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성인이 되면 사회에서 혼자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장애인 자식을 둔 부모라면 다 똑같은 걱정을 합니다. 다른 자식에게 아이가 짐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이를 등하교시키며 지나치는 팔달교에서 뛰어내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하루하루가 두렵습니다. 장애인 언니를 남겨두고 자살한 일은 우리에게 남의 일이 아닙니다. 눈물이 납니다.”(구영희,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회장)
지적장애인 가족을 둔 20대 여성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장애인복지제도의 문제점이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24일, 대구시 수성구의 한 식당 주차장의 승용차 안에서 류 모(28) 씨가 번개탄을 피워 숨진 채 발견됐다. 류 씨는 부모 없이 장애 1급의 언니(32)를 부양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 왔다. 류 씨의 언니가 이번 달 12일 시설에서 퇴소하고 류 씨의 집에서 거주를 시작하자 류 씨의 부담이 가중됐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류 씨의 언니는 기초수급(현금급여 최대 49만 원) 지원이 가능했으나 정작 류 씨는 어떤 급여도 받을 수 없었다. 또한, 대구시 차원에서 장애인 거주시설 퇴소자에게 지급하는 자립정착금 500만 원도 받지 못했다. 류 씨는 유서를 통해 “할 만큼 했는데 지쳐서 그런다”며 “내가 죽더라도 언니는 좋은 시설보호소에 보내주세요. 장기는 다 기증하고 월세 보증금도 사회에 환원하길 바란다”고 했다.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420장애인연대)가 확인한 결과, 류 씨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통해 보호받으려면 류 씨의 언니가 돌봄서비스 월 20일, 1일 4시간 이하로만 지원받으면서 류 씨는 돌봄을 책임져야 한다. 이에 더해 근로소득도 없어야 월 최대 85만 원의 현금급여 수급 대상이 됐다.
또한, 대구시 차원의 자립 정착금은 지원 절차도 까다로운데다가 잘 알려지지 않아 실제로 지원 받기가 어렵다. '대구시의 장애인 거주시설 퇴소자 자립 정착금 지원계획'에 따르면, 시설에서 퇴소한 장애인은 퇴소 후 6개월 이내에 이전 거주 시설에 자립 정착금 사업 지원을 해야 하고, 시설이 다시 대구시에 지원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시설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퇴소자가 500만 원의 자립 정착금을 지원 받을 수는 없다.
29일 오전 10시 30분, 대구시청 앞에서 420장애인연대와 반빈곤네트워크는 이번 사건이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장애인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일어났다며 대책 마련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생계를 책임지려 마트에서 일했던 류 씨가 국민기초생활법을 통해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언니가 돌봄서비스를 월 20일, 1일 4시간 이하로만 받고 류 씨는 돌봄을 책임지고 근로를 하지 않아야 가능했다”고 밝혔다.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동생이 부양하는 경우 나이가 젊어서 추정소득이 잡히면 수급권을 박탈당하게 된다”며 “대구시가 시행하는 자립정착금도 당사자가 직접 신청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거주시설에 요청해야 하고, 거주시설이 다시 대구시에 요청하는 절차라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구시와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 자리에서 조민제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은 “거주 시설을 퇴소하면 정착금을 받을 수 있지만 신청도 못 했다. 시설에서 못 견디고 동생이랑 살려고 나왔는데 다시 시설로 보내지면 안 되니까 대구시가 광주시와 공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구시 관계자는 “복지사업의 종류는 늘어나고 공무원도 부담이 크다. 대구시도 관련 업무를 위해 70여 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하려 한다. 직접 현장을 돌아다니며 실태 파악에 힘쓸 것”이라며 “시장도 달구벌행복기동대라는 공약이 있어 각 구별로 기동대를 만들어 사각지대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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