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우선 '명품 경북교육' 멈추기 위해 '해직'도 각오하다

[인터뷰] 김명동 전교조 경북지부장 후보
뉴스일자: 2014년11월19일 18시08분

경북교육청은 ‘명품교육’이 목표다. 하지만 경북 교육현장은 ‘명품’보다는 부끄러움이 앞선다. 얼마전 전국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경북은 ‘강제학습 우수지역’으로 꼽혔다. 경북 중고생 90%가 강제적인 방과후학교, 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 등을 겪었다고 답한 것이다. 또, 학생인권교육 미흡, 학생참여와 의사표현 억압에서도 전국 3위 안에 손꼽혔다.

학생뿐만이 아니었다. 전교조 법외노조화 통보에 경북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미복귀 전임자 징계절차를 진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고등법원이 전교조가 제기한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자 경북교육청은 머쓱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11월 전교조는 위원장과 각 지역 지부장 선거에 돌입했다. 잠시 주춤해졌지만,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공격도 끝나지 않았다. 전교조 전임자로 나서는 일은 쉽지 않아졌다. 더군다나 경북에서 전교조 지부장으로 출마한다는 것은 ‘해직’도 각오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교직생활 27년만에 전교조 경북지부장에 단독 출마한 김명동(50) 후보를 만났다.

88년 교직생활 시작과 함께 전교조의 전신인 전국교사협의회에 참여한 그는 89년 전교조 창립과 동시에 조합원이 됐다.

그는 “어린 마음에 잘 모르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히 교육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는 열망이 있었다. 지금 나이가 들었지만, 그 열망은 여전하다”며 전교조 출범 당시를 회고했다.

전교조 창립은 대량해고 사태를 불러왔다. 교대를 갓 졸업한 그는 당시 해직까지 각오하지는 못했다. 군 미필이었던 그는 해직되면 바로 군대로 내몰려야 했기 때문이다. 김명동 후보는 그 시절 해직의 아픔을 함께하지 못한 데 늘 미안함을 안고 지내왔다.

89년을 떠올리게 한 2014년, 그는 해직을 각오하고 경북지부장에 출마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89년 당시의) 열망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교육과 세상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버리면 후퇴할 수밖에 없다. 더디지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화 시도는 세계적인 추세를 봐도 그렇고, 법의 정신을 봐서도 명백히 부당하다. 부당함에 저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국민들에게 이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라면 해직도 각오하고 있다”

후보로 등록하고 현장 조합원을 만나면서 그의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김명동 후보 자신도 경북은 보수적인 지역이라 해고자를 배제하고 노조를 유지하자는 의견이 많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많이 놀랐다. 해고자를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조합원이 훨씬 많았다. 조합원들은 방치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민하고 있었다. 조합원을 믿고 투쟁과 사업을 공유하고 추진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조합원들과 같이 공유하고 같이 실행하는 사업에 집중하려고 한다”

김명동 후보는 ‘명품교육’을 내세운 경북교육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명품교육이라면서 실적이 우선이다. 업적과 실적을 위한 사업을 하다보니 교사들은 잡무에 시달리고, 학생들은 학교생활이 재미가 없다. 교육청의 역할은 지원에 있다. 현장의 교사, 학부모, 학생들과 소통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할 교육청이 불통과 일방적인 지시로만 일관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초등 학교단위 일제고사 폐지, 강제 교과 방과후 학교 및 야간 자율학습 폐지, 9시 등교 등을 요구하고 싸워갈 계획이다. 또, 그는 “학교를 손익계산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학교 통폐합 문제도 손익계산이 아닌 지역주민, 재학생, 졸업생 등과 함께 의논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이영우 경북교육감 들어서 추진 중인 일방적인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에도 제동을 걸 생각이다.

그런 측면에서 공약으로 제시한 ‘경북교육연구소 설립 지원’ 경북 교육의 장기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계획이다.

“경북교육연구소는 오랜 바램이었다. 교사, 시민 등 교육주체가 모여서 지역 실정에 맞는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문제점을 짚어내고, 교육청에 대안정책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전교조 내부의 단체가 아닌 바깥에서 이런 움직임을 만들어 지원할 계획이다. 가급적이면 임기 내에 틀을 갖추는 데 일조하고 싶다”

자신도 그러했지만, 조합원을 만나면서 “교육현장 환경이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과다한 잡무와 수업은 학생과 만날 시간을 줄였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문제들도 다 학교에서 해결하기 바라는 풍토도 교사를 어렵게 만들었다. 또, “교권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존중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지금은 기존 교사가 가지고 있던 교권과 학생인권이 서로 상충하는 과도기적인 상태라고 본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를 인권적으로 대하면서 평화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와 철학, 방법에 대한 연습과 배움의 기회가 필요하다. 학교폭력 문제도 교사 개인한테 문제가 맡겨지는 게 아니라, 학교 단위 또는 교육청 단위에서 해결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결국, 교사가 학반 운영과 수업, 학생과의 관계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김명동 후보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해결방식 자체가 ‘교육’”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학교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계약직 교사 확대 정책 반대, 예비교사 지원과 소통 정책을 내놨다.

오십줄에 접어들었지만, 교직에 몸담았던 이십대 시절 열정을 간직한 김명동 후보의 2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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