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에 울려 퍼진 레퀴엠, ”얼지 마, 죽지 마, 부활할 거야”

”사회적 타살로 죽은 이들 기억해야”
뉴스일자: 2013년12월26일 10시25분

▲무대 좌측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현이동훈 씨

오색찬란한 대구시 중구 동성로. 설렌 마음을 안고 쏟아져 나온 인파들 속, 캐럴이 울리는 거리의 분위기와 달리 불협화음처럼 들리는 음악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습으로 분장하고 퍼포먼스를 시작한 그들은 축제 분위기가 가득한 거리와 대비돼 어울리지 않아 보였고,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2013대구현장예술연구실행모임은 12월 25일 오후 3시부터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이들의 첫 번째 예술 행동인 ‘얼지 마, 죽지 마, 부활할 거야’를 진행했다.

10여 분간 무표정한 얼굴로 평범한 사람들을 연출한 퍼포먼스는 '얼굴'이다. 제각기 노동하는 모습을 연출한 출연진들의 모습에서 한진중공업 노동자의 모습도, 밀양에서 농사를 짓는 할머니의 모습도, 반도체를 만드는 사람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이들은 음악 '사라질 것들'(김C, 정준하)에 맞춰, 음악이 끝날 무렵 담담히 서로의 몸을 끈으로 엮었다.

공연을 본 김지혜(23) 씨는 "아무런 말이 없이 퍼포먼스가 진행돼 낯설다. 밀양에서 농사짓는 할머니가 표현된 거 같기도 하다. 한 마디 없이 서로 몸을 묶으며 끝나는데, 여러 얽히고 설킨 사회 문제들을 이야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현순, 조인재(극단 함께사는세상) 씨가 연출한 퍼포먼스 '애'에도 시민들의 이목이 쏠렸다. 퍼포먼스가 시작되며 할머니들의 절규소리와 헬기 소리가 들리자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시민 몇몇은 탄성을 지르거나 "밀양 송전탑 이야기구나"라고 소곤대기도 했다.

이현순 씨는 송전탑 건설로 음독한 밀양시민을 연출하기도 했다.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퍼포먼스가 막바지에 이르러 무대 중앙에 분향강신이 시작되자 몇몇 시민들은 함께 무대에 나와 고인의 넋을 기리기도 했다.

무대를 지켜본 김한별(17) 씨는 "밀양 송전탑 현장을 들었다. 밀양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수십 년 살아온 것처럼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데도 일부 시민들은 그저 전기는 써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 것 같다"며 "많은 사람이 함께 사회 문제에 관심 두고 고민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동재 대구민예총 기획연출위원은 "박근혜 정부가 시작되고 사회적 타살이 많았다. 자살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사회적으로 죽음에 몰린 사람들이 많다"며 "쌍용자동차 노동자도, 밀양의 유한숙 어르신도, 별이 아빠 최종범 씨도 사회적 죽음이다. 돌아가셨다. 최근 밀양 유한숙 어르신, 별이 아빠 최종범도 죽었다. 이번 퍼포먼스로 이러한 사회적 죽음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무대에는 장소익 씨의 퍼포먼스도 진행됐고, 바람꽃, 오늘도 무사히, 임정득, 회기동 단편선,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공연도 이어져 큰 호응을 받았다.

▲야마가타 트윅스터
▲바람, 꽃
▲장소익 씨
▲회기동 단편선씨
▲임정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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