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을 앞둔 금속노조 간부가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여권을 발급받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5일짜리 여권을 받았지만,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이번 검찰 기소가 “민주노총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금속노조 대구지부 정민규(43) 사무국장은 이적표현물 취득·반포, 일반교통방해죄 위반 혐의로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으로부터 소환장을 받았다.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은 정민규 사무국장이 2000년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2004년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통일위원회 자주통일실천단, 2006년부터 민주노동자 전국회의 대구경북지부 가입한 뒤 금속분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급진 좌익사상에 심취하여 현실부정, 기존의 정치체제를 한국사회의 모순의 근간으로 인식하고 현실 타파를 위해 노동자 계급이 주도하는 권력을 쟁취하고, 자주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계급의식을 고취시키는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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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정민규 사무국장에게 보낸 소환장 일부. | | |
또, 검찰은 정민규 사무국장이 활동했던 민주노동자 전국회의가 “북한의 대남 혁명 3대 투쟁과제인 ‘자주·민주·통일’ 노선 구현과 노동해방을 표방하고 있다”면서, 2008년 피고인이 “반국가단체 관련 활동을 찬양·고무 등 목적”으로 이적표현물을 전국회의 회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것이 범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권택흥 대구지역 일반노조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이 땅의 자주·민주·통일·연대의 원칙으로 노동자와 민중이 잘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선언 아래 활동해왔다”며 이번 사건이 개인이 아닌 민주노총을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전국회의 노선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고무하는 등의 목적으로 문서를 반포하면 처벌받는다 점을 피고인이 “잘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 1항과 5항은 각각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와 “1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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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10일 오전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 산하 통일위원회의 공식적인 활동을 검찰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이적성을 규정하고 불온시하는 것은 민주노총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이라며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시작된 종북몰이가 민주노총으로 향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 | |
국가보안법 제7조는 국내외에서 국가보안법의 독소조항으로 악명높다.
지난해 2월 살릴 셰티 국제 엠네스티 사무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국가보안법 7조가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억압하고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11년 6월 프랭크 라 뤼 유엔 의사 및 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죄)가 인권과 의사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한국 정부에 폐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상임대표는 “국가보안법은 21세기 정권유지법으로 바뀌었다”며 “노동자의 정당한 행위를 국가보안법이라는 더러운 이름으로 판단하지 말길 간절히 바란다. 더 이상 권력의 하수인이 되지 말기를 바란다”고 법원과 검찰에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위키피디아>가 대검찰청에 정보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국가보안법 위반 및 구속 신규 인원 57명 중 23명(40%)이 제7조가 적용되었다. 이후 2010년 97명 중 65명(67%), 2011년 90명 중 75명(83%), 2012년 112명 중 89명(80%), 2013년 129명 중 102명(79%)으로 제7조 적용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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