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총학선거, 파행 끝에 무산

입후보 자격 논란, 투표거부운동 등으로 얼룩진 대학사회
뉴스일자: 2014년11월30일 18시10분

경북대 총학생회 선거가 파행 끝에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다. 3일의 투표와 하루 연장 투표에서도 50%를 넘지 못한 최종 47.95% 투표율을 기록했다. 입후보자 자격 논란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세칙 적용, 투표 거부 운동 등 논란이 이어졌다.


학생회비 납부, 결제가 안 됐으면 납부가 아니다?

총학생회 선거에 입후보하려고 했던 ‘그린라이트’ 선거운동본부 정후보, 부후보가 입후보자격심사 하루 전 이번 학기 학생회비를 낸 것에 대해 경북대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상적인 납부라고 볼 수 없다”며 입후보를 탈락시켰지만,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경북대학교 선거시행세칙 제4조에 의하면, 본회의 회원으로서 총학생회칙 제5조 회원의 임무, 즉 회비 납부의 의무와 관련하여 결격사항이 없어야 한다. 총학생회칙 제84조 2항에 의해 부득이한 사정으로 등록금과 함께 학생회비를 납부하지 않았을 경우 학기 중에 납부할 수 있지만, 입부보자격심사 하루 전날 학생회비를 납부한 것이 부득이한 사정이라고 볼 수 있느냐가 논쟁이 된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선거시행세칙 제84조 3항 학생회비는 총학생회장 결제에 의해 행한다는 조항에 따라, “결제되지 않은 학생회비는 납부가 완료된 것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김민지 총학생회장이 “총학생회 결재는 재정회의와 전학대회를 거쳐서 하는 것이고, 몇몇의 개인에 대해서 결재를 할 수는 없다”라고 밝혀, 선관위 표결을 통해 정상적인 납부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양민찬 중앙선관위 부위원장은 “당시 학생회비 관리 주체인 총학생회장을 소환해서 납부 여부를 물었다. 전학대회 이후 납부된 학생회비는 다음 학기로 이월된다”며 “입후보심사 전날 납부한 학생회비는 선거를 위한 납부고, 납부를 하기 위한 납부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중앙선관위의)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중앙선관위는 학생과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모 교수에게까지 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회비 납부로 볼 수 있느냐는 표결에 선관위 18명 중 8명이 학생회비 납부로 볼 수 있다고 표결했고, 9명이 볼 수 없다, 1명이 무효표를 던졌다.

이에 그린라이트 선거운동본부는 “부득이한 사정이나 상황 자체를 확대해석하여 입후보조차 제한하는 것은 국립 경북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권 남용이라고 판단된다”며 입후보자 자격 박탈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거를 위한 납부’라는 판단에는 여전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 선거시행세칙 제4조에 의하면 입후보자는 학생기구의 임원이 아니어야 하지만, 동항에 의해 입후보하기 위해 입후보 15일 전 사퇴하여 피선거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확산된 논쟁, 그 속에 사라진 학생사회에 대한 고민

그린라이트 선거운동본부 정후보였던 남덕기 씨는 “학생회비 미납 확인 못 한 거 인정한다. 우리가 잘못했다. (중선관위에서) 학생회비 입금은 했는데 납부가 안 됐다는 게 문제라는데, 아무리 중선관위 직권으로 해석한다지만 너무하다”며 “중앙선관위에서는 우리한테 따로 공지도 안 해주고, 복현의소리에 글 올린 게 다였다. 얘기를 해도 들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한 게 선거 보이콧운동이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보이콧운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남덕기 씨는 중앙선관위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중앙선관위는 그린라이트 선거운동본부가 조직적으로 선거 보이콧운동을 하고 있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고, “공정선거에 위배되는 집단적 선거방해 행위가 구체화 되거나 실현될 경우 경북대학교 학칙과 학생 상벌에 관한 규정에 의거, 학생처에 학생지도위원회 소집 요청을 하여 징계를 논의하고, 심각한 명예훼손이나 물리적 행위가 수반될 경우 형사 고소 및 고발 또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 씨는 “분명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고, 잘못된 걸 알리려고 했다. 그러려고 여기저기 사람도 만나고 다녔다. 그런데 중선관위에서 조직적 불법 선거 운동이라고 징계를 줄 수도 있다고 글을 올렸다.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다. 학교에서 징계를 줄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경북대 학생회칙에는 선거 보이콧운동을 징계할 수 있는 조항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그린라이트 선거운동본부가 더 확실하게 선거 보이콧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었다. 김 모 씨는 “중앙선관위가 영악한 것인지, 그린라이트 선본이 정치적으로 무능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학우들 여론도 선관위에 부정적인데, 확실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회비 납부 논란으로 이목이 쏠린 이번 선거는 다른 논란들도 불러왔다. 입후보자의 경력과 출신 캠퍼스 문제까지 거론됐다. 실제로 선거 보이콧을 선언한 이도 있다.

단독 후보인 함대건 ‘단비’선거운동본부 정후보는 올해 총학생회, 재작년 총학생회 주요 간부로 활동했다. 올해 부총학생회장이 중앙선거위원장이 되면서 선관위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일명 ‘총학생회 라인’이 선거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함대건 단비 선거운동본부 정후보는 “제가 하고 싶어서 나왔고, 그동안의 경력이나 경험들이 (총학생회) 라인으로 취급 받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함대건 후보는 상주캠퍼스 출신이라는 황당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어 “저희 입장에서도 그린라이트가 입후보하기를 바랐다. 투표율 문제도 있고, (이길 것이라는) 자신도 있었다. 그 친구들이 못 하게 되면서 많이 당황스러웠다. 우리 선거 전략 자체를 다 바꿔야 했다”며 “중앙선관위 결정으로 인해 선거가 살짝 파행을 느끼고 있는데, 이렇게 가는 것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윤석현 씨는 선거 보이콧을 선언했다. 윤 씨는 “중선관위에서 세칙을 엄격하게 해석했다. 많은 학생들이 공감하면 모르겠는데, 학생들이 공감하는 정도도 아니다”며 “(학생회비를) 늦게 납부하더라도 등록했던 게 선례다. 이번 일은 전례 없는 일이다. 그린라이트가 잘못한 게 사실이지만, 그 판단은 학생들이 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사회가 위기라고 하는데, 단비 선본 공약을 보면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약이나 지역적 담론, 거시적 담론을 펼쳐야 하는데, 학생 복지, 축제 등 지엽적인 공약이 전부였다”며 선거를 거부한 이유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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