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대경지사 앞에서 故 유한숙 추모집회 열려...”사회적 타살”

한전 청도 송전탑 공사방해금지가처분신청에 주민들 분노
뉴스일자: 2013년12월20일 21시55분

밀양 송전탑을 반대하다 지난 2일 음독자살한 6일에 故 유한숙(당시 74세) 씨를 추모하며 한전을 규탄하는 집회가 20일 오후 2시 한구건력 대구경북개발지사(대구시 중구) 앞에서 열렸다.

‘청도345kV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는 “유한숙 어르신은 ‘송전탑이 들어서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송전탑이 서는 걸 보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유언을 남기고 자결했다. 유가족과 이웃들은 고인의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천막도 없이 노천 분향소에서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고 있다”며 “경찰은 고인의 사인을 왜곡함으로써 그 죽음을 모독하고 있지만, 유한숙 어르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바로 한전과 정부다.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밝혔다.

고인은 4일 오전 김준한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공동대표에게 “11월경 한전 과장 1명과 또 다른 1명이 찾아와 (우리 집이) 송전선로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게 됐다. 철탑이 들어서면 아무것도 못한다. 살아서 그것을 볼 바에야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현재 청도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은 전체 3기(22~24호) 중 2기가 이미 완공됐으며, 23호기는 95%의 공정이 끝났지만, 현재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삼평리 주민들은 삼평리를 지나는 22호기와 23호기 간 송전선로의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다. 해당 송전선이 기존 계획대로 건설되면 주민들의 마을이 위치한 삼평1리를 관통하기 때문이다.

이보나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한전이 10월 1일부터 공사를 강행한 뒤로 헬기가 뜨고 수십 명이 응급실에 실려갔다. 그 과정에서 유한숙 어르신이 돌아가셨고 모 주민께서도 송전탑이 지어지면 살 수 없다며 수면제로 생명을 끊으려 했다”며 “유한숙 어르신은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냉동고에 있는데 이 와중에도 헬기는 뜨고 공사는 강행된다”고 말했다.

삼평1리 주민 이억조(74) 씨는 “살인 송전탑 건설로 왜 가만히 있던 주민들을 다 죽이려 드는가. 공사로 죽는 사람도 생기는데 생목숨 다 죽이고 사는 삶이 무슨 소용 있나”며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이런 일이 없다. 철탑만 보면 눈물이 난다. 자갈투성이 땅 갈아서 60년을 거기서 살았는데 한전이 마음대로 송전탑을 지을 수 있는 것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삼평1리 주민 김춘화(63) 씨는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 마을을 관통해가는 송전선을 지중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라며 “송전탑 때문에 목숨 끊은 분들도 있는데 국가가 이를 덮으려 한다. 나도 내가 죽으면 되려나 싶어도 남을 할매들 생각하면 이렇게는 못 죽겠다 싶다. 한전은 다시는 주민들 의견을 매도하지 마라”고 항의했다.

▲김춘화 씨

추모집회 도중 한전 직원 크게 웃어 주민들 분노
대구지법 심리에는 대리인만 참석해

한편 한전 대경개발지사측은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신청 사건의 심리에 대리인만 참석시켜 증인으로 참석한 삼평1리 주민 10여 명의 분노를 샀으며, 추모집회 도중에 한전 직원들이 큰소리로 웃었다며 집회 참석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는 30여 명의 경찰병력이 건물 출입구를 봉쇄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대구시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안쪽에 있던 사람들은 한전 직원이다. 경찰이 웃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전 직원이 추모집회 도중에 큰 소리로 웃었다며 항의 중인 대책위

한편 한전 대경개발지사는 11월 대구지방법원에 삼평리 주민 등 23명에게 상대로 한 공사방해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해당 사건의 심리는 20일 오후 4시 대구지방법원에서 진행됐다.

삼평리 주민 이차연 씨는 “한전이 송전탑 공사 시작할 때 산에서 용역들이 나를 끌고 내려와서 실신했다. 그런 한전이 공사 방해를 한다며 우리를 법정에 세우다니 분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고 꼬집었다.

심리에서 삼평리 주민 이은주 씨는 “주민이 너무 억울하다. 송전탑 건설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22호와 23호기 사이의 송전선이 마을 앞산에서 뒷산까지 가로지르게 된다”며 “해당 구간에 대한 지중화만 해달라는 것이 우리 입장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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