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권영진 시장이 '만남의 미술관
-이우환과 그 친구들
(이우환 미술관
)' 건립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가운데
, 대구 미술인들이 이우환 미술관 건립 반대 모임을 결성하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이우환 미술관은 대구시가 2009년부터 추진해왔다. 하지만 미술인의 반대가 거세자 권영진 시장은 취임 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왔으나, 지난 11일 다시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구 미술인들은 16일 오후 2시 대구예술발전소에서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 건립을 반대하는 대구미술인모임>을 결성하고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 모임에는 약 50여 명의 대구 미술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16일 오후 2시 대구예술발전소에서 대구 만권당 주최의 <식민지 이후의 미술현상> 강좌가 열렸다. 대구 지역의 미술인과 일반 시민 2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강의를 이끈 채정균 이인성아트센트수석학예사는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 건립 반대 근거를 식민지 이후 국제 관계 속에서 찾으려고 한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대구시는 그동안 이우환 미술관 건립을 통해 관광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우환은 세계적인 한국 미술가이고, 미술관 설계를 맡은 안도 다다오 역시 세계적인 설계자이기 때문에 이우환 미술관이 건립되면 이를 보기 위해 대구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난다는 이유였다.
이우환은 일본 모노파 운동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36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1956년 일본으로 건너가 철학을 전공했다. 1950년대 이후 일본인 철학가 니시다 기타로(西田幾多郞)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채정균 학예사는 “미국의 추상 표현주의가 급속하게 확산되는 과정에서 일본에서 생겨난 것이 모노파 운동”이라며 “이우환 미술가가 한국 미술에 영향을 줬는지는 미흡하거나 한국 현대미술과 평행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초기 현대미술은 1950년대 후반~1960대 초반 시작되었다. 이 시기 한국 미술은 미국의 추상주의적 색체를 가진 미술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어 2차 대전 이후 미국이나 유럽의 국가들이 인도나 중국, 일본인 작가들을 초청해 자국의 문화관광정책에 활용했던 것을 예로 들면서 “이우환 미술관 건립은 국제화로 둔갑한 문화적 제국주의에 회유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추상표현주의를 이끌었던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잭슨 폴록은 이우환을 비롯한 한국의 추상표현주의 미술에 영향을 많이 준 인물이다. 그는 그의 작품에서 동양사상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부정했지만, 그의 작품에서 태극문양이 보이고 실제로 그의 연습장에서 태극문양을 연습한 흔적이 있다.
채정균 학예사는 “미국의 추상표현주의를 이끌었던 사람이 태극에 관심을 가졌다면 우리는 지금 유럽 거장들의 작품을 살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 지역의 미술 유물과 대구 근대화단을 잇는 역사적 조명이 먼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환 미술관은 이우환 미술가의 작품과 이우환 미술가가 추천하는 미술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그 외에도 일본인 건축가 안도다다오에게 설계를 맡긴 것, 대구미술관의 운영이 정상적이지 않음에도 막대한 예산이 드는 미술관을 건립하는 것 등이 반대 이유로 나왔다. 이우환 미술관 건립의 총 사업비 297억 원이며, 그 중 안도 다다오에게 20억 원의 설계 용역을 맡겼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 미술계의 원로 한 분은 “대구에 와야 볼 수 있는 작품이라야 관광효과가 있다. 나오시마에도 있고, 부산에 있고, 광주에도 있는데 대구에 왜 제3의 이우환 미술관이 필요하냐”며 “대구 시민의 혈세가 나가는 데 대구 지역 작가들은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의에 참여한 영남대 교육학과 김지원씨는 “이런 현상이 자본의 논리로 전개된다는 것이 미술뿐 만 아니라는 것이 안타깝다. 여기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단순히 반대에 그치는게 아니라 대구 미술에 대해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나 하는 생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 건립을 반대하는 대구미술인모임>은 18일 오후 5시 시청앞에서 이우환 미술관 건립에 항의하는 행동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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