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날] 김전한의 스토리텔링 (11)

이야기의 문법
뉴스일자: 2014년07월25일 23시59분

Chap 2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2. 이야기의 문법

 이야기~! 조금 엄숙하게 표현하면 서사라고 하지요. 혹은 픽션이라고도 부르고요. 서사의 종류는 여러 몸체를 가지고 우리 주변에 널려 있습니다. 그리스의 고전 희곡에서부터 소설, 방송용 드라마, 동화, 만화, 노래가사, 심지어는 상업광고에까지 서사성은 있기 마련이지요. 그중에서 영화 이야기 문법이 가장 대중적입니다. 지금부터 우리는 영화를 기둥으로 즉 시나리오를 통해서 이야기 문법을 들여다 보겠습니다.  

 시나리오? 낯선 형식의 글이라는 느낌이 들것입니다. 영화관련 하시는 분들이야 시나리오가 익숙하지만 일반인들은 시나리오를 읽는 것이 불편합니다. 글 중간에 불쑥 불쑥 등장하는 영어식 용어(가령 F.O니 DIS니 등등) 들 때문입니다. 햐 아~ 이건 전문성 없이는 만들 수 없는 글이구나.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입니다. 영화 이야기 문법은 특수하지 않습니다.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쉬운 이야기 문법입니다. 어째서 그렇냐고요? 말씀을 들어보세요.

 어머니의 뱃속시절부터 볼까요? 자장가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생명을 만들어 왔습니다. 세상에 몸을 내미는 그 순간부터 온갖 종류의 이야기 속(동화에서부터 만화와 영화와 드라마 등등)에 파묻히게 됩니다. 이야기를 통해서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통해서 정서적 세계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통해서 성장을 하게 됩니다. 인간은 이야기라는 공기 속에서 살아간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 숱한 이야기의 종류 중에 영화라는 매체도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요. 살아가면서 지금껏 시나리오를 단 한편도 읽어보지 못한 사람은 꽤 있을 겁니다. 그러나 영화를 한 편도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겠지요.

 영상의 홍수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은 대개 수십, 수백 편의 영화는 보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수십, 수백 편의 시나리오를 읽었다고 볼 수 있지요. 자아 그렇다면 시나리오는 더 이상 멀리 있는 글의 형식이 될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소설보다도 더 익숙해져 있는 글의 종류일 수도 있습니다. 단지 몇 개의 낯선 용어 때문에 갸웃할 수가 있는데 그 문제는 말이죠, 서너 시간만 투자를 하세요. 영화용어 사전을 촘촘히 살펴보세요. 금방 해결 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입니다. 서너 시간이면? 과장이라고요? 지금 당장 도서관이나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세요. 네에, 서너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당장 실행해 보시라니까요.

 문제는 말이죠, 생경한 용어가 아닙니다.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어떤 이야기를 해야 사람들이 재미있게 들어줄까(혹은 읽어줄까)? 어떤 형식의 그릇에 담아야 이야기가 그럴싸 해질까? 지금부터 하려는 이 거짓말에 몇 사람의 정서가 동의 해 줄까? 혹은 나의 이 거짓말은 가치가 있는가( 상업적, 혹은 영혼의 울림과 관계를 맺는)? 

 저는 지금 거짓말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함께 논의하고 생각해야 할 것들은 거짓말에 관해서 입니다. 그런데 이 거짓말은 어느 정도의 진실성이 담보된 거짓말입니다. 뭐랄까 조금 고상하게 표현하자면 아름다운 울림이 있는 거짓말이라고나 할까요. 자아, 이야기 만들기의 과정은 누가 누가 거짓말을 아름답게 꾸며 가나의 거짓말 경연대회 같은 것입니다. 재미있지 않겠습니까. 거짓말 잘 하여서 돈도 생깁니다. 직업도 얻게됩니다. 게다가 명성까지 얻는다면 한번 해 볼만한 일이 아닐까요?

 지금 이 글을 읽는 분은 자신의 안쪽을 잠시만 들여다보세요. 예술적 재능이 나에게 있는가? 문학적 소양은 있는가? 나의 독서력은 어느 정도인가? 따위를 들여다 보라는게 아닙니다. 나는 평소에 얼마나 이야기를 잘 꾸며대는가? 혹은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얘기가 얼마나 많은가?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고요? 그럼 벌써 되었네요. 마음속에 이야기가 뭉게뭉게 피어 오릅니다. 주체할 수 없는 이야기 욕구 때문에 거의 변비증에 가까운 고통을 겪고 있다고요? 그럼 더 잘 됐네요. 작가적 재능이란 별건가요. 하고 싶은 말이, 세상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많으면 그게 바로 재능이죠.

 나이 드신 분들이 특히 이 땅의 늙으신 어머님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지요. “그 말야, 내 얘기를 책으로 쓰면 아마 한 수레는 넘을 거야” 너무 자주 듣다보면 그 말씀이 지겹습니다. 그러나 고단한 시절을 건너오신 그 분들의 인생 만한 이야기 거리도 없겠지요.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왜 그분들의 이야기를 지겨워할까요?

 그건 바로 자신의 인생역정 스토리를 조리 있게 편집하여 들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황합니다. 넋두리입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만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안타깝습니다. 저분들이 이야기의 원칙 몇 가지만 익혔더라면 좋았을텐데. 자신의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 하듯 하면 좋을텐데. 몇 가지 원칙이라고요? 남의 이야기 하듯 하라고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야기 만들기의 원칙, 아름다운 거짓말의 원칙을 논의하자는 겁니다. 만든다는 것은 어떤 장르가 되든지 간에 몇 개의 기본적인 원칙이 있습니다. 게다가 시나리오의 경우라면 100분 내외의 시간적 제한도 있습니다. 또한 우리들의 거짓말은 누군가가 극장까지 오는 수고로움을 겪어야 합니다. 돈도 지불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사정이 이러한데 내 하고 싶은 대로 마구 이야기해서는 곤란하겠지요. 세상 사람들의 공통적인 내면적 감정선을 무시할 수가 없겠지요. 무시 정도가 아니라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겠지요.

 그래서 앞서 살았던 이야기꾼들은 이야기의 문법이라는 장치를 고안해 두었나 봅니다. 수천 년 전 희랍의 아리스토텔레스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지요. 시학이라는 책에 이야기 문법을 자세하게 기록해 두었지요. 그것은 지금도 절대 효용가치가 있는 문법이지요. 
 
 화가 지망생은 석고상 뎃생 연습부터 시작합니다. 피아노를 시작할 때 바이엘 교본을 연습합니다. 이야기꾼 지망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야기 만들기에도 기본적인 문법 익히기는 필연적으로 거쳐야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구성이라는 문제를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영화이야기의 구성은 어떤 이는 세 개의 묶음으로 나누지요. 즉 시작, 중간, 결말이라는 원칙을 세워둡니다. 또 어떤 이는 기승전결이라는 네 묶음으로 구별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이는 여덟 개의 시퀀스로 나누기도 합니다. 그 종류는 다양한데 그 문제는 구성에 관해서 논의할 때 다시 말씀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지금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원칙은 그런 형식적 원칙 이전에 작가적 시선의 원칙에 관해서 입니다.
 


김전한
1991년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 당선
2008.03~ 동아방송예술대학 영화예술과 겸임교수
2005년 영화 녹색의자 (각본)
2007년 영화 69년, 달의 궁전 (각본 및 연출)
2011년 영화 다슬이 (기획) 2007년 영화 69년, 달의 궁전 (각본 및 연출)
2011년 영화 다슬이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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