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날] 사랑, 초록에 젖다.

사랑과 침묵
뉴스일자: 2014년03월22일 15시30분

ⓒ이영철

작품정보
사랑, 초록에 젖다. 116.8cm x 91cm, 캔버스에 아크릴릭

편지3. 사랑... 그대

보석처럼 빛나기만 하는 사랑이란 없어요.
사랑의 주름마다 어둠이 고여 있고
그 어둠이 빛을 빛나게 해요.

그리하여 달 항아리처럼 완벽한 사랑이란 없어요.
사랑은 사금파리처럼 깨어져서야
그 상처에서 빛이 나는걸요.

그대도 아시죠, 하나 되는 사랑이란 없어요.
사랑은 나의 그대를 온전한 타인으로 세우는 일이었고
온전히 타인인 그대는 언제나 나의 몸살이었어요.

빛바래지 않는 사랑이란 없음을 이제야 깨달아요.
사랑이란, 빛깔들이 지워진 그 자리에
희미한 얼룩으로 지는 일이었기 때문이에요.

사랑은 사랑으로 불리지 않아요.
그대 사랑을 사랑으로 부르지 마세요.
사랑, 하고 부르는 그 힘마저 사랑으로 녹아들어요.

아, 달콤하고 뜨거운 형벌이었어요.
사랑... 그대.

편지4. 사랑과 침묵

당신은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내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요, 말로의 고백은 사랑을 응고시킵니다.
당신의 수 천 번의 사랑한다는 말은
시내처럼 물이 되어 내 가슴을 흘러내립니다.

그러나 사랑은 침묵에 더 가깝습니다.
입김처럼, 공기에 더 가깝습니다.

둘의 공간을 가로지르는 달콤한 공기의 흐름,
우연한 옷깃의 부드러운 스침,
서로의 어깨에 내려앉아 반짝거리는 햇볕처럼
사랑은 침묵의 말을 필요로 합니다.

말 없음의 깊이가 사랑의 깊이 일 때도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것을 아는데 너무 오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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