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사흘간 내린 눈으로 지붕 무너지고 2명 사망

공장 지붕 무너진 5개사 모두 현대차 협력사
뉴스일자: 2014년02월12일 16시32분

사흘간 내린 눈으로 울산에선 5개 공장의 지붕이 무너져 2명이 죽고 4명이 다쳤다. 5개 공장은 모두 현대자동차 협력사로 모두 울산 북구에 위치해 있다.

북구 효문공단에 있는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세진글라스 지붕이 무너져 1명 사망, 2명이 부상당했다. ⓒ용석록 기자
 

매출은 많아도 순이익 얼마 안돼
해마다 적자 보는 부품사도 많아
완성차 양보해야 후진국형 사고예방

원청인 완성차와 협력사들의 상생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 같은 후진국형 사고는 언제든 재발할 수밖에 없다.

11일 새벽 1시 17분께 쌓인 눈 때문에 공장동 지붕이 무너진 덕양산업은 자타가 공인하는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로 한 해 매출만 1조원에 육박하는 큰 회사다. 덕양산업은 지난 2012년 매출액 9,063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만 40억 넘게 냈다.

10일 밤 9시 30분께 쌓인 눈 때문에 공장 지붕이 무너진 북구 효문동 동진오토텍도 자회사 세곳을 거느린 현대차 중견 협력사다. 동진오토텍은 효문동 공장 외에도 현대차 울산공장 안에 동진기업이란 사내하청사 동진기업과 포장화물 사업을 하는 동진로지텍과 효문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동진오토텍은 지난해 3월 울산시 중소기업 가운데 최고액의 세금을 내 납세왕으로 뽑히기도 했다.

10일 밤 10시 18분께 공장에서 야근 중이던 고교 실습생이 폭설로 무너진 지붕에 깔려 안타깝게 숨진 북구 농소동 모듈화산업로에 있는 금영ETS 역시 지난 2001년 설립돼 자본금 17억원 가량의 현대차 협력사다. 금영ETS는 2002년 노동부로부터 클린 사업장으로 지정됐다.

11일 새벽 0시 41분께 공장 지붕이 내려 앉아 야근중 밤참을 먹고 쉬던 노동자 이모 씨(37)가 숨지고 박모 씨(36) 등 2명이 다친 울산 북구 효문동의 세진글라스도 중견 현대차 협력사다. 세진글라스는 지난 2012년 말 기준으로 자산 657억원에 한매 매출만 378억을 기록했다.

11일 낮 12시께 공장동이 붕괴돼 2명의 노동자가 다친 북구 효문동의 울산센트랄도 현대차 협력사다.

이처럼 이번 폭설로 공장 지붕이 무너진 5개 기업 모두 자동차 협력사다. 이들은 나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견실하게 운영해왔지만 최근 원청인 완성차들의 납품단가 압력에 시달려 큰 이익을 내지 못하거나 해마다 순손실을 입는 경우도 있어 미쳐 공장 시설 보완 여력이 없었다.

30대 노동자가 숨진 세진글라스는 2011년과 2012년 당기순손실이 해마다 34~46억원 가량 발생했다. 공장을 운영하면서 적자를 봤다는 소리다. 이 회사는 이번 폭설로 가로 200미터, 세로 100미터 가량 되는 지붕이 내려앉아 사망자를 냈다.

북구 효문공단과 모듈화단지 안에 들어선 공장들은 대부분 수평 지붕으로 설계돼 있고, 지붕 재질도 경량 판넬이라 적은 눈에도 하중을 견디기 어려운 구조다. 한해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비교적 큰 업체인 덕양산업조차 지난 2012년 당기순이익이 고작 40억원에 그쳤다.

공장지붕 붕괴 5곳 포함 위험신고 17곳
울주 산간지역보다 바다 가까운 북구·동구에 집중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 동안 16cm의 눈이 내린 울산지역엔 울산 북구에 있는 자동차 협력사 5곳의 공장 지붕이 무너져 2명이 죽고 4명이 다치는 등 모두 40명의 사상자를 냈다. 지붕 붕괴 위험신고로 안전조치가 취해진 곳만 무려 17곳에 달했다.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4공장 외곽 하치장이 11일 눈 무게를 못이겨 일부 무너져 내렸다. ⓒ이종호 기자

울산지역엔 9일 밤 11시 50분부터 대설주의보가 발효돼 11일 낮 12시 30분께 해제됐다.

이번 눈은 산간지역인 양산, 울주군 범서쪽은 적게 내려 내리자마자 녹았으나 바닷가를 낀 북구와 동구에 많은 피해를 입혔다. 울산기상대는 “눈구름대가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됐고 동풍이 불면서 북구와 동구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다”고 설명했다.

11일 새벽 0시 41분께 북구 효문동 현대차 협력사 세진글라스 공장에선 무너진 지붕에 깔려 밤참을 먹고 쉬던 노동자 이모 씨(37)가 숨지고 2명의 노동자가 다쳤다.

이 공장은 얇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을 넣은 경량 판넬 지붕이 수평으로 길게 펼쳐진 구조라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10일 밤 10시 18분께는 북구 농소동 모듈화산업로에 있는 현대차 협력사 금영ETS 공장 지붕도 무너졌다. 이 사고로 공장 안에서 일하던 고교 실습생 김모 군(19)가 깔려 숨졌다.

11일 낮 12시께도 북구 효문동 현대차 협력사 울산센트랄공장 지붕도 무너져 일하던 노동자 정모 씨(44·여)와 박모 시(32)가 병원으로 후송돼고 노동자 70여 명이 대피했다. 이 공장 역시 얇은 판넬 구조라 폭설을 견디지 못했다.

북구 효문동 동진오토텍과 덕양산업도 공장 지붕이 무너져 소방대원 36명이 출동했다. 이밖에도 중구 남외동 경인산업과 남구 여천동 태성공업 등의 공장 지붕도 붕괴 위험에 처했다. 화봉시장의 아케이드 지붕도 일부 붕괴가 진행되는 곳곳에서 지붕 붕괴 신고가 들어왔다. 북구 매곡동 북울산 골프연습장은 10일 오후 3시께 쌓은 눈 때문에 연습장에 쳐 놓은 그물이 무너질 위험에 놓이기도 했다.

교통사고도 빈발해 30여 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났다. 눈길에 택시마저 대부분 운행을 포기해 임산부나 긴급 환자들이 애를 먹었다. 11일 아침 7시께 중구 해오름길에선 임산부 1명이 산통을 호소해 119로 후송됐다. 큰 눈이 내리자 울산시는 전 직원을 비상소집한 가운데 10일 새벽부터 마우나리조트 고개길 등 3곳의 도로를 통제하고 상황실을 운영했다.

졸업 이틀 앞둔 고교 실습생 사망
현대차 협력사 야근하다 무너진 지붕에 깔려

지난 10일 오후 10시 18분께 울산 북구 모듈화산업로에 있는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금영 ETS 공장 지붕붕괴 사고로 숨진 김모 군(19)은 졸업을 불과 이틀 앞둔 고교 실습생이었다.

[ 출처 : 울산저널 ]

고용노동부 <직업교육훈련촉진법> 시행령에는 현장실습생에게 야간노동을 시킬 수 없게 돼 있다. 당시 공장 안에는 숨진 김군 외에서 7명의 노동자가 더 있었지만 김군만 변을 당했다. 울산의 모 공업고등학교에 다니는 김군은 현장실습을 나간 이 공장에서 야근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이날 새벽부터 울산지역엔 폭설주의보가 발령됐지만 현대차 협력사는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았다.

김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친구 3명과 함게 이 공장에 실습을 나왔다. 김군은 주간 근무땐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까지 자동차 부품을 자동화 설비로 나르고 교체하는 일을 했다. 다른 친구들은 졸업을 앞두고 이달 초 모두 그만 뒀지만 김군은 혼자 계속 다녔다.

김군은 이날 야근근무를 마친 뒤 11일 하루를 쉬고 12일에 졸업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김군이 평소 성격이 바르고 체격이 건장해 가족은 경찰이나 군인이 되길 바랬지만 가정형편을 생각해 본인이 일을 하길 고집했다. 김군은 현장실습으로 번 돈을 모두 부모님께 드렸다.

김군의 빈소는 울산 북구 울산전문장례식에 차려졌다. 김군의 아버지는 “사고 1시간여 전까지 아들과 통화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장례식장을 찾은 친구들도 “김군이 늘 웃은 얼굴의 밝은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기사제휴=울산저널:이종호기자, 이정호기자, 이민진기자, 용석록기자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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