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고독사로 죽어간 대구시 거주민 20여 명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을 위한 추모제 열려
뉴스일자: 2013년12월21일 20시15분


“팔달교 밑에서 15년 동안 살았다. 겨울 너무 추운데 도와줄 사람이 없다. 김영삼 때 경기가 안 좋아 일도 없고, 목수 일을 해서 근근이 먹고 살았는데 상처를 입었다. 그때 생각하면 피눈물 난다. 톱날에 손을 다쳐 하던 일을 이제 못 한다. 팔달교에 있다 보면 신고도 들어온다. 어제도 경찰에 잡혀가서 조사받으러 갔다. 경찰은 내 신원을 조회하고, 범죄자 취급한다. 막막하다. 힘들고, 목수일 밖에는 몰랐고 손도 옳게 쓰지 못하니 일을 할 수도 없고···” (손아무개씨, 50)

20일 오후 7시, 동대구역 지하철 앞 광장에 차려진 무료급식 마차에는 100여 명의 노숙인·독거노인이 몰려들었다. 70대로 보이는 행색이 남루한 한 할머니는 손을 호호 불며 순식간에 식사를 끝내고는, 옆 사람이 먹다 남긴 김치 쪽과 생선 반찬을 가져온 비닐봉지에 단단히 싸 주머니에 넣는다.

겨울은 노숙인과 독거노인에게는 어느 때보다도 견뎌내기 힘든 계절이다. 살을 맞댈 사람이라도 있으면 나으련만, 100여 명이 식사하는 광장에서는 대화 없이 밥을 삼키는 소리만 들린다.

대구쪽방상담소는 “매년 평균 3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행려자로 처리되어 한 생을 마감하는 현실”이라며 “주거빈곤의 문제가 IMF 위기를 기점으로 경제위기상황에 더욱 심화하고 확대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쪽방상담소는 20일 저녁 6시 30분 ‘2013거리에서죽어간노숙인을위한추모제’를 열었다.


전인규 대구쪽방상담소 팀장은 “IMF로 노숙인과 빈민이 많이 늘었다. 거리 생활은 상상하기 힘들 만큼 힘들다. 의료 서비스도 받기 어렵고 고독감에도 노출돼 있다”며 “전국의 쪽방 거주민 6,400여 명 중 최소 수백 명이 고독하게 죽어간다. 올 12월까지 대구에서만 20명 이상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병우 주거권실현을위한대구연합 사무국장은 “흔히 우리 사회에서 노숙인과 쪽방 거주민을 보는 시각은 좋지 않다. 게을러서 아무 일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시각 속에서 고독사로 전국 수백 명이 죽는다. 홈리스와 쪽방 거주민들에게 주거문제가 가장 절실한데 정부의 주거 지원사업이 턱없이 부족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도, 체계가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병우 사무국장은 “특히 명의도용 피해자도 많다. 노숙인 중 50% 이상이 명의도용 때문에 신용불량이 된다”며 “희망 가지고 살아가려는 분들에 족쇄를 채운다. 조직적 범죄집단이 몇 푼 쥐어 주며 신용 불량으로 만든다. 피해 구제받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구쪽방상담소에서 운영하는 희망5길 봉사단의 한 단원은 “기초수급비 절반 이상을 방세로 내면 돈이 없어 굶는 일이 다반사고 몸이 아파도 돈이 없어 진료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지 상상도 못 했다”며 “무엇보다도 외로움이 그분들을 가장 힘들게 만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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