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송전탑 ‘공습’, 각계각층 연대로 삼평리에 평화를

[기고] 26일째 전쟁터인 청도 삼평리, 주민의 목소리를 들어라
뉴스일자: 2014년08월15일 18시59분

ⓒ성빛나


26일째(15일) 전쟁터다. 칠순이 넘은 주민들이 공사장 문 앞을 막아서다 강제로 끌려 나오는 일이 반복됐다. 반복되는 싸움에 타박상은 기본이었고, 억울함과 더해진 통증에 주민들은 탈진해 쓰러졌다. 세어보니 26일 동안 현장에서 주민들이 응급 후송된 횟수가 무려 16번. 지난 7월 21일 한전의 송전탑 공사 재개 이후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에 펼쳐진 광경이다. 

어떤 이들은 ‘투쟁을 너무 격하게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삼평리 주민들과 함께 싸우는 연대자들도 그런 걱정을 많이 했다. 할머니 한 분이 레미콘차를 막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날 밤, 연대자들은 주민들에게 물었다. 이대로 싸움을 계속하는 것이 좋을지. 돌아온 대답은 “우리 한을 연대자들은 모를 텐데도 함께 싸워줘서 고맙지 뭐, 희생정신이지”, “6년 동안 싸워왔는데, 이제 와서 물러설 수는 없다. 우리는 이 싸움 끝까지 할래요”였다.

그날,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할 수 있는 데까지 한 번 해보자’고 마음을 모았다. 대책위는 종교계가 중재역할을 할 수 있도록 종교인과 주민과 만남을 주선했고, 정치인들도 삼평리 주민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도록 다양한 방법들은 모색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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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주민을 위한 공청회는 필요 없다”는 한전의 공사 강행

하지만 공사는 멈추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도 진이 빠지는 한여름 날씨에 경찰의 강경한 대응까지 더해져 기진맥진한 할머니들은 연거푸 공사장 정문 앞에 쓰러졌다. 하루가 멀다고 응급차가 어지러운 사이렌 소리를 내며 토목 중장비와 경찰들이 얽혀있는 현장으로 달려왔다. 주민들은 공사를 일시적이나마 중단시켜줄 것을 호소했다. 한전이 공사를 멈추고 주민들의 요구에 대해 성의 있는 답변을 내놓기를 바랐다.

때마침 김제남 정의당 의원이 삼평리 현장을 방문해 한전-반대주민 간 공청회를 주선했다. 주민들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한전이 대화에 나설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8월 13일, 공사 현장을 찾은 한전 대경지사장은 공청회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민 중 과반수가 지중화를 원하지 않으므로 공청회는 무의미하다는 이유였다.

지난 6년 동안 단 한 번도 주민들이 요구한 지중화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한 적이 없는 한전. 그저 도면 한 장 내밀며 지중화가 불가능하다는 몇 마디를 던지고 돌아간 것이 전부였다. 도면 사본 한 장 받은 적 없는 주민들은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구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검토해볼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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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지금까지 기본적인 정보제공조차 하지 않은 채 반대주민이 소수라는 이유로 이들의 요구와 반발을 공권력을 동원해 틀어막기에 급급했다. 송전탑 공사를 찬성한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송전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지만,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고 있는 주민들은 송전탑과 선로 인근에 논밭과 거주지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민들 다수가 내린 결정이니 송전탑으로 인해 직간접적인 피해가 크더라도 군말 없이 따라야 한다고 짓누르는 것이 과연 온당한 처사라고 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 사회라면 반대하는 주민이 단 한 명일지라도 무력을 내세워 강요할 게 아니라,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합당한 자세가 아닌가.

각계각층의 연대로 삼평리에 다시 평화를

공사가 강행되는 한, 고령의 주민들이 언제 어떻게 극한 상황에 놓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공사 중단이라는 방법 외에는 그 누구도 오랜 기간 억눌린 주민들의 ‘한’을 어찌할 도리는 없다. 국가가 주민의 재산권과 생존권을 무력으로 묵살할 때, 주민들은 ‘한’을 어디에 호소할 수 있을 것인가. 경찰이 주민들을 보호하지 않으면, 누가 주민들을 보호할 것인가?

지난 13일,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통해 청도 송전탑 공사에 대한 소견을 밝혔다. 김 도지사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절망적일 것”, “주민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때로는 호통도 들어야 한다. 소통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분명 한전에 일침을 가하는 말이지만, 그간 스스로를 주민간 소통에 최선을 다해왔다며 주장한 한전 측에서는 그다지 새겨들을 것도 없어 보인다.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주권재민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소통이란, 거대한 골리앗의 귓전에 맴도는 다윗의 목소리에 지나지 않는 까닭일까. 공사장 앞 주민들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다. 이제라도 사회 각계각층이 주민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다면, 삼평리에도 다시 평화가 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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