세) 씨는 이 돌봄교실에서 4년째 돌봄전담사로 일하고 있다. 민균 씨는 교실 문을 열기 전에 출근한다. 수업 준비도 해야 하고, 학생들 간식도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한다. 장을 봐야 하는 날이면 민균 씨의 출근 시간은 더욱 빨라진다.

경북 김천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일하는 김희숙(44세) 씨도 마찬가지다. 월, 목, 금요일은 오후 1시 10분, 화, 수요일은 2시 10분에 교실 문을 연다. 문을 열기 전 간식 준비와 수업 준비를 끝낸다.

희숙 씨는 “(돌봄교실에서) 애들 봐주고, 숙제도 봐주고, 간식도 해 먹이면서 엄마처럼 돌본다. 사랑으로 하니까 너무 보람되고 즐겁고 행복하다. 이때까지 아이들 가르치는 일 말고는 한 게 없다”며 돌봄전담사에 대한 자부심을 보였다.

민균 씨와 희숙 씨의 원래 직업은 유치원 교사였다. 아이를 낳고, 집에서 쉬는 동안 일자리를 잃었다.

민균 씨는 “애 놓고 키우고 보니까, 애가 어느 정도 크고 어린이집 갈 나이가 돼서 할 일을 찾다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아이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고 말했다.

▲초등돌봄교실(사진-교육부 블로그 갈무리)

희숙 씨의 돌봄교실에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25명의 학생이 찾아온다. 제일 먼저 하는 프로그램은 학교 숙제하기다. 학년이 제각각이라 한 명씩 꼼꼼히 봐주기 어렵지만, 학생들은 스스로 숙제하는 법이 익숙하다.

희숙 씨는 “한 번은 내가 결재를 받으러 갔다. 이놈들이 시끄럽겠구나 하고 교실로 갔더니 딱 오자마자 숙제부터 하고 있더라. 숙제하고, 받아쓰기하는 게 습관화됐다”며 “그다음에 자유놀이 한다는 게 우리 교실 규칙이다. 공부만 하면 지겨우니까 만들기도 하고, 게임도 하고 여러 가지를 한다”고 설명했다.

희숙 씨가 교실에서 꼭 하는 프로그램은 받아쓰기다. 그는 “1학년 학생들은 글씨를 아직 잘 모르니까 받아쓰기를 잘 못 한다. 띄워쓰기, 반점, 온점 찍는 것부터 시작해서 받아쓰기를 한다”며 “처음에는 못했지만 2학기부터는 2학년보다 띄워쓰기 더 잘하고, 받침 다 되고 하니까 엄마들이 너무 좋아한다. 선생님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교과 진도를 잘 못 따라가는 학생은 따로 수업 보충을 해주기도 한다. 숙제, 받아쓰기 등 공부하는 프로그램이 끝나면 간식을 챙기고, 놀이 프로그램을 한다.

민균 씨는 요일마다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학교에서 다양한 수업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신문활용수업, 미술, 색종이 접기 등 매일 새로운 프로그램 계획을 세운다.

민균 씨는 “요일마다 다른 수업을 한다. 연간계획 세우고, 월별로 세우고, 일별로 따로 세운다”며 “월요일은 신문활용수업, 화요일은 미술, 수요일은 색종이 접기, 목요일은 속담이나 이런 언어활동, 금요일에는 만들기 이런 걸 한다”고 말했다.

돌봄교실은 오후 4시 30분이면 문을 닫는다. 학생들은 모두 교실에서 나간다.

돌봄교실 문 닫는 시간과 같은 퇴근 시간
수업준비 시간, 뒷정리 시간은 계약서에 없다

민균 씨와 희숙 씨의 퇴근 시간도 오후 4시 30분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교실에서 나갔다고 돌봄전담사의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민균 씨는 “퇴근 시간이 4시 30분이면, 우리 학교는 스쿨버스가 4시 25분에 나간다. 아이들이 25분에 나가고, 5분 사이에 청소를 다 하고 나갈 수가 없다. 항상 다른 교직원들보다 4~50분은 늦게 퇴근한다”고 말했다

교실 청소, 간식 먹은 설거지 등 교실 뒷정리를 책임져야 한다. 학생들이 나가면 교실 문을 활짝 열고 청소를 시작한다.

희숙 씨는 “청소, 설거지 안 하고 갈 수는 없다. 그래야 다음날 바로 아이들 만날 수 있지. 그렇다고 교장 선생님이 와서 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음날 더 일찍 와서 한들 그것도 (근무시간으로) 인정 안 해 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근 시간이라고 애들이랑 똑같이 갈 수 있겠느냐고 교장 선생님한테 얘기했더니 그거는 맞다고 하더라. 뒷정리도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는데. 그건 맞는데 그건 통상적으로 하는 거라고 하더라. 말이 안 된다”며 하소연했다. 

희숙 씨는 학교와 하루 2시간 56분 일하는 것으로 계약했다. 2시간 56분의 기준은 돌봄교실의 문을 열고 닫는 시간이다. 희숙 씨가 문을 열기 전 간식,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 문을 닫은 후 청소, 뒷정리하는 시간은 근로계약서에 없는 시간이다.

학교의 요구가 까다로운 민균 씨는 더욱 속상하다. 민균 씨는 주 14시간 일하는 것으로 계약했다. 수업 연간 계획, 월별 계획, 일별 계획을 다 세우려면 근로계약서 상 근로시간만으로는 부족하다.

민균 씨는 “계획을 세우는 건 미리 해 와야 한다. 학교에서 언제까지 계획을 달라고 하는데, 아이들과 같이 있는 시간에는 절대 할 수 없는 업무다. 그 외 시간에 일찍 출근해서 한다든지, 집에 가서 해야 한다”며 “이런 업무를 근무시간으로 전혀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 14시간 계약이 민균 씨의 돌봄교실 시작 시간이 매일 다른 이유였다. 민균 씨는 “(수업 시간을) 주 14시간을 맞춰야 하니까 요일별로 (돌봄교실 문 여는) 시간이 다 다르다. 어떤 날은 1시부터, 어떤 날은 2시부터 이런 식으로 매일매일 시간이 다르다”며 “그 날 시간에 따라 수업 계획도 바꿔야 한다. 매일 문을 여는 시간이 다르니까 아이들도 늘 헷갈려한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1시간, 하루에 4분 모자란 꼼수 계약
무기계약 전환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초단시간 노동자

2011년 민균 씨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주 20시간씩 근무했다. 2년 뒤 2013년, 민균 씨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균 씨는 “2013년에 무기계약을 해야 하는데 그 시점에서 14시간으로 시간을 낮춰서 계약해버렸다. 그 당시에도 (학교는) 이때까지 주 20시간씩 일했으니까, 계약은 주 14시간 하지만 종전과 같이 근무하면 된다고 했다”며 “인제 와서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건 내가 좋아서 한 게 아니냐는 말씀을 하신다”고 억울해했다.

희숙 씨 역시 2013년 이전까지는 주 29시간씩 일했다. 2013년 재계약할 때도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지만, 일주일 만에 계약 조건이 뒤집어졌다.

희숙 씨는 “2013년에도 주 29시간 계약했다. 그랬는데 일주일 만에 엎어졌다. 교육청 지침이라고 하니까 그런 줄 알았다. 그러면서 하루에 2시간 56분을 계약했다. (그때부터) 퇴근 시간과 아이들 귀가 시간이 똑같아졌다”고 말했다.

2013년 경북교육청이 돌봄교실과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방침을 세우면서, 기존 돌봄교실 운영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희숙 씨는 하루 2시간 56분인 계약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민균 씨와 희숙 씨는 ‘초단시간 노동자’가 되었다. 근무시간이 주 15시간(평균 일 3시간) 미만인 노동자를 ‘초단시간 노동자’라 부른다.

희숙 씨는 “알고 보니까 무기계약 안 해주려고 초단시간으로 한 거다. 하루에 2시간 56분 계약을 했는데, 딱 4분이 모자란다”고 꼬집었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각종 근로기준법 조항에서 예외가 된다. 근로기준법 제18조(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 3항은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제55조(휴일)와 제60조(연차 유급휴가)를 적용하지 않는다.

또, 기간제법 제4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 2항은 계약 기간 2년을 초과하는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기간제법 1항은 예외조항을 두어, 초단시간 노동자의 경우 2년을 초과해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는다.

인터뷰 도중 희숙 씨는 팔에 한 깁스를 풀었다. 희숙 씨는 “팔이 아파서 깁스했더니, 이제는 목이 너무 아프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 17일 오전 7시 30분경, 민균 씨와 희숙 씨를 포함한 경북의 돌봄전담사 19명이 경북교육청 앞에서 연행됐다. 그들은 경북교육청의 초단시간 꼼수 계약을 지적하고, 실제 근무시간이 주 15시간 이상인 돌봄전담사들은 무기계약직 전환하라고 요구하면서 파업 농성을 하던 중이었다.

여성 취업 확대를 위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늘리기?
“박근혜 대통령이 와서 해봤으면 좋겠다”

▲돌봄전담사 김희숙(44세) 씨

희숙 씨는 아직도 17일 아침을 기억하면 끔찍하다. 연행된 돌봄전담사 중 18명이 여성이었다. 쇠사슬로 서로의 몸을 엮고, 팔짱을 끼고, 손에 손을 잡았다.

그는 “마스크를 쓴 여자가 팔을 딱 꺾어버리더라. 팔을 꺾고는 막 목 뒤에 절단기를 갖다 들이대더라고. 얼마나 놀랐겠어. 우리가 손 깎지를 끼고 있으니까, 손가락 하나하나 다 꺾어서 손가락 있는데도 절단기를 들이대고 쇠사슬을 끊었다. 두렵고 떨려서 그때는 아픈지도 몰랐다”며 당시를 힘겹게 떠올렸다.

초등돌봄교실은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복지 공약이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1월, 돌봄교실을 확대하면서 “초등 방과 후 돌봄서비스 확대를 통해 교육비 경감은 물론, 학부모가 자녀를 안심하고 양육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과 동시에 학부모, 특히 여성의 취업기회 확대 등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기대했다.

2014년 기준, 전국의 돌봄전담사는 1만여 명이다. 이중 초단시간 돌봄전담사가 3,322명으로 33.0%다. 2013년 초단시간 돌봄전담사가 1,171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약 3배 늘었다.

지난해 교육부 국정감사 제출자료에 따르면, 경북의 돌봄전담사는 모두 712명이다. 그중 절반 이상인 74.2%(528명)가 초단시간 노동자이며, 무기계약직은 24.0%(171명)뿐이다. 전국 16개 시·도 중 4번째로 초단시간 계약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당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해 여성 취업률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에서조차 제외되는 초단시간 노동자만 늘어나고 있는 꼴이다.

희숙 씨는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 다르다더니 대통령님도 그러냐”며 “박근혜 대통령이 (이 일을)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초단시간 계약으로) 1시간, 2시간마다 선생님이 바뀐다. 선생님마다 추구하는 교육 방식이 달라서 아이들도 자꾸 선생님이 바뀌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른다. 아이들이 불안해진다”며 “아이들 정서불안에 관해서는 얘기를 안 하고, 박근혜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관해서만 얘기를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인터뷰 내내 농성장에 있는 돌봄전담사에게 각 학교에서 온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농성을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오라는 내용이었다. 돌아오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뽑겠다는 협박 섞인 회유도 더러 있었다.

교장 선생님의 전화를 받는 민균 씨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는 “3월에 재계약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른다. 계약을 할 거냐 말 거냐, 새로 사람을 뽑겠다는 식으로 전화가 온다”며 “어떤 식으로라도 타협을 보고 해결해야 하는데, 지금 아무것도 이루어진 게 없으니까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민균 씨와 희숙 씨는 27일 오늘로 17일째, 경북교육청 앞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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