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태동지, 대구에서 만난 최종범과 이해남·이현중

“열사의 뜻 이어받지 못하면 다시 노예의 굴레에 갇힌다”
뉴스일자: 2013년11월15일 11시37분

“삼성에서 이거(집회)하는 거 처음본다”, “젊은 나이에 우짜노...”

228공원 앞에서 열린 최종범 열사 추모제를 보며 지나가는 시민들이 내뱉은 말이다.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로 일하던 최종범 열사가 “배고파서 못 살겠다”며 자결한 지 15일째. 14일 저녁 7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과 대구지역 노동자 200여 명은 박근혜 대통령의 고향, 삼성그룹의 태동지인 대구의 중심가인 중구 228공원 앞에서 ‘최종범 열사 추모제’와 이해남, 이현중 열사 10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최종범 열사는 지난달 31일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구지역은 10년 전 목숨을 잃은 두 노동자에 대한 기억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 이현중 열사는 금속노조 충남지부 세원테크지회 2002년 154일 파업 당시 공장진입 투쟁 과정에서 구사대의 폭력에 두개골이 함몰되는 중상을 입고 투병하다 2003년 8월26일 서른 한 살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해남 열사는 세원테크지회장으로 이현중 열사가 운명하고 장례투쟁을 벌이던 중, 회사가 이현중 열사의 죽음을 외면하고 노조탄압을 멈추지 않자 2003년 10월23일 본사인 대구 세원정공에서 노조탄압 중단과 민주노조 사수를 외치며 분신해 2003년 11월17일 사망했다.

▲이해남, 이현중 열사 추모사업회 구재보, 이용덕 씨

이해남·이현중열사추모사업회에서도 대구에서 열린 추모제를 찾았다. 당시 세원테크지회 사무장이었던 구재보 씨는 “당시 기억을 떠올려본다. 왜 우리는 거리에서 나와 투쟁하게 됐는가. 10년 전 열사를 기억하며 다시 열사 투쟁을 해야하는...열사의 뜻을 이어받지 못하면 다시 노예의 굴레에 갇힐 수밖에 없다”며 “최종범 열사가 일하던 천안센터, 아산센터 등에서 노조에 가입하는 노동자가 늘고 있다. 삼성을, 대한민국을 바꾸는 투쟁을 벌여나가자”고 말했다.

▲조정훈 금속노조 대구지부 수석부지부장

조정훈 금속노조 대구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최종범 열사는 삼성 이건희와 박근혜 정부가 살인했다. 그가 죽으면서 남긴 말은 ‘자신의 죽음이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였다. 천안센터 사장을 죽여 달라는 것도, 삼성 이건희 회장을 구속시키라는 것도, 위장도급을 방관하는 박근혜 정부 비난도 하지 않았다”며 “삼성전자는 최종범 열사 영정 앞에 무릎꿇고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 우리가 쓰러지면 더 많은 절망과 죽음이 나올 수 있다. 분노로만, 구호로만 싸워서 이길 수 없는 만큼 노조를 중심으로 더 단결하고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최종범 열사는 삼성전자서비스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지 않기 위해 전태일 열사를 떠올리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것은 삼성의 타살”이라며 “초일류기업 삼성의 본모습이 드러났다. 분노와 결의를 모아 금속노조, 민주노총이 삼성서비스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임종헌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칠곡분회장은 “칠곡센터 바지사장은 함께 일하다 과로사로 세상을 떠난 임현우 동지 영정 사진을 치워버렸다. 아직 사과 한 번 하지 않고 있다”면서 “노동자의 요구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바지사장들과 삼성서비스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퍼포머 성광옥의 진혼무, 노동가수 박준의 추모공연이 이어진 후 참가자들이 최종범 열사 영정 사진에 헌화하는 것으로 추모제는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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