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주] 지난가을, 대구학생인권연대는 [대구교육오년지대계]라는 좌담회를 두 차례 열었다. 그중 두 번째 자리의 화두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이었는데, 대구학생인권연대에서 정리한 자료에서 학교 비정규직 고용의 형태는 서른 가지가 넘었었다. 함께 한 많은 사람이 그중 절반 정도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일자리 중 하나로 말해지는 학교에 비정규직 노동이 이렇게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에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참석한 한 교사는 ‘이분들이 어떤 일을 하시는지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거기서 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곧 있을 신년사에서 교육감은 ‘교육가족’의 협력과 행복을 이야기할 것이다. 학교 그리고 교육이라는 한솥밥을 먹는다는 의미의 교육가족. 왜 당신과 내가 가족이냐며 늘 불편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포함되는지 알 수 없는 그 모호한 교육가족이 아니라 좀 더 정확한 말이 있지 않은가. 같은 종류의 일 혹은 직업으로 얽혀있는 사람 그리고 협력과 신뢰가 필요한 사람을 가리키는 ‘동료’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제목, 진냥의 직장 동료를 소개합니다. 진/동/소.
생각하지 못한 난관을 인터뷰 섭외할 때 맞닥뜨렸다. 내 입에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를 릴레이 인터뷰하고자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상대방을 ‘비정규직’이라는 말로 지칭하는 것이 실례되는 행동처럼 느껴졌다. 이미 학교 노동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고, 전사회적으로 약 70%가 비정규직 노동자이지만, ‘비정규직’이라는 말은 상대방을 낮추어 말하는 것 같았다.
주저주저하며 말을 돌려서 인터뷰를 진행하던 와중에 결국 ‘비정규직’이라는 말은 상대방이 먼저 꺼냈다. 대화가 편해짐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민망하고 죄송스러웠다. 그렇게 인터뷰는 어수선하게 시작됐다.
진냥: 먼저 자기소개 좀 부탁드려요.
제이: 저는 35살이고, 고향은 경산 하양 아십니까? 학교는 그쪽에서 다 나왔고요. 대학교는 사회체육과 나왔고요. 사회체육과 나와서... 사회체육과는 교직이수과정이 없거든요. 그래서 교육대학원 진학해서 교원자격증까지 취득했고요. 임용고시를 몇 번 치다가, 안 돼서 다른 일을 좀 하다가, 친구가 대구에서 (스포츠강사를)하고 있어서 이야기하더라고요. 뭐, 이제 좀 확대되는 것 같다, 앞으로 좀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10개월 계약이지만, 앞으로는 무기계약이나 1년 계약으로 해서 계속 바뀔 것 같다. 그래서 (작년보다 올해)뽑기도 많이 뽑아서 지원했죠. 경쟁률도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초등학교에서 스포츠강사를 하는 사람입니다.
진냥: 정식명칭이 ‘스포츠강사’예요?
제이: 네, 정식 명칭이 스포츠강사이고, 업무는 전국 공통이에요.
초등학교에서 스포츠강사로 일하고 있는 제이씨의 주된 업무는 담임교사의 체육 수업을 보조하는 것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몇 과목에 교과전담교사제도가 자리를 잡아 체육교과전담교사가 대부분 체육수업을 맡고 있지만, 교과전담교사 수가 부족하거나 학교마다 상황으로 담임교사가 체육수업을 하는 경우도 절반 가까이 있다. 제이씨는 현재 3, 4학년 체육수업을 맡고 있다.
제이: (수업을 담임교사와)같이 하면 팀티칭이 되는 거죠. 물론 제가 보조를 해도 팀티칭이고. 주로 팀티칭 수업을 하면 주교사/보조교사가 갈리는데 ㅇㅇㅇ선생님 정도 되는 분은 체육에 대해 너무 잘 아셔서 오히려 제가 배우는 입장이고요. 그래서 그렇게 들어가면 선생님이 주도하시고 제가 옆에서 보조하고... 근데 다른 반에 가면 분위기가 좀 달라지죠. 제가 주도할 때도 있고.
진냥: 그럼 보통 두 시쯤까지는 계속 수업이시겠네요?
제이: 네. 계약을 보면, 전일제로 되어있거든요. 중학교 같은 경우에는 시간제로 되어있어서 수업 있는 시간에만 들어가서 수업하고 수업 끝나면 바로 빠지면 되고요. 초등학교는 전일제로 되어있거든요. 다른 교사들이랑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하고. 그렇게 되어있어요. 주요 업무는 담임 선생님을 도와서 수업 보조 역할이고 그 외에 체육대회 지원, 방과후학교 지원, 그리고 학교장의 재량으로 시킬 수 있는 일들이 있어요.
보통 수업 시간을 점심시간 전으로 맞추기 때문에 거의 오전에 수업이 끝나요. 근데 수업 시수가 주당 21시간이거든요. (맡은 반에 똑같은 시간만큼 수업을 들어가고 나면) 시간이 남잖아요, 그렇게 남는 시간은 주당 3시간까지는 방과후수업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수당 없이 그 시간으로 충당하는 걸로. 그래서 배드민턴 방과후수업도 하고 있고요.
주당 21시간이라는 건 아주 많은 수업시수다. 초등학교에서 전담교사들은 보통 주당 16시간 내외의 수업시수를 담당한다. 담임교사들의 수업이 20시간 이상인 것과 달리, 교과전담교사의 수업이 강도가 더 높아서 시수가 적기도 하거니와 해당 과목에 대한 연구시간을 확보하여 수업의 질을 높인다는 본연의 목적을 위해 수업시수를 적게 잡는다. 더구나 체육수업은 물리적인 수업 강도가 더 높으므로 시수를 늘리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다. 제이씨와 같은 학교에는 체육전담교사가 2명 있는데 각각 주당 18시간, 16시간을 담당하고 있다. 학교스포츠강사뿐만이 아니라 기간제교사 등 비정규직 교사의 경우 주당 수업시수가 전반적으로 정규직 교사보다 더 많다. 나 역시 비정규직 교사로 일할 때 주당 23시간 수업을 했었다. 정규직 교사가 된 후에는 교과전담교사일 때는 주당 16시간 수업을 배정받았었다.
제이: 3, 4학년을 맡고 있었는데, 원래는 (반마다 한 시간씩 나누어서 두 학년을)같이 들어가게 되어있었는데, 방학 때 바뀌었더라고요. 1학기 때 3학년, 2학기 때 4학년, 그게 저한테는 좋죠.
진냥: 학기별로 들어가는 학년이 다른 게 더 좋을 거 같긴 한데요, 그걸 결정하는 과정은 어땠어요? 선생님 의사를 묻거나 반영하는가요? 본인의 직무가 바뀌는 거니까...
제이: 뭐, 저는 괜찮습니다. 더 편해졌고요. 그것도 제가 수월하라고 그렇게 바꿔주신 것 같아요. (근데 미리 협의나) 그런 건 없었죠.
진냥: 저는 기간제 교사일 때 교직원회의를 늘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거든요.
제이: 저도 그 기분 알고 있습니다.
진냥: 그죠? 전 굉장히 고민했었거든요 엄청. 그리고 올해 제 옆 반에 선생님이 결혼하셔서 1주일 동안 여행가시고 기간제 선생님이 오셨는데 마침 그때 교무회의가 있었어요. 기간제 선생님께서 가야 하느냐고 물으셨는데, ‘아 안 가도 돼요 선생님. 편하게 계세요’라고 너무 쉽게 대답했었거든요. 근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기간제 교사일 때 교무회의 안가고 혼자 앉아있으면 마음이 더 불편한 적도 있었어요.
제이: 그러니까 저도 여기 와서 느끼는 게, 여기 내가 껴도 되나 그런 게 되게 많았어요. 여기서 낄 자리가 아닌데... 근데 자꾸 오래요. 다 같은 가족인데 가자고. 정작 가면 할 말도 없이 가만히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또 결혼식 생기면 부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 거부터 해서, 친목회비를 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뭐 짧게 생각하면 ‘돈 벌어서 저거 내고 이거 내고 하면 없겠네’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렇죠. 이것저것 따지고 보면 다 뭐 제일 큰 문제는 비정규직이라는 거고요. 거기서부터 보이지 않는 선이 있는 거고. 거기에서부터 그런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같은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선이 있다는 건 공유되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하는 교사와 교사 사이이지만 회식 자리에 앉아서 서로 나눌 이야기 소재는 왜 늘 궁색할까. 사실 공유되는 화제, 관심사는 많은데. 서로의 삶이 만나지 않고 ‘낄 자리’와 아닌 자리가 있고, 소통 구조에서 완전히 배제되진 않지만 내가 참여하든 참여하지 않든 그것에 크게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다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일이다.
제이: 지금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계약 내용을 보면 임금이 177만 얼마로 나와 있거든요. 근데 거기서 4대보험이 나가잖아요. 고용보험, 의료보험 이런 게 나가는데, 그게 원래 사용자 측에서 50%, 본인이 50% 부담인 거잖아요. 그래서 ‘아, 여기서 10만 얼마 빠져나가면 150만 원쯤 되겠네’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이게 그 돈이... 그 예산이 학교로 내려오잖아요. 교육청에서 학교로 내려오면, 그 금액 속에 본인 부담금이 나가고 그 금액 속에 다시 사용자 부담금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처음에 월급을 보고 어 왜 이렇지? 깜짝 놀라는 거죠.
또, 1년 이상 계약을 하면 퇴직금이 나가잖아요. 퇴직금이 나가니까 스포츠강사 계약은 계속 10개월로 계속 묶어놨어요. 이건 뭐... 우리나라 구조상 어딜 가나 똑같은 거잖아요. 말만 바꿔서 똑같은 방법으로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실제 월급이 140만 원 정도로 나오겠죠.
작년에 데모했다고 하더라고요. 협회 만들어서. 그 협회에서 계속 요구했던 부분이 퇴직금인데 그러면 퇴직금도 줄게, 그렇게 됐어요. 근데 그게 또 그 금액 안에서 퇴직금을 적립을 시킨대요. 그래서 작년에는 수령을 하면 140 얼마가 됐는데, 올해는 그 금액에서 퇴직금까지 10% 적립하는 거예요. 조삼모사죠. 따로 적립을 시키는 게 아니라 그 금액 안에서. 본인 부담금액, 그리고 그 안에서 사용자 부담금액, 거기서 또 적립금까지. 그렇게 하니까 첫 급여를 딱 받으니까 130만 원. 다른 방과후수업이나 이런 걸 하면 낫죠. 토요스포츠클럽 수업하고 방과후수업하고 이렇게 하면. 그나마 좀.
학교스포츠강사는 5년 정도 운영된 제도이다. 원래 시도별로 소수였으나 2012년 학교 폭력 예방 대책으로 체육 시수 확대가 이루어지면서 채용을 늘렸다. 대구의 경우 2012년에는 학교스포츠강사 신규채용이 58명이었는데 2013년에는 160여 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제이: 대구만 해도 인원이 두 배 이상 늘었잖아요. 전국적으로도 붐이 일어서 많이 뽑았거든요. 앞으로 괜찮다 이런 소문도 있었고. (10개월 계약이다가) 이렇게 12개월 하는 것도 그렇고. 뭐 박근혜가 당선되면 더 늘려줄 거 같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죠. 자료(만족도조사) 보면 95%잖아요. 긍정적인 답변이. 이러면 조금 유리하지 않을까, 김칫국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었던 거죠. 근데 올해 8월에 공청회를 했었거든요. 그때 주관했던 사람들이 다 교대 교수님들이기도 했고, 실제로 박근혜 정부 들어서고 인수위에서부터 스포츠 강사보다는 이제 교대졸업자들을 우선 선발한다는 그 문구가 딱 들어갔더라고요.
진냥: 안 그래도 그런 식으로 추진되는 것 같더라고요. 신규 교사들을 체육스포츠강사로 활용하는. 마치 인턴처럼.
제이: 뭐, 그래놓고 지금 인원감축 얘기 나오고. 결과적으로 지금 이 상태까지 온 거죠. 대구에서는 지금 50~60% 감원한다는데 그렇게 되면 또 누구는 누구를 내보내고 누구를 남겨 놓을 것인가. 5년 동안 일한 사람이 있고, 올해 새로 들어온 사람이 있고. 오래 했던 사람을 먼저 남길 것인가, 아니면 평정, 평가? 그것도 못 믿을 거잖아요. 관리자의 성향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는 거고.
현실적으로 보면 (이 제도가) 유지가 될까 아니면... 그래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되어야지 하는 사람도 좀 편하게 할 수 있잖아요. 5년간 해온 사람 이야기 들어보면 열 달 하고 쉴 때는 고용보험(실업급여) 들어가서 좀 쉬다가 다시 또 계약하고, 그렇게 하면 저도 내년에... 걱정되죠.
진냥: 올해 인원을 팍 늘렸는데 올해 감축한다는 것이 굉장히 기만적이잖아요.
제이: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올해 뭐 계속 보면 복지예산도 줄줄이 날아가고 있는 상탠데, 대선 때 더 조건이 좋아질 거라고 분위기 잡았던 것처럼 필요할 때만 말을 하고 자기가 막상 필요 없을 때는 등 돌리기는 정말 쉬운 것 같아요. 이거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그냥, 대한민국이라는 자체에서 여기서도 일어나고 여기서도 일어나고 여기서도 일어나고 다 일어나는 문제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 똑같죠 뭐.
다 똑같다는 말이 참 더 이을 말을 없게 했다. 나는 ‘특별히’ 학교 비정규직에 대한 인터뷰를 해보자 이 사람을 불러 앉혔는데 이 사람은 여기서도 저기서도 다 일어나는 일이라 특별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 상황. 하지만 기만, 고용불안, 비정규직과 같은 일들이 정말 특별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어 그 말을 부정할 수도 긍정할 수도 없었다.
처음에 제이씨를 인터뷰할 때는 학교스포츠강사가 하는 일을 조명하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들여다보고자 한 것이었다. 하지만 인터뷰 후반으로 갈수록 제이씨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얼마나 조야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여할 권리가 없다는 것에 집중했지만, 한편으로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건지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제이씨는 학교에서 체육을 가르치는 비정규직 ‘교사’였지만 내 머릿속에는 ‘비정규직’이라는 네 글자만 가득했던 것이었다. 인터뷰가 후반으로 가면서 제이씨는 자신의 노동을 자신의 교육 철학에 녹여 이야기했고 체육이라는 영역 전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풍부히 들려주었다. 그제야 나는 제이씨의 얼굴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두 시간을 마주 앉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제이: 관리자들이랑 결정권자들 생각이 그냥 체육 움직이면 되지, 선생 누구 한 명만 있으면 되지, 그냥 통제만 하면 되지, 애들 그냥 놔두면 되지 뭐, 안 다치게 하면 되지, 뭐, 다치면 보건실 보낼 사람 있으면 되지... 그렇게 되면 제가 생각할 때는 그렇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어떤 핵심 단서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 걸 주고 하라는 거 하고, 그냥 공 차라 하는 거랑 분명히 차이가 있거든요. 제가 백그립을 잡을 때 엄지손가락을 올려야 하는데 그냥 잡으면 어른들도 못 치거든요. 근데 엄지를 올리면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잘 칩니다. 못 치는 애들한테 요걸 가르쳐주면 오, 되네? 이러거든요. 또 이렇게 보면 잘 치는 애가 있어요. 어, 너 정말 잘 친다면서 한 번 더 봐 주는 거하고 다른 거죠. 그렇게 또 한 학년 올라갔을 때 좀 더 확장될 수 있는 거, 또 한 학년 올라갔을 때 또 더 확장되는 거. 그 차이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가끔 교장 선생님이 제가 주도하는 수업을 보시고는 담임교사가 그렇게 뒤에 그냥 있을 거면 들어가라고 하는 게 더 편하지 않으냐 말씀하세요. 근데 저는 담임교사랑 같이 있는 게 더 좋거든요. 그룹을 나누어서 같이 학생들을 보고 그러는 게 더 좋죠. 또, 체육선생님 하면 정말 건강하고, 모든 운동을 잘할 것 같고 그렇잖아요. 근데 체육선생님이라도 종목을 잘해봐야 자기가 주로 하는 종목 한두 종목 빼고는 다 못할 거예요. 남자선생님 같은 경우에 무용은 젬병이고 그럴 거잖아요. 그리고 체육에 종목들이 정말 다양하거든요. 댄스스포츠, 배드민턴, 풋살, 티볼... 그래서 체육선생님이라도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거든요. 그러면 자기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을 강사로 쓰는 게 맞아요.
진냥: 스포츠클럽 활성화는 좋은데 저는 학교가 그걸 계속 다 떠안는 게 맞나 싶은 고민이 있어요. 외국처럼 지역체육 활성화로 가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어떠세요?
제이: 시설적인 면을 보면 학교 말고는 다르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없어요. 지역사회에 스포츠클럽이 있어서 그쪽에서 유소년 클럽을 만들고 하면 그쪽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대구 같은 경우에도 시민운동장이 있기도 하지만 그런 시설들이 크게 한 개씩 있지 동네별로 있는 건 아니잖아요. 체육 시설들은 학교가 중심이 되어있어요, 전부. 수영장만 따져봐도 퉁퉁퉁 떨어져 있잖아요. 가려면 차를 타고 가야 하고, 셔틀버스 기다리려면 한참 기다려야 하고, 그것도 다 돈을 내고 배워야 하는 거잖아요.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를 한다면 돈이 훨씬 적게 들 수 있는 부분이죠. 시설이랑, 그런 걸 다 생각했을 때는 학교에서 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죠. 우리나라 현실상으로 보면 지역도 뭐. 활성화되어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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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스포츠강사 인원감축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신청했다. [출처=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 | |
학생-교사 간의 거리를 좁히고 상호작용의 밀도를 높여야 하는 체육 교과의 특수성. 그리고 한국 사회의 체육 인프라. 제이씨의 이야기는 그 모두를 종합해서 내게 친절히 설명해주는 것도 같았다.
제이씨는 올해 정규직 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고사를 친다. 학교 교사들은 마지막 회식 자리에서 임용 합격을 외쳐주었다고 한다. 회식자리는 훈훈했겠지만 찜찜한 마음이 드는 장면이다. 이미 경쟁을 거쳐 채용된 사람이 또 채용되기 위해 치르는 경쟁. 제이씨는 처음부터 학교스포츠강사를 교사가 되기 위한 과도기직업이나 수단으로 생각한 건 아닌 거 같았다. 학교스포츠클럽강사 제도가 유지될지 안 될지도 모르고 계약이 계속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제이씨가 직업을 유지할 방법은 어쩌면 임용고사를 쳐서 정규직 교사가 되는 것이 유일하다. 노동법상으로 공공기관에서 상시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학교는 이 법규에서 완전히 제외되어 있다.
어떤 사람은 교원자격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제이씨는 중등교사 자격증을 가진 것이지 초등교사 자격증을 가진 것은 아니고, 교원의 질적 수준을 구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제이씨가 초등학교에서 정규직 교사가 될 수는 없는 거라고. 그럼 이미 제이씨가 학생들과 수업하고 있는 그 순간들은 무엇이 되는 걸까. 제이씨는 자격이 부족한 자리에 계속 빚지며 있었던 건가.
또 어떤 사람들은 비정규직 교사들이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이기 때문에 대우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라 말할지도 모르겠다. 백번 양보해 1차 경쟁(정규직 교사를 뽑는 경쟁)의 승자들보다 그들에게 적은 급여와 더 낮은 대우를 하는 걸 인정해보자. 하지만 10개월짜리 계약으로 사람을 채용하고 올해 채용했다 내년에 쫓아내는 식의 고용이 합리화될 수 있는 걸까. 오늘 12월 31일은 제이씨의 계약이 끝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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