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이 생각해 보니] (15) 낮은 목소리의 대화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내 눈은 당신의 입술을 쫓는다.
뉴스일자: 2013년12월11일 15시52분

ⓒ김태홍

낮은 목소리의 대화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당신답지 않은 작고 조용한 목소리에 사소한 바스락거림마저 내 마음처럼 울릴까 봐 넘어가려던 책장을 가만히 붙들어 잡았지만, 종이 위 주인공의 이야기는 힘없이 헛돌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살짝 고개만 들어 당신을 바라본다. 그대의 책장 또한 그 자리에 멈추어 있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저 너머에 있는 그 사람과의 대화가 당신의 표정처럼 담담허니 충만하게 느껴진다. 내 눈은 당신의 입술을 쫓는다. 문득 당신에게 전한 나의 말들이 나의 책 속 주인공의 것처럼 공허하게 흩어지는 상상을 한다. 그 대화와 표정이 샘이 났다. 그런 대화를 만드는 저 너머의 그 사람에게 질투를 느꼈다.

그런 마음을 마저 갈무리하기도 전에 끝난 통화에 놀라 급히 책장을 넘겨 바스락. 소리를 냈다.
 




김태홍
20대 후반.
경북대학교 학생
생긴것도 곰. 식성도 곰. 덩치도 곰. 그래서 아직도 곰  

pentax mx, fed micron
필름은 기분 내키는 대로
자가현상은 무리
재밌는게 좋아요. 즐겁게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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