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날] 김전한의 스토리텔링 (1)

이야기가 산업이라 하네요?
뉴스일자: 2014년03월08일 11시19분

[글쓴이 주] 예전에 어른들은 말씀하셨죠. 글쟁이가 되면 배 곯으며 살 팔자라고요. 그러나 요즘 세상은 반대가 되었지요. 뭔 일을 하든지 글쓰기를 못하면 굶어죽기 십상입니다. 바로 스토리텔링의 시대이기 때문이지요. 글쓰기, 즉 이야기 만들기가 세상의 근원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 원고는 이 시대의 화두인 스토리텔링에 관한 강의 노트입니다.

Chapter 1  스토리텔링의 시대.

1. 이야기가 산업이라 하네요?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단어 중에 하나가 스토리텔링입니다. 스토리는 소설. 영화. 만화. 게임. 연극 등 이야기 예술 장르의 원재료입니다. 네, 이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전혀 다른 장르에서도 스토리텔링이라는 단어들이 결합이 되고 있네요. 지방자치 단체에서도 스토리텔링을 내세우고 있지요. 물건 파는 마케팅에서도 그 단어가 간판 메뉴로 등장하였고요. 정치 슬로건에서 놀이공원, 심지어 자기계발 강연에서도 단골 메뉴가 되어있네요.

스토리텔링이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여기저기 불려다니고 있네요. 스토리텔링이라는 단어가 세상의 모든 업종에 다 들러붙어 있는 상황입니다. 스토리텔링이 우리 사회에 확산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최근의 일이지요. 그러니 의심을 해볼 수밖에 없지요. 혹시 유행처럼 번지는 소문인가? 그 유행의 실체는 무엇일까? 의문이 드네요. 스토리텔링은 미래의 유력한 산업이라고 까지 하네요. 스토리가 산업이라고요? 이야기가 산업이라니, 정말 그럴까요? 예전에는 스토리라고 하면 뜻풀이가 간단했지요.

누군가가 질문합니다. “스토리가 뭐죠?”
대답은 간단합니다 “이야기이지요!”

그런데 스토리 라는 단어에 텔링이 붙는 순간, 이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네요. 스토리에 텔링이 결합하자 이 단어는 엄청난 확대 재생산을 하네요. 너무나 많은 장르와 산업분야에 스토리텔링이 얹혀 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인간이 생겨난 이래 이야기는 끊임없이 생산되고 유통되었지요.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즐겨 왔었지요. 인간의 삶 속에 이야기는 공기처럼 늘 우리 곁에 있었지요. 그렇지만 요즘처럼 구체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된 적은 없었습니다. 갑자기 왜 이 시대에 스토리텔링이라는 단어가 화두가 되었을까요? 스토리텔링, 즉 이야기 장르는 예술의 범주에 속해졌는데 지금은 미래의 산업이라고 까지 하게 되었나요?

네 이것이 중요한 지점입니다. 예술이라는 단어를 밀어내고 대신 산업이라는 단어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네요. 이야기가 산업이다. 어딘지 생뚱맞긴 하지만 그것이 현실입니다. 인터넷에 스토리텔링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세요. 아마도 소설이나 영화 장르보다 마케팅 분야에서 이 단어가 더 많이 검색될 것입니다. 이것만 봐도 스토리텔링이 예술이기보다는 산업의 분야인 것은 확실하네요.

이 단어는 마치 트로이 목마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병사들 같네요. 목마에서 쏟아져 나온스토리텔링은 삽시간에 우리 사회 전 분야를 장악해 버렸네요. 그리고 트로이 목마는 쉬지 않고 우리 사회에 계속 진격해 올 것이라고 하네요.

스토리텔링~! 입술을 모아서 이 단어를 궁글려 봅니다. 텔링 이라는 단어의 느낌이 참 좋네요. 텔링링링 거리며 기분 좋게 굴러가는 수레바퀴 같네요. 텔링링링거리며 기분 좋은 보폭으로 이 단어를 좇아가 볼까요?


김전한
1991년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 당선
2008.03~ 동아방송예술대학 영화예술과 겸임교수
2005년 영화 녹색의자 (각본)
2007년 영화 69년, 달의 궁전 (각본 및 연출)
2011년 영화 다슬이 (기획)


이 뉴스클리핑은 http://newsdg.jinbo.net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