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날] 김전한의 스토리텔링 (2)

이야기의 연대기, 산소같은 이야기
뉴스일자: 2014년03월22일 15시36분

[글쓴이 주] 예전에 어른들은 말씀하셨죠. 글쟁이가 되면 배 곯으며 살 팔자라고요. 그러나 요즘 세상은 반대가 되었지요. 뭔 일을 하든지 글쓰기를 못하면 굶어죽기 십상입니다. 바로 스토리텔링의 시대이기 때문이지요. 글쓰기, 즉 이야기 만들기가 세상의 근원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 원고는 이 시대의 화두인 스토리텔링에 관한 강의 노트입니다.

Chapter 1  스토리텔링의 시대.

2. 이야기의 연대기
 
이야기의 연대기부터 간략하게 살펴봐야겠네요. 문자가 없던 시절엔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가 전달되었겠지요. 그것을 이름하여 전설이라고 하지요. 전설 중에서도 권력자의 필요에 의해서 좀 더 구체화 시킨 것을 신화라고 하고요.

문자가 생겨 나온 이후 근현대까지 이야기는 주로 소설이라는 형식이었지요. 지금도 소설이 이야기 영역의 맏형 역할을 하고 있지요. 그러나 스토리텔링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정통적인 이야기 형식인 소설 위치가 계속 맏형 역할을 하게 될까요? 그 자리는 간당간당거리는 처지입니다. 정통적으로 우리는 이야기를 만나려면 주로 소설을 찾았지요. 그러나 요즘은 이야기가 소설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소설책에서만 갇혀있던 이야기가 사방팔방 날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도 이야기가 있습니다. 영화관에도 이야기가 있습니다. 만화의 경우는 어떨까요? 과거엔 만화가 어린이들의 이야기 놀이였지요. 그러나 요즘은 그 경계도 무너졌습니다. 웹툰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만화이야기는 어른들의 이야기 놀이가 되었습니다.

광고에도 이야기 한 자락을 얹어주어야만 집중이 됩니다. 특정 지방의 홍보에도 이야기를 앞세우게 되었습니다. 자아 상황이 이러한데 이야기의 맏형인 소설이 그 위치를 계속 지킬 수 있을까요? 소설의 위치는 앞으로 계속 위축될 것입니다. 아마도 스토리텔링이 그 자리를 대체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것은 막연한 추측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야기 장르의 다양한 매체 등장 때문입니다. 소설의 이야기 형식만으로는 이 숱한 이야기 매체를 모두 수용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소리와 영상과 눈앞에서 직접 생생하게 벌어지는 이야기 장르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중들이 종이 속의 문자만으로 이야기를 즐길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매체는 다양하고 그 다양함 안에 일관된 중요지점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라는 기둥이겠지요.

근래 들어 스토리텔링이라는 단어가 유행되어버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다양한 매체로 확대 재생산이 될 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경제적 부가 가치입니다. 이전 시대에 소설가는 책을 팔아서 그 일부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 이야기를 만들어서 다양한 매체로 이동합니다. 경제적 결과물은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겠지요. 이야기 하나로 엄청난 부의 창출을 하였다는 소문들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쯤 되면 스토리텔링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소문이 아닌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렇게나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3. 산소 같은 이야기

이야기의 본능에 관해서 먼저 들여다봐야겠네요. 자아 여러분들의 하루를 되짚어 봅시다요. 우리는 이야기라는 장르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아 넣는지를 계산해보자는 거지요. 출근길 지하철부터 시작할까요. 전철을 기다리는 자투리 시간에 시선을 돌리면 역 플랫폼 벽에 걸린 감동스토리의 사연을 읽습니다. 우리 삶에 용기를 주는 스토리들이 대부분이지요. 짧은 순간이지만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전철을 탑니다. 전화기를 열어서 웹툰을 연결합니다. 그 복잡한 공간 속에서 키득거리는 웹툰은 지하철의 숨 막히는 공간을 잠시 잊게 해줍니다. 누군가는 손전화로 드라마도 봅니다. 길거리의 광고 전광판에선 광고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요즘 광고란 게 대부분 스토리를 담은 이야기입니다. 잡지를 뒤적입니다. 영화정보가 쏟아집니다. 드라마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서점에는 매일 이야기책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영화와 드라마, 만화와 소설에 우리는 많은 시간과 관심과 돈을 지불합니다.

전기세, 주거비용, 생활용품 비용 등을 지불하면서 늘 불만이 많습니다. 우리가 생존하는데 왜 이렇게나 지불해야 할 것들이 많을까? 그러나 이야기 관련되는 곳에 지불하는 돈은 별로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전기가 없으면 우리의 일상은 엉망진창이 됩니다. 그 필수품을 쓰고도 지불하는 돈에 대해선 비싸네, 어쩌네 불만이 많습니다. 그러나 얼핏 생각해보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이야기에 지불되는 돈에 대해선 그다지 불만의 마음이 없습니다.

불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야기에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하는지 못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광고에서도 스토리로 감동을 준 상품을 선뜻 사게 되는데, 사실은 그게 제품 자체를 사들인 게 아니라 스토리를 샀는데도 우리는 그것을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자아, 여러분의 일상을 꼼꼼하게 역 추적해보세요. 가만히 셈 해보면 으흑 싶을 거예요. 이야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나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구나 싶을 것입니다. 

요즘은 인터넷 다운로드로 드라마를 몰아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돈을 지불하지요. 그리고 이 경우엔 돈보다도, 엄청난 시간을 소비합니다. 밤을 꼴딱 세우는 거지요. 다음날 일상생활에 지장이 올 지경이지요. 폐인들의 시대가 시작 된 거지요. 이야기 폐인 말입니다. 옷 때문에, 일 때 문에, 자기 업종의 연구 때문에 폐인되었다는 소리 들어보셨나요? 아주 극소수의 사람 제외하고는 그런 일은 잘 없지요. 그러나 이야기 폐인들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사항입니다. 이야기 폐인은 오늘의 일만은 아니랍니다. 


김전한
1991년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 당선
2008.03~ 동아방송예술대학 영화예술과 겸임교수
2005년 영화 녹색의자 (각본)
2007년 영화 69년, 달의 궁전 (각본 및 연출)
2011년 영화 다슬이 (기획)

이 뉴스클리핑은 http://newsdg.jinbo.net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