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만화산책] (9) 힌디어로 말하는 도라에몽

방글라데시는 왜 도라에몽 방영을 중단했을까
뉴스일자: 2014년04월03일 14시48분

도라에몽은 미래에서 온 로봇입니다. 저와 조우한지는 꽤 되었어요. 하지만 홍금보를 똑 닮은 그분이 고양이라는 것도, 성별이 있다는 것도 한참 동안 몰랐습니다. 어느 날 암고양이에게 사랑 구걸하시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리고 생각했죠. 로봇도 성 기능을 할 수 있구나. 그분의 미래는 고자 없는 세상이구나.

[출처=http://2.bp.blogspot.com/-40-nLbunM84/T9nJbf0SMII/AAAAAAAAAy8/jAra1VAIMFo/s1600/index.jpg]

그분이 과거로 날아온 이유는 노비타(한국 이름 진구)라는 어린이를 만나기 위해서랍니다. 미래의 노비타는 방탕한 생활로 고통받고 있거든요. 노비타의 과거를 바꾸는 게 그분의 미션이에요.   

제가 그분께 그리 무심했어도 팬은 팬이어요. 암컷이든 수컷이든 고양이든 개든 상관없거든요. 단지 인간적이었기 때문이거든요. 그분은 저와는 다른 미래출신이고요, 온갖 도구를 다 가지고 있어서 위화감도 들어요. 하지만 그분은 그런 능력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아요. 오히려 노비타 녀석의 말에 귀 기울이다 꾐에 넘어가시기도 하죠. 그게 그분의 힘이고 매력이에요. 그게 제가 도라에몽 빠순이가 된 이유였어요.

그분의 인기는 세계적이에요. 그러다 보니 2008년엔 뜻하지 않게 감투도 쓰게 되셨죠. 일본 외무성에서 그분을 애니메이션 문화대사로 임명했지요. 문화외교를 해보라는 거지요. 그때부터 도라에몽님은 문화대사로 전 세계를 누비기 시작하셨죠. 저어기 아시아 서남부에 있는 방글라데시까지 그 인기가 장난이 아니었데요.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한국의 뽀통령 버금가는 수준이라면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아시겠죠? 그런데 2013년에 도라에몽님의 방글라데시 티비 출연이 금지되었어요. 도통령님 출연 장면이 이웃나라 인도의 힌디어 더빙 버전이라서 그렇데요. 방글라데시 어린이들은 만화 대사를 잘만 알아들었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금지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그것은 방글라데시라는 이름과 관련이 있데요. 방글라데시, 그 이름을 들으면 방글방글 웃는 모양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사연이 있는 이름이래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린 도통령님처럼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필요합니다. 방글라데시라는 이름이 탄생한 시절로요. 자, 한번 떠나 봅시다.

영국의 인도 식민 지배 시절이네요. 앗! 인도 사람들이 화가 많이 났네요. 영국이 침략도 모자라 피부색이 다르다고 차별까지 하네요. 사람들이 부글부글 끓네요. 특히 인도 벵골 지방에서 민족운동이 일어나네요. 영국이 벵골 지방을 노려보고 있네요.

어떻게 하면 쟤들을 잠재울 수 있을까? 오호라! 무릎을 탁 치네요. 꼼수가 떠올랐나 봐요. 벵골은 크게 두 가지 종교가 있어요. 서쪽 동네 사람들은 힌두교를 믿고 동쪽 동네 사람들은 이슬람교를 믿어요. 영국이 동쪽 서쪽 사람들을 모아놓고 격투기 하자고 부추기네요. 너희는 적이야, 나눠줄 테니 차이점을 확실히 느끼고 민족 분열을 시작해보라는 거예요. 벵골 분할령이라는 거창한 이름도 붙여주네요. 참, 사람을 뭘로 보고, 영국의 꼼수가 육갑으로 진화하는 순간이네요. 인도인들은 그 얍삽함에 혀를 내두르고, 영국 혐오는 불붙다 못해 튀겨지고 있군요!

아얏! 영국은 제 발등을 사정없이 찍어버리고 말았어요. 명목이지만 인도인들의 자치권을 인정해 주어야만 했죠. 이렇게 한 발 두 발 인도인들의 독립 투쟁에 뒷걸음질치던 영국은 결국 인도 독립을 선언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 전에 영국이 동벵골과 서벵골의 차이를 너무 강조했던 탓인지 동벵골은 이슬람 국가로 새 출발을 결심했어요. 그것이 바로 파키스탄이었어요.

▲방글라데시 독립 전 파키스탄의 지도. 서파키스탄 중심의 중앙 정부가 동파키스탄 지역 독립을 주장하는 벵골인들을 향해 진압을 목적으로 무력행사를 시작했다. 이에 동파키스탄 주민이 대량 난민이 돼 인도에 망명했고, 인도 정부가 1971년 12월 3일에 개입하여 파키스탄군이 1971년 12월 16일에 철수하면서, 동파키스탄은 ‘방글라데시’로 독립하였다.

독립 당시 파키스탄엔 두 개의 언어권이 있었어요. 서부는 우르두어, 동부는 벵골어를 썼죠. 정치적 주도권은 서부에 있었는데, 동부사람들한테는 물어보지도 않고 제멋대로 다 우르두어로 통일하자고 밀어붙이는 게 아닙니까? 평생 경상도 사투리 쓰고 살았는데, 내일부터 넌 제주말 씁서예 그게 표준어마씨 하면 예 고맙쑤다 할 수 있나요? 그렇게 동부 사람들의 봉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벵골어도 공동 국어로 인정해달라! 이는 결국 동부의 독립운동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벵골어의 땅이라는 뜻인 방글라데시가 탄생했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벵골어가 어떤 의미인지 이제 알겠어요. 그래요, 흡수력이 스펀지 버금가는 어린이들이 힌디어 더빙 버전의 도통령님과 이야기하다 보면 소중한 국어인 벵골어를 배우는 게 힘들어질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방글라데시 정부는 도통령 팬들의 후유증은 생각해 보셨는지? 저는 같은 팬으로서 방글라데시 어린이들의 도라에몽 금단현상이 심히 걱정됩니다.

방글라데시의 티비 채널은 스무 개도 넘습니다. 그런데 어린이 프로그램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예요. 이제 방글라데시 어린이들은 무엇을 보아야 하죠? 무엇을 보면서 도라에몽을 통해 얻었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나요? 그것이 좋지 않은 것에 중독되었던 거라면, 그 중독을 끊으려는 방안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도통령은 어린이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어린이의 마음을 전혀 이해 못하는 정부에 의해 탄핵을 받았지요. 방글라데시 정부는 도라에몽이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를 돌아봐 주었으면 싶네요. 이 사랑은, 그가 쓰는 언어 때문이 아닙니다. 어린이들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했기 때문이지요. 도라에몽의 만능성이란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능력이 아닐 겁니다. 소통하는 능력이죠. 절대 듣지 않고는 소통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두고두고 도통령을 그리워하며 슬픈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될지도 모릅니다.
 


강기린
만화도 문화다, 오락 그 이상의 만화,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강기린은 척척팩토리의 서브라이터이자 만화평론가입니다.
척척팩토리는 만화 창작집단으로 네이버에 <7번국도아이>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뉴스클리핑은 http://newsdg.jinbo.net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