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만나러 팽목항 달려간 '노란리본 몰래산타'

20일 학생, 직장인 50여 명 방문...유가족,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아달라”
뉴스일자: 2014년12월22일 15시40분

바닷바람에 수백 개의 풍경이 일제히 울린다. 멀리서라도 소리를 듣고 찾아올 수 있을 것만 같다. 빨간 등대가 있고, 노란 리본이 나부끼는 이곳은 진도 팽목항. 탁자 위에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참사 실종자들을 향한 편지가 놓여있다.

실종자들은 아니지만, 노심초사 하루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유가족들 찾은 이들이 있다. ‘노란리본 산타’들이다. 대구·경북의 대학생을 주축으로 직장인, 고등학생으로 50여 명으로 구성됐다.

오후 3시. 팽목항에 도착한 ‘노란리본 산타’들은 간담회 자리에서 유가족들에게 쌀과 라면, 목도리 등 생필품을 선물했고, 앙증맞은 춤도 보였다. 유가족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노래 ‘잊지 않을게’ 합창도 이어졌다. 팽목항에 도착하기 전, 버스 안에서 이들은 큰 소리로 합창하며 절대 울지 말자고 했었다. 유가족이 눈물을 터트리자 너도나도 버스 안에서의 작당 모의는 잊어버리고 눈물을 보였다.

‘노란리본 산타’ 박현정(23) 씨는 유가족들에게 “자녀를 잃은 슬픔을 어떻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사고 당시 한 명이라도 더 살 수 있기를, 한 구의 시신이라도 더 건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저도 그 감정에 빠져 우울함을 떨쳐버리기가 힘들었어요. 일부러 외면도 했었어요. 그런데 유가족분들이 정말 무서운 것이 사람들에게서 잊히는 것이라고 하셔서 죄송했습니다. 아직도 기약 없이 기다리는 부모님들과 추억에 힘든 부모님들에게 조금이라도 저희 방문이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희생자 최정수(18) 씨의 삼촌 최태현 씨는 “아직 찾지 못한 이들의 뼈라도 한 조각 보듬어보자는 마지막 희망이 있다. 27일이면 안산의 일반인 유가족들이 합동 장례식을 치른다고 하는데, 단원고 부모들이 왜 빨갱이 소리까지 들어가며 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지 알아달라”며 “아직 나오지 못한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수색과 구조는 끝났지만, 인양도 그 일환이기 때문에 필히 감시해야 한다. 하지만 법원이 증거보전신청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어느 정도 아이를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고 있다. 왜 죽었는지 밝혀내고 또 죽을 수 있다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싸우고 있다. 앞으로 선거도 꼭 해달라”고 덧붙였다.

 

희생자 김다영(18) 씨의 아버지 김현동(54) 씨는 “4월 16일 이후로 내 이름도 잊어버리고 산다. 81학번이라 학교 다닐 때 광주항쟁이 있었고 최루탄 맞아가며 싸우기도 했지만, 사회 나와서는 딸과 아기자기하게 살려고 열심히 벌었었다. 이제쯤 편하게 살아보자 했더니 이렇게 됐다”며 “먹고 사는 문제보다 죽고 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시작했다. 대형 선박사고 20년 마다 한 번씩은 있었다. 지금 문제를 바로잡지 못하면 앞으로 20년 후에 이런 참사가 또다시 생길 수 있다. 잊지말고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노란리본 산타’에 참여한 현민애(24) 씨는 “19살 동생이 있어 처음 뉴스를 봤을 때 도저히 보기 힘들었다. 친구랑 얘기도 잘 못했다”며 “간단회 자리에서 유가족 분이 5.18 민주항쟁 이야기를 하셨다. 그 시대를 경험한 세대의 느낌이 궁금했는데 이야기를 들으니 당시 역사 속에 있는 것 같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세월호 참사 같은 사건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뭔가 고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한편, 함께하는 대구청년회가 주최하고 2014 사랑의 몰래산타 대구운동본부가 주관한 ‘차별없는 아름다운 세상만들기 2014 사랑의 몰래산타’는 진도 팽목항을 방문한 ‘노란리본 산타’ 이후에도 21일 ‘가족산타’를 통해 대구·경북지역의 한부모,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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