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이야기
에휴~ 한국생활 너무 힘들어요. 사장들은 일을 잘 못하면 왜 무조건 욕부터 하는지 몰라요. 사람인데 실수할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고 내가 맨날 불 량내고 맨날 실수해? 그건 아니야. 그런데 조금만 잘못하면 입에서 욕부터 나와요.
같이 일하는 네팔 친구가 회사 그만두게 되었는데 퇴직금 달라고 이야기를 했다가 네팔사람 다 잘렸어요. 갑자기 새벽 2시에 기숙사로 쳐들어와서 옷가지며, 살림도구며 다 내던지면서 “당장 나가.”라고 했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뭘 잘못했어요?
나 한국 온 지 16년 되었어요. 2004년도에 한국정부에서 오래된 미등록들 비자 줬어요. 그때 네팔에 한번 갔다 왔지요. 아기가 1살 때 한국에 와서 이제 16살이 되었어요. 영상통화를 통해서 아이와 대화를 하기는 하지만, 아이가 아빠에 대한 정을 모르고 살고 있어요.
나 비자 없어요. 그런데도 집에 가지 못해요. 아직 돈을 많이 못 벌었어요. 한국에 와서 돈 많이 벌어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아직 돈을 많이 벌지 못해서 못 가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비자 없으니까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어요. 일자리가 계속 있는 것도 아니고 일자리 없을 때가 더 많으니까 돈 벌기가 쉽지 않아요.
이주노동자를 고용했으면 그 나라의 기본적인 문화는 알아야...
이주노동자를 고용했으면 적어도 그 나라 문화에 대해서 10%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 정도도 안 바래요. 적어도 인사말은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나는 인도네시아 사람이라서 돼지고기 안 먹어요. 그런데 식당에 돼지고기만 나와요. 일하는 아저씨들이 이야기해요. “야, 괜찮아. 먹어. 한국에 오면 돼지고기 먹어야 해.” 나는 종교 때문에 돼지고기 안 먹어요. 그런데 자꾸 먹으라고 강요해요. 왜 우리나라 문화에 대해서 이해하지 않으면서 한국문화를 자꾸 나한테 강요해요? 사장들이 인도네시아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돼지고기 안 먹는다고 해도 괜찮다고 계속 강제로 먹이려고 하고... 그건 기본 권리인데 왜 무시해요? 한국사람도 자기가 싫은 것은 안 먹잖아요. 근데 왜 우리에게 그것을 강요해요?
한국에서의 인사법은 머리 숙여서 인사를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 네팔은 부모님이나 나를 가르쳐 준 선생님 외에는 머리 숙이지 않아요. 그냥 손만 모아요. 그런데 한국사람들 머리 숙여서 인사 안 하면 인사를 받아주지도 않아요.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해요. 같이 일하고 생활하는데 우리 문화에 대해서도 알아야죠.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하며 한국에 왔으니 한국법을 따르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건 차별이에요. 서로 다른 문화의 차이를 존중해줘야지요.
그렇다고 관리자들이 사장들이 인사를 받아주는 줄 알아요? 인사해도 안 받아줘요. 우리가 더럽나? 그렇다고 자기들이 먼저 인사를 하지도 않아요. 그러면서 나에게 “이것 해라. 저것 해라” 요구만 해요. 인사도 안 받아주는데 나에게서 무엇을 바라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공장 아저씨들이 이야기해요. “야, 네팔에도 이런 거 있나? 네팔에도 이런 거 먹나?” , “네팔에도 쌀 있나? 밥 먹나? 고추 있나?”등등.
네팔에서는 그런 거 안 물어봐요. 물어보면 그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에요. 그런 거 물어볼 때마다 솔직히 짜증 나고 화나요. 아니, 한국에서는 아시아에 대한 문화, 역사교육 안 하는가 봐요?
한국에서는 성공한 역사만 가르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잘 사는 나라의 역사만 가르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그러한 역사보다는 민중의 역사, 그리고 각 나라의 다양한 문화들을 가르쳐요. 그리고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문화에 대해서 가르치는데 “이것 하지마라, 저것 하지마라” “이렇게 하면 한국사장들 싫어한다. 한국 사람들 싫어한다.” 이런 거만 가르쳐요.
자기 나라 민중의 역사를 제대로 모르고 공부하지 않는데 무슨 민주주의 나라입니까? 그런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한국에서는 자르고 탄압한다면서요? 그게 무슨 민주주의 나라입니까? 잘 사는 나라의 역사만 가르치고 언어를 가르치니까 한국사람들은 미국, 일본사람들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우리같이 못 사는 동남아에서 오는 사람들은 사람으로 생각 안 해요.
문제 많은 한국 미디어
오늘 하는 이야기 미디어에 싣는 거지요? 그 미디어는 이런 이야기 막 실어도 괜찮아요? 우리 이야기 이렇게 막 실어도 괜찮으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한국정부의 문제를 제대로 실어주면 좋겠어요.
어느 나라에 가도 미디어는 사람을 빨리 바꿀 수 있는 힘이잖아요. 그래서 권력을 잡아서 나쁘게 이용하려는 사람들 제일 먼저 미디어부터 장악하잖아요. 한국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를 나쁘게 보는 이유 중에는 미디어의 역할도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이주노동자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국에서 어떤 차별을 받고 사는지 알면서도 일부러 나쁜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요. 이주노동자의 범죄이야기는 크게 내면서 정작 한국정부의 이주노동자의 나쁜 제도에 대해서는 별로 다루지 않는 것 같아요. 정말 한국 미디어에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주노동자의 문제 제대로 좀 다뤄달라고.
노동자 권리, 노동조합으로 뭉쳐야 해
저는 2002년도에 서울에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에서 활동했어요. 몇 년을 그렇게 활동을 했는데 바뀌는 거 없어요. 오히려 활동했던 사람들을 한국정부가 잡아서 강제출국시켰어요. 그렇게 계속 싸우는데 한국정부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고 우리말을 들어주지 않고 탄압만 했어요. 지금은 일자리 때문에 대구에 내려왔지만, 계속 데모하는 거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왜 노동자들이 단결하지 않을까? 묻고 싶어요. 사람들 마음 다 틀려요. 비자 있는 사람, 없는 사람 마음 다 틀려요. 그래도 우리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뭉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도네시아는 섬으로 되어 있으니까 같은 섬에서 온 사람들끼리 모여요. 예전에는 같은 나라 사람이니까 같이 모여서 서로 어려운 것도 이야기하고 서로 돕기도 하고 길거리 가다가 같은 인도네시아 사람이면 모르는 사람도 서로 인사하고 했는데 이제는 길거리 가도 인사도 잘 안 하고 같은 고향사람들끼리만 모여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온 목적이 돈을 벌기 위해 온 것이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돈 버는 것 외에 관심이 없는 것이지요. 한국법이 어떤지 한국에서 일하면서 어떤 권리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노동조합에 오면 회사에서 잘릴까 싶어서 그래서 돈을 못 벌까 싶어서 잘 오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주노동자들인 우리보다 한국사람들이 뭉쳐서 싸우기 더 좋잖아요. 그런데 공장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 보면 노동조합을 싫어하는 것 같아요. 사장들은 노동조합을 싫어하는 것 맞는데 일하는 사람들이 왜 노동조합을 싫어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그런 교육을 받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노동법 교육, 노동자 권리 교육, 노동조합 교육 이런 거 해야 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돈이 최고고 서로 경쟁해야 하니까 자기밖에 모르는 것 같아요.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아요. 경주하는 말에게 앞만 보면 달리게 하려고 눈가리개를 사용하는 것처럼 한국사람들도 그렇게 눈을 가리고 옆도 보지 않고 앞만 계속 해서 보고 달리는 것 같아요.
네팔에도 노동조합 있는데 정부가 안 건드려요. 공장도 없고 일자리가 없으니까 안 건드리는 것도 있지만, 노동조합이 힘이 있어 정부와 맞짱 떠서 싸우니까 못 건드리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국정부는 노동조합을 너무 쉽게 탄압하고 싫어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제가 저번에 친구가 가방을 잃어버렸는데 거기 여권하고 모든 게 다 들어있어서 경찰서에 신고하러 갔어요. 나보고 누구냐고 묻길래 노동조합에서 받은 명함을 주면서 여기서 통역일 한다고 하니까 경찰이 “거기는 나쁜 곳이야, 가면 안 돼.”라고 이야기했어요. 자기도 노동자인데 노동자 권리 위해 싸우는 노동조합을 나쁘게 보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한국에 6천만 명 중에 4천만 명이 노동자 아닌가요? 4천만 명이 일을 멈추면 나라가 돌아가지 않아요. 그런데 왜 노동자들이 탄압받으면서도 싸우지 않을까요?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데 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을까요? 자본주의 세상에서 자신이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라도 노동조합이 필요한데 왜 자기한테 문제가 생겨도 노동조합을 찾지 않을까요? 잘 이해가 가지 않아요. 병에 걸려서 약 먹으면서 근근이 사는 것보다 병에 걸리기 전에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더 낫지 않나요?
이주노동자들도 똑같아요. 비자 있는 사람은 비자가 있는데 왜 싸우노? 그러고 비자 없는 사람들은 싸우다가 잡혀가면 우야노? 그러기도 해요. 그래서 자신한테 문제가 생기면 그냥 센터나 노동조합에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해요. 거기 가면 다 도와주니깐요. 이주노동자들한테도 교육해야 해요. 노동조합에 대해 교육을 해야 해요. 한국에 오기 전에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안 된다. 데모하면 안 된다. 이런 교육을 해요. 우리는 왜 노동조합에 가입해야 하는지 당신들의 권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교육을 하고 선전을 해야 해요.
한국에 온 지 두 달 만에 회사가 부도나서 쫓겨난 친구가 있었어요. 한국말도 못하니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요. 돈 벌어야 하는데 당장 일자리가 없어요. 그런데 친구들한테 일자리를 찾아달라고 부탁해요. 고용허가제는 노동부 통해서만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잖아요. 노동부 가지 않고 친구에게 이런 일자리 계속 부탁해요. 한국 올 때 한국 고용허가제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아요. 한국어 교육하는 사람들도 자기들이 장사하는 것이니까 나쁜 거 교육하지 않아요. 좋은 것만 가르쳐야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고 돈을 많이 버니까 나쁜 거 하나도 이야기하지 않아요. 그래서 노동조합에서 그런 공부시켜야 해요.
성서공단에 이주노동자가 약 5천 명 있어요. 500명만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같이 싸우면 성서공단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문제가 있으면 찾아와서 도와달라는 것이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에게 끊임없이 선전하고 교육해야 해요. 같이 뭉치고 싸우자고 이야기를 해야 해요. 그리고 노동자 권리에 대해서 가르쳐야 해요. 나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권리에 대해서 알고 나니까 공장에서 당당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어요. 금방 바뀌는 것이 아니지만, 언젠가 노동자 날이 오겠지요. 그 날을 꿈꾸면서 살아요.
처음에 가볍게 자신의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한국 교육문제의 현실, 미디어의 현실 그리고 노동조합의 현실... 이주노동자들의 입으로 나오는 많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들으면서 나름 노동자 운동을 한다는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어느 이주노동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세상이 금방 바뀌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올 노동자들의 세상을 꿈꾸면서 함께 살아가자. -정리 : 임복남(성서공단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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