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날] 연가

편지1. 눈부신 환청과 같은
뉴스일자: 2014년03월08일 10시34분

▲연가. 91cm x 45.5cm, 캔버스에 아크릴릭 ⓒ이영철

편지1. 눈부신 환청과 같은

찻집에 머리를 맞대고 앉은 두 사람을 봅니다.

사랑은 대평원을 달리는 말발굽 소리와 같습니다.
땅을 울리며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소리처럼
우리의 가슴은 그것이 다가옴을 느낍니다.
사랑이, 그 사람이 어떻게
우리 마음의 꽃밭을 짓밟을지는 생각하지도 않은 채
눈부신 환청과 같은 빛으로
웅웅거리는 벌들의 소리로 우리 마음을 가득 채웁니다.

처음 시작하던 우리의 사랑도 오로지 온전함이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낱낱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당신은 오직 하나의 온전함으로 내게 다가왔습니다.
당신의 이러저러함이 사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당신의 모든 것이 사랑의 영토가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경이로운 어리석음이었습니다.

사랑은 어리석음이 눈부실 수 있는 유일한 삶의 지평.
저 둘은 커피를 사이에 두고 그 지평을 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편지2.여자인 남자들

기다림은 나무와 꽃과 여성의 것입니다.
빛나는 어리석음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여성입니다.
그들만이 사랑을 기다릴 줄 압니다.
 
노래처럼 시처럼 기다림에 지친 솔베이지는 재가 되고
기다림에 타고 남은 재는 기름이 되어 다시 타오릅니다.

사랑을 잃고 슬픔으로
가버린 그 사랑을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남자들도
아직 사랑하기 때문에 여성인 사람들입니다.

찻집 유리창 앞에 한 남자가 앉아
낙엽을 따라 툭툭 지고 있습니다.
너무 사랑하여 그 여자처럼 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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