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무대 오르다 다친 장애인, 대구시의 59cm 차별무대

대구시, 4월 4일 경사로 없는 무대 설치...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뉴스일자: 2014년04월21일 01시05분

▲대구시는 4월 4일, 228공원 청소년광장에 무대를 설치했다. 그러나 장애인 접근을 위한 경사로가 없었고, 장소 사용을 이전에 승인받은 단체의 항의로 간이경사로를 설치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 중증장애인 김정희(38) 씨는 기념행사장이 아닌 228기념공원에 왔다. 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결의대회에서 퍼포먼스 공연을 준비했던 터라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예행연습을 위해 무대에 오르던 그의 휠체어가 뒤집혔다. 나무로 만들어진 59cm 높이의 무대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시설은 없었다. 접이식 간이 경사로가 설치돼 있었으나, 부실했다. 옆으로 조금만 비켜나도 탈선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조차 없었다. 이 부실한 경사로 탓에 정희 씨는 머리를 바닥에 부딪쳤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았다. 분하기도 했지만, 정희 씨는 다시 공원을 찾았다. 자조모임을 함께하던 동료들과 준비했던 공연을 위해서였다. 한 번 넘어뜨린 경사로를 세차게 올랐고, 휠체어는 다시 휘청거렸다.

정희 씨뿐만 아니었다. 228공원 청소년광장 무대에 오르던 장애인들은 부실한 경사로가 원망스러웠다. 아니, 차라리 무대가 없는 편이 나았을지 모른다.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무대를 장소로 섭외한 주최 측 탓일까. 아니다. 결의대회를 주최한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가 장소를 섭외할 때만 해도 228공원 청소년광장에는 높이 59cm의 무대는 없었다.

장애인지역공동체 이민호 활동가는 결의대회 준비를 위해 지난 주말, 228공원으로 답사를 갔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터라, 무대와 주변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공원에 도착해 청소년광장으로 들어선 이민호 활동가 앞에는 오를 수 없는 문턱이 서 있었다. 조명과 지붕만 서 있던 광장에 높이 59cm의 나무 무대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봤지만, 경사로를 발견할 수 없었다. 자신도 무대에 오를 수 없었고, 20일 행사에 참여하는 다른 장애인들도 무대에 오를 수 없었다. 지난 3월 11일 대구시설관리공단에 장소 대여를 요청할 당시까지만 해도 무대는 없었다.

▲20일 행사 사전 답사를 위해 228공원을 방문한 이민호 활동가는 경사로 없는 무대를 발견했다. 행사 신청 당시까지만 해도 없던 무대였다.

그는 대구시설관리공단에 어찌 된 영문인지 확인을 요청했다. “우리가 설치한 게 아니라, 대구시 청소년과에서 설치한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갑자기 이 무대는 왜 들어섰을까. 지난 15일 기자는 대구시 사회복지여성국 청소년과 김재훈 주무관을 만났다. 김재훈 주무관은 “청소년광장은 지금까지 임시무대를 설치한 상태로 사용하다 보니 파손이 많았다. 청소년들이 공연할 수 있는 상설무대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4월 4일 설치를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무대를 설치한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그러면 왜 무대에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지 않았을까. 김 주무관은 “4월 12일 청소년 문화존 개막행사에 맞춰 서두르다 보니 시간이 빠듯했고, 예산이 적어 놓친 부분이 있다. 죄송하다. 4월 20일 행사에는 지장이 없도록 접근 가능한 임시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간이경사로를 무대에 연결하는 임시조치였다. 그 임시조치 탓에 김정희 씨는 장애인의 날, 무대에 오르다 휠체어가 뒤집히는 사고를 당했다. 59cm에서 떨어진다고 큰 사고가 나겠느냐고 할 수 있지만, 철제 경사로와 몸무게만큼 나가는 전동휠체어는 사람 몸에 부딪히면 위험물로 돌변한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우리는 장애인을 사랑한다’며 많은 행사를 펼치지만, 아직 멀었다. 청소년 문화존 행사 개막에 맞춰 서두르느라 장애인 접근시설을 갖추지 않았다는 대답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 청소년은 없었을까. 생각도 안 해봤을 것이다. 장애인은 시설에서 동정받는 사람이지 광장에 나와 문화 공연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게 머릿속에 있을 테니 말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체육관에 모아놓고 부를때만 오면 되니까.  

▲김정희 씨는 무대에 오르다 휠체어가 뒤집히는 사고를 당했다. 병원에서 치료후 공연을 위해 다시 찾은 그녀. 간이경사로가 위태위태하다.

천만다행이게도 다친 정희 씨의 외상은 심각하지 않았다. MRI 검사는 아직 하지 않았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228기념공원은 시민이 이용하는 공원이다. 앞으로도 위태위태한 간이경사로에 휠체어를 의지해야만 할까. 대구시는 고정시설물 설치를 위해서는 예산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언제 가능할지는 확답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구시설관리공단도 마찬가지였다. 장애인 접근시설 설치 여부와 관련해 김광수 대구시설관리공단 228기념공원 관리 담당자는 “우리가 관리 주체지만, 시설물 설치는 청소년과에서 담당해 개보수는 대구시와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 확보가 먼저 필요하다는 말은 맞다. 그런데 법률은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은 모를까. 장애인 차별 금지법 제18조(시설물 접근, 이용의 차별금지) 조항은 “시설물의 소유, 관리자는 장애인이 당해 시설물을 접근, 이용하거나 비상시 대피함에 있어서 장애인을 제한 배제 분리 거부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시행령을 통해 이 시설물의 대상과 범위는 2009년 4월 11일 이후 신축과 개축 시설물로 정하고 있다. 228공원 청소년광장 무대는 2014년 4월 4일 완성됐다.

59cm 차별무대를 만든 대구시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삐걱거리는 국가재난대응시스템을 보면서 느낀점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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