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도서관 탐방] (2) 국우동 ‘어린이청소년도서관 더불어숲’

설립자 떠나고 자원활동가가 운영 도맡아
뉴스일자: 2014년06월23일 17시25분

[편집자 주] 빼곡하게 들어찬 책장에 주눅이 들기 쉬운 대형도서관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책과 친해지는 것도 어려운 데 먼 거리를 찾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마을 속 작은 도서관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뉴스민>은 대구지역 마을도서관과 이를 가꾸어 나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 독자들과 나눌 예정이다. 우리 마을 도서관을 알리고 싶은 이들은 뉴스민(newsmin@newsmin.co.kr, 010-6530-0027)으로 연락을 부탁한다.

대구 학남중학교 옆 해일빌딩 3층 ‘어린이청소년도서관 더불어숲은 성인 도서를 포함 약 4만 권의 책과 일반 열람석, 영유아 열람실과 2개의 다목적 모임방을 갖춘 작지 않은 규모의 사립공공도서관이다. 경사 진입로와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다.

도서관을 들어서면 키 낮은 책장들과 곳곳에 놓인 귀여운 인형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에 띈다. 열람실은 어린이책들이 꽂힌 낮은 책장들을 가운데 두고 키 큰 책장들을 둘러 세웠다. 두 면은 넓은 유리창이라 밖이 훤히 보이고 빛이 잘 들어왔다. 영유아열람실은 영유아 대상 그림책과 앉은뱅이 탁자가 놓여있어 아이들과 편히 책을 읽을 수 있다. 열람실과 구분된 모임방은 주로 동네 주민들이 사랑방처럼 쓰는 곳이다. 다른 한 곳은 칠판과 수업용 책상, 빔프로젝트 같은 교구가 갖춰진 교실이다.

책은 이용자들의 요구를 받아 자원활동가들 모임에서 정해서 사는데, 해마다 2천만 원 이상의 책을 구입한다. 공립도서관보다 적은 예산이지만 독자의 눈으로 책을 정하다 보니 신작과 베스트셀러는 물론이고 고가의 학습참고도서도 웬만한 공립도서관만큼 갖추고 있다. 영어 어린이책과 영상교재도 열람실 한편을 채우고 있다.

하교시간이 지나자 가방을 든 초등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들어오더니 영유아열람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교과서와 노트를 꺼내거나 책장의 책을 찾아와 읽는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삼삼오오 드나들었다. 이들은 열람석에서 책을 읽는가 싶더니 곧 자리를 떴다.

자원활동가 갈임선 씨의 말이다. “오후는 늘 이렇다. 마을도서관이고 학교와 학원이 가까워 드나드는 학생들이 많다. 숙제도 하고 책도 읽는다. 학원에 가면서 시간이 남아도 오고, 집에 가면서 들르기도 한다. 초등학생들은 자리를 두고 다툼을 하는 경우도 있어서 긴장해야 한다. 주부들이 찾는 오전은 많이 한가하다. 자원활동가들도 책을 읽을 여유가 있다.”

더불어숲은 10명의 자원활동가가 운영하고 있다. 시간을 정해 사서의 역할을 하고, 각종 수업이나 모임을 진행한다. 구청에서 도서관을 지원하기 위해 1명의 공공근로 근무자를 보내고 있지만 3개월 단위로 근무하고 근로시간이 주중 4시까지로 짧다. 정작 바쁜 시간인 주말이나 오후 시간은 여전히 자원활동가들의 몫이다.

도서관장 원수연 씨도 자원활동가 가운데 한 명이다. 2012년 전임 관장이 물러나면서 후임자가 나서지 않자 2013년부터 도서관장을 맡았다.

원수연 씨의 말이다. “2006년 처음 도서관을 알게 되었고 그해부터 자원활동가로 나섰다. 그때는 이용자도 자원활동가도 많았다. 경쟁하듯 일을 한 것 같다. 그런 힘으로 사립공공도서관을 계획하고 이뤄냈다. 2009년에 구립구수산도서관도 생기고, 뒤로 두 개의 사립공공도서관이 더 생겼다. 그때부터 이용자들이 줄었다. 집 가까운 도서관을 찾으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리고 전임 관장이 귀촌하면서 공백이 생겼다. 그건 우리 자원활동가들이 맡을 수밖에 없었다. 관장이 된 것은 특별한 열정과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더불어숲을 사랑해서다. 그리고 내가 제일 시간이 많았다.(웃음)”

더불어숲이 올해 개관 20주년, 국우동 이전 10주년을 맞았다. 설립자도 상근 운영자도 없이 마을 주민들인 자원활동가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도서관 문을 여는 날과 시간을 어기지 않는다.

더불어숲은 1994년 3공단 가까운 침산동에서 '일하는 사람과 지역주민을 위한 도서실’로 출발했다. 2002년, 공공도서관이 없었던 신도시 칠곡으로 오면서 어린이청소년 도서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더불어숲의 설립자인 구경래 초대 관장은 공공도서관이 개인의 소유물일 수 없다며 자원활동가에게 운영을 맡기고 관장에서 물러났다.

더불어숲은 주중 10시부터 19시까지 문을 열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쉰다. 공공도서관이니 누구나 무료로 책을 볼 수 있다. 다만 여느 사립도서관처럼 대출은 회원에 한해서 가능한데, 회원이 되려면 1년에 1만 5천 원의 회비와 가입할 때 한 번 1만 5천원을 내야 한다. 가입비는 탈퇴할 때 돌려준다. 전화 053-326-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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