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장애인시설, 돈 받고 불법으로 입소시킨 후 장애인 쫓아내

과거 다른 시설 강제노역·공금횡령 전력으로 구속된 이가 대표이사
뉴스일자: 2014년08월25일 15시13분

장애인 시설문제가 또 터졌다. 이번에는 경주다. 

지적장애인 재활·생활시설인 사회복지법인 상록수(경북 경주시 산내면 대현길) 대표이사가 사적으로 장애인 부모에게 기부금을 받고나서 정식으로 입소가 안 됐다며 장애인을 쫓아내는 등 파행적인 시설 운영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났다. 상록수 박창숙 대표이사는 지난 1988년 강제노역·매질로 21명의 입소자고 사망한 장애인시설인 효정원에서 부원장으로 일하며 명의만 빌려 사실상 원장 노릇을 한 전력이 있다. 또, 1996년에는 효정원 공금횡령으로 구속된 전력도 있었다.

15년 지낸 시설에서 “등록 안 됐다”며 쫓겨난 김지훈 씨
대표이사, 입소보증금 개인적으로 받고 미등록 입소자 받아

▲사회복지법인 상록수는 선인재활원과 선명직업재활원을 운영하고 있다.

상록수가 운영하는 선인재활원 입소자 김지훈(가명, 34) 씨 어머니 정 아무개 씨는 자택에서 7개월간 질병 치료를 마친 후 아들을 데리고 시설을 방문했다. 그런데 지난 7월 28일 새로 부임한 선인재활원장으로부터 입소자 명단에 없으니 아들을 데리고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 정 씨는 황당했다. 자신의 아들은 15년 전에 입소했기 때문이다. 시설과 실랑이가 벌어졌고, 정 씨는 경기도 자택으로 이동했다. 선인재활원에서는 김지훈 씨를 인근 병원 정신과에 입원시켰다.

선인재활원은 얼마 전 직원의 원생 성폭력 사건이 벌어져 원장이 교체된 터라 <뉴스민>은 사실 확인을 위해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박창숙 대표이사는 교체 전까지 원장도 겸임하고 있었다. 사회복지법인 상록수는 선인재활원과 더불어 선명직업재활원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시설 직원과 입소자 부모, 주무관청 등을 취재한 결과 선인재활원은 김지훈 씨를 포함해 7명의 관청에 신고하지 않은 입소자를 시설에 거주시키고 있었다. 선인재활원이 경주시청에 보고한 입소자 수는 40명이다. 인가 정원이 47명으로, 미신고 입소자를 포함하면 숫자가 맞아떨어진다.

이들은 모두 선명직업재활원 소속 재가 장애인이었다. 하지만 골짜기에 위치한 이곳에 출퇴근을 매일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입소자 부모와 복수 직원들은 박창숙 대표이사가 입소보증금 형태로 1000~2000만 원의 돈을 요구했고, 그 대가로 입소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쫓겨난 김지훈 씨는 최근 선명직업재활원 명단에서도 지워버렸다.

아들이 정신병원에 보내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경기도에서 부랴부랴 경주까지 찾아온 정 씨에게서 입소 과정을 전해 들었다.

“98년 좋은 시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연락이 닿았다. 당시 박창숙 대표가 기부금으로 2천만원을 내면 평생 아들을 잘 보살펴주겠다고 하더라. 자신도 장애인 자녀를 키운다는 이야기에 더 믿음이 갔다. 무조건 현금으로 줘야 한다고 해서 현금을 모아 줬다. 그런데 이제와 등록이 안 되어있으니 무작정 나가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 전부터 의심스러운 일이 있었다. 이렇게 (아들처럼) 쫓겨난 입소자가 더 있었다. 따귀를 맞은 적도 있었고, 온몸이 망가져 쫓겨난 사람도 있었다”

박창숙 대표이사는 “후원금은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다. 정식적인 절차를 밟는 동안은 내가 데리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시설에서 책임지라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인재활원 직원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들이 낸 후원금은 정식후원금 계좌에 없었다. 한 직원은 “박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챙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식의 피해자는 정 씨뿐만 아니었다. 박창숙 대표이사에게 후원금을 내고 선명직업재활원으로 등록해 선인재활원에 미인가 상태로 입소한 이들의 부모는 얼마 전 정식으로 입소를 신청하라는 통지서를 받았다. 새 원장은 정식적인 절차를 통해 입소해야 한다며 이 같은 통보 이유를 밝혔지만, 이들이 정식으로 입소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경주시청 복지지원과 관계자는 “상록수는 문제가 많아 행정 지도를 몇 차례 했다. 문제가 있는 시설이라 새로운 입소자를 승인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6년 전과 똑같은 박창숙 대표이사
과거 울산 효정원서 입소자 강제노역, 공금횡령 전력

26년전과 똑같다. 일흔을 넘긴 박창숙 대표이사는 과거 입소자 강제노역, 공금횡령 전력이 있었다.

▲<한겨레> 1988년 7월 26일자 기사 갈무리

1988년 7월 26일, 27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박창숙 대표는 당시 부산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던 장애인시설 효정원 부원장이었다. 남편인 김병대 씨가 대표이사였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없던 그는 원장에 명의를 빌려놓고, 사실상 원장 역할을 했다. 당시 효정원은 성인 장애인만 수용할 수 있었지만, 그는 장애아 부모들에게 효정원이 초호화 시설이라며 1인당 2백만 원의 돈을 받고 입소시켰다. 하지만 아이들은 폐결핵 및 영양실조로 21명이 숨졌고, 돈을 내고 입소시킨 부모들이 진정을 넣으며 이 사실이 공개됐다.

이후 효정원 원장이 된 박 씨는 1996년 국고보조금을 유용하고, 입원보증금을 무려 3억 5천여만 원을 걷은 사실이 확인돼 이후 구속돼 실형을 살았다.

당시 효정원은 박 씨와 남편, 그리고 자식들을 포함한 친인척이 운영했다. 이후 박 씨가 1998년 7월에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상록수도 유사하다. 박 씨 동생의 남편, 1996년 공금횡령 사건 당시 부산시청 담당공무원 등이 법인 이사로 등재됐고, 동생은 선명직업재활원 원장에 재직 중이다.

정식으로 입소시키지 않고, 따로 후원금을 요구하는 행태도 26년 전, 15년 전과 유사하다.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르면 시설에 대한 회계부정, 횡령 또는 절취를 하거나 뇌물수수, 배임을 할 때 시정요구가 없는 임원에 대해 주무관청은 해임명령을 내릴 수 있다.

<뉴스민>은 사회복지법인 상록수가 운영하는 선인재활원, 선명직업재활원과 관련해 앞으로도 계속 취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피해자, 관계자는 많은 제보(newsmin@newsmin.co.kr / 010-8585-3648)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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