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인듯 보호자 아닌, 간호사인듯 간호사 아닌 '개인사업자'

[여성노동자, 말하다] (3) 간병노동자
뉴스일자: 2014년12월12일 13시50분

[편집자 주] 뉴스민은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노동자의 삶과 노동, 투쟁을 연재합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힘을 모아낸 여성노동자, 노동조합은커녕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어려운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2주에 한 번씩 십여 차례 연재하고자 합니다. 제보와 문의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뉴스민 (070-8830-8187, newsmin@newsmin.co.kr)

환자가 누운 침대를 끌고 엑스레이실로 들어간다. 병실로 가기까지 환자 체위를 바꿔주고, 약을 챙긴다. 병실로 오면 할 일은 더 많다. 환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신경을 바짝 세우고 곁을 지킨다. 간호사인듯 간호사 아닌, 보호자인듯 보호자 아닌 너.

신주연 씨(60대, 가명)는 “환자가 해 달라 하는 대로 다 하는 거지. 얼굴 씻기고, 머리 감기고, 양치질, 아무것도 못 하는 환자는 양치질도 우리 손으로 해야 한다. 운동도 따라다니면서 다 해야 하고, 욕창 방지 하기 위해서 체위 변경도 많이 한다”며 본인이 하는 일을 소개했다.

시아버지 간병 계기로 일 시작한 지 12년
간호인력 부족으로 썩션, 피딩 의료행위 할 때도 있어
보호자인듯 간호사 아닌 간병노동자

문지은 씨(50대, 가명)는 “보호자가 옆에서 하는 일을 대신하는 일이니까 환자의 요만한 거 하나까지 우리가 다 하지. 대변도 못 보는 사람은 눌러가면서 엉덩이 쓰다듬어 가면서 마사지해가면서 (대변보게 한다.) 대변 못 봐서 관장시켰을 때 그 뒷정리도 다 한다”고 설명했다.

정수지 씨(50대, 가명)는 “욕창 생기면 안 되니까 환자 체위변경을 제일 많이 한다. 휠체어 밀기가 쉬워 보이지만, 환자 어느 부위가 마비됐나에 따라 요령이 있다.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 대학병원 간병노동자다. 보호자 역할을 대신해 약 수발, 식사보조, 운동 보조, 목욕 등을 돌본다.

환자들은 가족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일, 목욕이나 대소변 가리는 일을 돌봐줄 때 제일 고마워한다. 의사나 간호사처럼 직접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할 수는 없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환자를 돌본다.

신주연 씨는 “사실 부부끼리는 할 수 있는데 아니면 못 하는 게 많다. 아들이 하는 것보다 우리가 낫고, 며느리가 하는 것보다 우리가 나은 게 있다. 환자분들도 더 고마워하고”라며 “병원에 있어보면 왔던 분들이 잘 온다. 또 나를 기억하고 찾는다. 그런 분들 내가 돌봐서 싹 완치되고 퇴원할 때 제일 좋지. 우리는 가족 이상이다”고 말했다.

신 씨는 2년 동안 시아버지 간병을 하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벌써 올해로 12년째다. 의사, 간호사처럼 주연 씨도 하루에 몇 번씩 죽음을 만난다. 그럴때면 내가 잘 돌보지 못한 탓은 아닌지 괜스레 속이 상한다. 

신 씨는 “(간병을) 하면서도 내 양심이 이렇게 해서 환자한테 도움이 되겠나 생각할 때도 있다. 환자가 잘 안 나으면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이 병원은 중증환자들이 특히 많으니까, 3차 병원이라서. 하루에도 돌아가시는 분들을 몇 분이나 볼 때도 있고, 가족이 없는 분들은 우리가 직접 임종까지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간병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자격증만 따면 일자리 찾기는 어렵지 않다고 한다. 특히, 중년 여성은 가족 간병을 하다가 간병노동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9년째 간병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문지은 씨는 “기사가 인터넷으로 나오면 볼 수 있는 간병노동자들이 몇이나 될지 걱정이다”며 웃었다.

문 씨는 “대부분 남편 간호하다가 간병사 되는 분, 가족 간병 하다가 되는 분이 많다. 다른데 직업을 구할 수가 없잖아. 하다가 그렇게 되는 거지”라며 “자격증을 따야 하는 전문직인데, 또 일자리가 쉽게 구할 수 있다. 옛날보다 간병 수요가 많으니까. 요즘에 핵가족화되면서 보호자들이 환자를 직접 볼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요즘은 간호사 일손이 부족해 간호사가 하는 일을 대신할 때도 있다.

문 씨는 “관장하고 나면 그 뒷정리, 침대 시트 갈고 병상 정리하는 거 다 간호사 일인데 간호사 손이 딸리니까 우리가 있을 때는 우리가 다 한다. 환자 가래도 우리가 뽑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신 씨는 “썩션, 피딩, 시간당 소변 체크하는 거 다 간호사들이 하는 일이다. 소독도 하기도 한다. 옛날에는 우리보고 하라고 가르치기도 했다. 요즘은 덜 하는 편인데, 우리가 간호사한테 대놓고 이거 해야 되냐고 물으면 그냥 놔두라고 하지”고 말했다.

의료행위로 규정된 썩션(가래 뽑기), 피딩(콧줄로 미음 넣기) 등은 간병노동자가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간호사 일손이 부족 할 때면 간병노동자가 할 수밖에 없다. 가끔 왜 간호사가 직접 하지 않느냐고 물어봐 주는 보호자가 있으면 다행이다.

환자를 돌보지만, 산재보험은 안 된다

간병을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환자 체위변경이다. 온종일 누워있는 환자는 몸이 짓무르기 쉬워 자세를 자주 바꿔줘야 한다. 씻으러 갈 때도, 운동을 갈 때도, 검사받으러 갈 때도 환자를 들어 이동해야 한다. 

“환자를 옮기다가 다치는 경우가 많다. 환자랑 같이 넘어졌다거나 하는 경우 분명히 산재인데…”라며 신 씨는 말을 맺지 못 했다.

감염된 바늘에 찔리거나, 지혈하다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 병원은 늘 안전사고가 도사리는 곳이지만, 이들에게는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문 씨는 “우리가 제일 필요한 게 산재보험인데, 아무거도 보장받을 수 없다. 환자 보호자나, 간호사나 의사가 감염된 바늘에 찔렸다면 병원에서 다 검사해주는데 우리는 그런 게 없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직접 고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간병인은 환자 보호자가 간병 업무를 위탁한 것이 된다. 이 때문에 간병노동자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4대보험 혜택을 받을 수도 없다. 결국, 이들은 사보험을 선택한다.

신 씨는 “환자한테 옴이 옮은 적도 있다. 다 개인 돈으로 치료해야 된다”며 “간병인보험이라고 사보험이 많은데, 내가 다쳤을 때 하는 보험은 비싸서 잘 못 들고 배상보험은 들어 놓는다. 혹시나 환자들 보다가 환자들 다치게 하면 안 되니까, 1년마다 배상보험을 든다”고 말했다.

환자를 보호하는 일이라 간호사의 지시를 따른다. 병원에 꼭 필요한 사람이지만, 병원은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

신 씨는 “내가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병원에서 공개 모집했었다. 국가고시 자격증으로 요양원에서 일하면 4대보험도 되고, 임금도 국가가 보험료로 지급한다. 그런데 간병사는 임금도 환자나 보호자한테 바로 받고, 4대보험도 안 해준다. 병원에 고용이 안 돼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들은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같은 자격증을 가진 요양보호사들은 요양병원이나 재가시설에서 직접 고용해 4대보험 혜택을 받는다. 환자들도 요양보호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간병노동자들은 요양보호사처럼 병원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문 씨는 “간병 전통이 30년은 됐는데, 아직 옛날 그대로다. 이렇게 전문적인 일을 하는데, 직고용해서 병원에 맞게 교육도 시키고, 노동자성도 보장해야 된다. 제도화가 되면 환자 보호자들도 간병비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간당 3,300원, "보호자 어려운 처지 알아서 임금인상 요구 어려워"

하루 근무시간은 12시간 또는 24시간. 하루 근무하면 하루는 쉰다. 근무시간 동안은 한시도 환자 곁을 떠날 수 없다.

신 씨는 “환자가 물 달라 그래서 물 먹는 동안 좀 앉아 있는 거, 그게 쉬는 시간이다. 휴게 공간도 따로 없고, 따로 쉴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문 씨는 “환자 보호자나 누가 와서 쉬다 오라고 하면 잠깐 쉰다. 너무 멀리 가기도 그렇다. 환자 옆에서 밥을 먹더라도 옆을 지켜야 되지, 멀리 가지도 못한다. 간호사는 3교대 하면서 쉬지만, 우리는 돌아가면서 할 사람이 없잖아”고 말했다.

종일 일하면 평균 8만 원을 받는다. 시간당 3,300원 수준이다.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임금인상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신 씨는 “하루 일하면 하루 쉬고 하니까, 한 달에 15일밖에 못 하지. 한 달에 120만 원인데, 하루 8시간 근무로 펴서 계산하면, 하루 안 쉬고 한 달 동안 일해야 120만 원 된다. 퇴직금이 있나 뭐, 점심값 빼고 차비 빼고 나면 7~80만 원 될까 말까다”고 하소연했다.

문 씨 역시 “피곤하고, 사람들이 다 흐리멍덩하다. 8시간 근무는 꿈도 못 꾸지. 하루 노는 것도 휴업급여도 없이 그냥 쉬는 거다. 우리 임금은 몇 년째 안 오른다. 올리고 싶어도 환자분들이 너무 힘들어하니까, 환자 보호자한테는 큰돈이다”고 말했다.

격일로 반복되는 장시간 노동에 항상 정신이 흐린 상태라고 했다. 그러나 인터뷰 내내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았다. 환자를 대할 때면 항상 웃어 보여야 하는 버릇 때문일까.

이들은 다시 한 번 직고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 씨는 “돈은 돈대로 들고 우리 힘은 힘대로 들면서 노동자성 인정도 못 받고, 중노동이다. 병원은 병원이랑 간병이랑 상관없다고 하지만, 우리도 병원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직업이다”고 말했다.

집안 어른 간병으로 시작하게 된 일이지만 이제는 개인적인 일이 아니다. 간병은 누군가의 부탁으로 하는 일이 아닌 병원에 꼭 필요한 노동이 되었다. 이제 이들은 그 전문성만큼 노동자로서 법의 보호를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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