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에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자립한 장애인을 위한 정착금 지원 제도를 개선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신청 절차가 까다롭고 잘 알려지지 않아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건이 많으며, 지원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정착금을 받기 위해서는 정착금이 필요한 장애인이 아니라 시설이 대구시에 신청해야 한다.
대구시에는 거주시설에서 퇴소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5백만 원을 1회 지원하는 ‘장애인 거주시설 퇴소자 자립정착금’ 지원 제도(퇴소지원제)가 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주거지 마련에 필요한 보증금 등이나 생활비를 당장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오랜 기간 시설에서 살아온 장애인이 막상 퇴소하면 수입원이 없어 한 푼이 아쉬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시설에서 퇴소한 장애인 언니(31)를 부양하다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번개탄을 피워 삶을 마감한 20대 여성 류 모(28) 씨의 경우도 유사한 사례다.
퇴소지원제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류 씨는 대구시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퇴소지원제 자체를 몰랐기도 했지만, 알았더라도 지원 대상이 아니었다. 자립을 목적으로 거주 시설에서 1년 이상 거주한 만 18세 이상의 퇴소 장애인이면 지원할 수 있지만, 실비로 시설을 이용한 장애인, 퇴소 시 연고자에게 인도된 장애인, 퇴소 후 공동생활가정에 입소하는 장애인, 다른 퇴소 자립정착금을 받은 장애인은 제외되기 때문이다.
달서구의 경우 2012년부터 현재까지 총 35명이 퇴소했는데, 이중 연고자의 인도로 퇴소해 퇴소지원제의 대상이 아닌 자가 32명이었고, 자립을 목적으로 퇴소한 장애인은 1명, 타 시설로 이동한 장애인이 2명이었다. 퇴소지원제 대상자가 1명에 그친 것이다. 동구와 달성군의 경우는 같은 기간 동안 퇴소자 각각 36, 35명 중 자립을 목적으로 퇴소한 장애인이 없어 퇴소지원제 대상자가 1명도 없었다.
또한, 시설이 퇴소지원제 신청과 홍보를 모두 도맡아 하도록 해, 신청 자체도 많지 않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대구시 8개 구·군의 시설 퇴소자가 총 176명인데, 대구시에 따르면 같은 기간 동안 대구시에 지원을 신청한 시설은 4개소 8건에 그쳤다. 퇴소지원제가 처음 시행된 2010부터 통틀어보면 단 5개소 14건이 신청됐을 뿐이다. 현재 대구시 관할 장애인 보호 시설은 20개소다.
관련해 대구시는 2015년도의 자립정착금을 6백만 원으로 1백만 원 인상했다. 또한, 대구시 통합관리기금과 정기예금 등의 이자수입 8천8백만 원 중 6천만 원을 사업비로 책정할 계획이다. 거주시설 종사자에게도 홍보를 늘릴 계획이지만 퇴소지원제의 지원대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420장애인연대)는 이번 달 13일 대구시와 면담을 하고 제도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면담자리에서 이들은 ▲자립 정착금 기금회계에서 일반회계로 전환 ▲자립 정착금 장애인 직접 신청 체계 전환 검토 ▲관련 서비스 대구시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직무교육 ▲류 씨에게 상담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 등을 합의했다.
조민제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은 “(퇴소지원제가)일반회계 예산이 아니라 이자 수입에서 활용하게 돼 있는데 면담에서 일반회계 편성을 고려하기로 했다”며 “시설을 거치지 않고 (퇴소지원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설은 입소자에게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지원 대상의 범위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주국 대구시 장애인복지과장은 “독립생활이 가능한 사람이면 정착금을 다 지원하겠지만, 재활훈련을 거쳐 자립하는 장애인 자체가 입소자의 5~10% 정도로 많지 않다. 현재 입소 장애인에게도 직접 홍보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장애인이 직접 신청을 한다고 해도 시설에 본인의 의사가 맞는지 확인도 필요하다. 신청과 지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전달 체계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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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9일, 지적장애인 언니를 둔 류 모씨의 사망 소식에 장애인단체가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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