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의 역사, 1946년 10월항쟁

67주기 맞아 추모제 열려...참가자 "올바른 역사 기억하자"
뉴스일자: 2013년10월02일 15시11분

2012년 대구경북은 높은 지지율로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대구경북 지역구 국회의원은 전원 새누리당 소속이며, 대구시의회도 교육의원을 제외하면 전원 새누리당이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은 종종 ‘보수의 성지’로 불린다.

1946년 대구경북은 어땠을까. 9월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의 총파업으로 노동자가 거리에 나왔고, 미군정의 식량정책에 항거하며 도시빈민이 거리로 나왔다. 또, 미군정의 친일관리 고용과 토지개혁 지역에 항의한 ‘10월항쟁’이 일어났다. 대구에서 경북 전역으로 확산된 인민항쟁은 그해 12월까지 지속됐다. 이 항쟁의 과정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형 박상희 씨도 사망한다. 그는 민주주의민족전선(미군정 이후 좌파 계열 단체가 모여 만든 단체) 선산군지부 사무국장으로 항거하는 인민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던 경찰과 중재를 시도하다 우익단체에 총격에 사망했다.

역사는 기록과 기억의 투쟁이라고 한다. ‘동양의 모스크바’로 불리던 대구경북을 ‘보수의 성지’로 만든 것은 오래도록 ‘10월 폭동’으로 기록된 10월항쟁의 진실과 의미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탓이었다.

67년이 지난 2013년 10월 1일,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도 제대로 밝혀지지 못한 10월항쟁 정신계승과 희생자 추모제가 저녁 6시 대구YMCA 강당에서 열렸다. 먼지가 뽀얗게 덮인 장롱 속 책을 꺼내듯 조심스레 추모 자리를 마려하기 시작한 지 7년이 지난 올해는 10월항쟁유족회를 포함해 23개 대구지역시민사회단체가 모여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항쟁 정신을 계승하는 자리가 마련됐으며 추모제는 150여명이 참석했다.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

대구 10월항쟁에 참여했고, 한국전쟁 무렵 경찰에 강제연행돼 목숨을 잃은 채병기의 딸인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은 “아버지를 기억도 못 할 어린 핏덩이들에게 아비를 빼앗고 가정을 풍비박산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서 연좌제란 족쇄를 채워 꿈, 사랑, 희망, 웃음 인간이 가져야할 행복은 대를 이어 거세 당하고 살았다”며 “교과서 문제나 소송문제를 보면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분노로 소름이 끼친다. 정의를 위해 모든 어려움을 감수하시는 분들은 1946년 그때 얼마나 절박한 10월항쟁이었는가를 밝히고 올바른 역사를 만들어 가는데 힘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각 지역의 한국전쟁 유족도 대거 참석한 가운데 양용해 한국전쟁유족회 상임대표의장은 “해방정국에서 점령군으로 이 땅을 차지한 미국은 일제에 아부했던 친일세력들을 앞세워 민중을 수탈하고 억압했다. 이에 떨쳐 일어난 대구 민초들에 대해 친일 경찰은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했다. 1948년 미국과 친일세력을 등에 업고 수립한 이승만 정부는 한국전쟁전후로 정권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백만 명 이상의 민간인을 학살했다”며 “이승만에 이어 박정희, 전두환 독재 정권도 우리들을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다. 자국민을 100만 명이나 학살한 이승만에 대해 역사는 반드시 그를 전쟁범죄자의 주범으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추도의 뜻을 전했다.

이재식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은 “10월항쟁은 노동자 민중에겐 밝은 세상에 드러내야 할 역사지만, 지배 권력에겐 숨기고 묻어둬야 할 역사다. 67년 전 선배노동자들이 걸어가고자 했던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길을 다시 헤쳐가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민주연구단체협의회 상임대표인 이영일 여수지역사회연구소장은 “제주43항쟁, 여수순천항쟁과 더불어 해방직후 3대 격동사의 하나인 대구 10월항쟁은 지금 어디에 있나. 제주43은 특별법이 제정되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큰 걸음을 하고 있다”며 “군부 독재정치 1번지 TK라는 아편과 당근의 긴 어둠을 떨쳐내고 일어나 대구10월항쟁특별법 제정운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10월항쟁이 더 이상 추모의 의미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에 대한 10월항쟁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 요구 ▲10월항쟁에 대한 왜곡된 역사인식을 바로잡는 운동에 나설 것 등의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낭독했다.

행위예술가 성광옥 씨의 진혼무가 펼쳐졌고,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헌화를 끝으로 추모제를 마친 후 대구작가회의가 마련한 1회 10월문학제가 열렸다.

앞서 1일 오후 2시에는 ‘1946년 10월항쟁, 대구와 전국’이라는 주제로 민주연구단체협의회의 2013 추계학술대회가 열렸다.

▲10월항쟁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행위예술가 성광옥 씨의 진혼무
▲대구작가회의가 주최한 1회 10월문학제 [사진=정용태 기자]
[사진=정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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