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8기 임원 선거가 끝났다. 단독 출마한 전규석(현대차지부) 위원장 - 남문우(기아차지부) 수석부위원장 - 윤욱동(경기지부) 사무처장 후보가 투표인원 대비 92,248명(85.07%)의 찬성표를 얻어 당선됐다.
26일 당선 소식을 접한 이들은 27일 쌍용차 대한문 집단 단식농성에 이어 집회에 참가하는 등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대 규모의 산별노조를 이끌어가야 하는 지도부로서 어깨가 무거울 법도 한 데, 전규석 위원장 당선자는 “결국 노동자의 단결력을 높이는 길 외에는 없다”고 강조하며 내내 담담한 모습이다. <미디어충청>은 전 위원장 당선자와의 일문일답을 통해 당선 소감과 금속노조의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자본의 폭주, 금속노조가 중심에 서는 것 피하지 말아야”
현대차 노동자이자 노동운동 활동가로 시작해 금속노조 위원장 당선까지 긴 여정을 달리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다. 초심의 관점에서 당시 노동운동과 지금의 노동운동은 어떤 것 같나. 금속노조 위원장에 출마한 이유와도 맥이 닿을 것 같은데.
90년 9월 현대차에 입사했다. 나는 현대차에 입사하기 전에 노조가 없고 50~60명가량 일하는 조그마한 공장 ‘마찌꼬바’에서 일했다. 현대차에 들어가니 노조도 있고 체계가 잘 되어 있어 노조 활동을 별로 안 해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변에 권유하는 사람이 있고, 신입사원일수록 노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자연스럽게 이듬해 현장 소위원회 활동을 시작했다. ‘인간답게 살자’,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 초심 아니겠습니까. 나는 그런 마음으로 노조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금속노조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초심에서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활동해야 한다는 각오로 출마했다.
전 위원장 당선자는 금속연맹 시절 울산본부장이었고, 현대차지부 대의원, 대의원대표 등을 역임했다. 주로 현장에서 활동한 경력이 많아, 현장과 소통이 긴밀했다는 점을 장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2010년 겨울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1공장 점거파업 때, 항상 현장에 있었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난 장점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웃음). 내 장점이라고 하기보다 현장 조직 활동을 하고, 현장 일상 활동을 하면서 항상 노조 운동의 원칙과 기준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내가 걸어온 길이 그렇다. 조합원의 신뢰를 받기도 했지만, 현장에서 대의원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적도 있다. 그래도 진심을 가지고 열심히 활동했기 때문에 조합원들에게 인정받은 것 같다. 1공장 점거파업 때는 내가 현대차지부 1공장 대의원이기도 했다.
현재 금속노조에 대한 평가를 빼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7기 지도부를 중심으로 평가한다면.
금속노조 7기 지도부는 3파 연합 지도부로 출범했으며 ‘통합과 단결! 총반격’이라는 슬로건을 제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12년 금속노조 공동투쟁을 성사시켰다는 성과도 있었지만, 2013년에는 금속노조의 투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고 본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지난 2년 동안 복수노조 문제이다. 금속노조에는 40여개의 기업노조가 결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제가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다녀보니 지역마다 주요 사업장들이 복수노조로 인해 많은 상처를 안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또 하나는 진보정치의 문제이다. 2012년 총선 이후 진보정치가 분열되고, 지금 통합진보당 사태까지 이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현장은 진보정치에 대해 가혹하리만큼 냉소적이라는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2년 동안 7기 지도부는 통합과 투쟁을 위해 노력했으나 주객관적인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총반격이라는 기조에 잘 잡았으나 그에 걸 맞는 총반격을 갖추기 보다는 준비 정도에 머물렀다는 생각이다.
당선자는 ‘자본의 폭주를 멈춰라. 15만 금속노조’를 으뜸구호로 내걸었다. 또한 ‘엄중한 시기에 금속노조 8기가 할 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5만의 단결된 투쟁력 회복’이라고 했다. 으뜸 구호와 8기의 역할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달라.
아까도 말했듯이 지난 2년, 아니 지난 명박정권 5년은 힘들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앞으로 5년은 더욱 힘들 것이라는 생각은 노조활동을 하는 사람 누구라면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에 이어 전교조에 대한 해고자에 대한 규약개정을 하지 않으면 법외노조를 만들어 버리겠다고 나서고 있다. 대통령은 얼마 전 재벌들을 모아 놓고 소원수리 받듯이 재벌의 의견을 다 듣겠다고 했다. 공안정국이 오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폭주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이에 맞설 세력과 조직이 누구겠습니까? 그 조직은 바로 민주노총이 될 수밖에 없으며, 금속노조도 그 중심에 서는 것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현대차지부에 대한 보수언론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미 자본은 가장 걸림돌로 여기는 세력이 금속노조와 전교조, 공무원노조로 생각하고 밀도 들어온다는 생각이다.
이처럼 엄중한 시기에 갈라져서 대응하면 어떻게 이길 수 있겠습니까? 15만의 단결된 힘이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본의 폭주처럼 밀고 오는 총 공세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한다면 우리는 과감히 단결해야 하고, 투쟁에 나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3대 목표와 5대 과제를 보면 노조의 단결과 강화 사업을 중심으로 넣은 것 같다. 현실에서 ‘경쟁’ 구도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다고 보는가. 구체적인 해법은?
자본이 같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매년 임단협 순서가 다르다. 올해는 현대차가 단협을 했고, 기아차는 작년에 단협을 진행했다. 그런데 매년 현대차와 기아차 임금 협상 결과에 대해 서로 비교하며 현장간, 집행부간 경쟁과 갈등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부 집행부는 거기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경쟁구도를 깨지 못하면 내부의 단결은 요원할 것이다. 실리 경쟁이 단결을 막는 장애라는 것이죠. 마치 복수노조를 설립할 때 기업노조를 만드는 사람들이 떠드는 것이 조합원에 대한 노조의 서비스 경쟁이 시작된 것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인식부터 바꿔내자는 것이다. 지부 집행부가 새롭게 구성되면 노동자로서 단결을 우선 하자는 결심과 결의를 표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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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남문우 수석부위원장, 전규석 위원장, 윤욱동 사무처장 당선자 [ 출처 : 금속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 | | |
“결국 노동자의 단결력을 높이는 길 외에는 없다”
비판적으로 질문하겠다. 과제와 목표를 보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보이지 않는다. 민주노총을 필두로 한 민주노조 운동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고, 금속노조의 산별노조 프로젝트도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과제와 목표가 추상적이다.
현대자동차 비정규 투쟁을 진행하면서 그런 얘기를 들었다.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투쟁에 결합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정규직 운동은 끝났다. 금속산별은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나 스스로도 2010년 겨울, CTS(도어 탈착) 점거 투쟁 당시 대의원으로 투쟁에 끝까지 함께 결합했다.
지금의 운동은 비정규운동 스스로 나가기 어렵다고 본다. 정규직 운동도 정규직만 가서는 곤란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이 가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 솔직히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고 그 외에는 다른 답이 없다고 본다. 함께 하는 운동, 결국 노동자의 단결력을 높이는 길 외에는 없다고 본다. 추상적인 것처럼 들릴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답이고, 그것을 만들어 가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해 나가야 한다. 정규직조합원들이 무조건 비정규투쟁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집행부가 앞장서고 활동가들이 나서면 조합원들은 기꺼이 동의하고 움직인다.
이어서, ‘무늬만 산별노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핵심적으로 산별 파업을 통해 자본에 맞서 노동자의 요구를 따낼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이 금속노조에 있는 지 의문이다. 구조상 산별노조를 이끌어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는가.
무늬만 산별노조라는 비판에 대해 동의되는 지점도 있다. 2006년 현대자동차에서 산별전환이 성공하고, 2007년 금속노조 5기 임원선거에 출마하면서 들었던 고민이다. 그로부터 6년이 흘렀다. 현장의 동지들은 아직도 금속노조를 우리의 노조로 인식하기보다 상급단체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금방 바뀌기는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금속노조의 발전방향을 만들고, 이를 지역지부와 기업지부가 힘을 합쳐 조직적 과제로 만들어 간다면 불가능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당장 자본에 맞서 전국적 산별 파업을 벌이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노동자의 고통을 풀어가는 요구를 제시하고, 조직해 간다면 아주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금속노조는 아직 힘이 있다. 다만 그 힘을 제대로 조직적으로 구사하지 못해왔다. 최소한 뭘 따낼 것이 아니라 최대한 힘을 모으고 발휘한 결과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간 진행된 복수노조 시대 전후 ‘노조파괴’ 공작에 대해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주로 금속노조 사업장에서 노조파괴 공작이 진행됐다. 그런 점에서 복수노조 시대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민주노조를 건설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복수노조가 만들어진 사업장을 보면 여러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다. 아주 조직력이 취약한 사업장은 그렇다 치고, 조직력이 일정하게 있는 사업장은 자본이 계획적으로 준비해 왔다고 보인다. 이런 비유가 맞는지 모르겠으나 열 명의 경찰이 한명의 도둑을 못 막는다는 말이 생각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결국은 노조의 조직력이라고 생각이 든다. 물론 사업장의 조직 내 갈등, 계파 싸움도 있을 수 있겠으나 핵심은 노조의 조직력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자기 사업장에 조직력이 강하다고 하더라고 거품이 있는지, 아닌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보인다.
정리해고와 불법파견 문제는 노동계의 화두다. 대표적으로 쌍용차의 대규모 정리해고의 경우 단위 사업장의 문제를 넘어 국가폭력에 맞선 투쟁으로 전개되었고, 대한문 앞 농성 등 장기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는 장기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원인과 해법을 말해 달라.
쌍용차 문제는 금속노조만의 문제라기보다 이미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고 생각이 든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것이 확인되지 않았나?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대법 판결을 대자본이 무시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금속노조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인식으로 접근할 생각이다. 다만, 투쟁 주체들과 충분히 논의해서 이후 해결방안을 조직적으로 모색하겠다.
역대 노조 지도부 중 ‘비정규 미조직 사업 강화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 사람들이 없다. 중요성은 알면서도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사업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등 실천의 부재 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관련한 전 위원장 당선자의 각오와 해법은.
8기는 비정규, 미조직사업을 2대 사업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그동안 집행부들도 비정규, 미조직사업을 소홀히 생각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구체적 사업방향의 확정, 예산과 인력의 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동안 금속노조는 지역지부나 지역지회를 통해 미조직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의 평가를 기초로 이후 비정규, 미조직사업에서 금속노조의 사업방향을 확정하고, 이후 어떻게 집중적으로 해 갈 것인지는 내부 논의를 통해 확정할 생각이다.
"노동자 계급의식을 높이는 사업 배치되어야"
계급적 산별노조를 만드는 일에, 노동정치 재구축에 대한 부분이 빠질 수 없을 것 같다. 이 부분은 금속노조의 고민임과 동시에 민주노총이 안고 있는 문제이다. 기존 노동정치에 대한 회의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해법이 있는가?
먼저, 내란음모로 몰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사태에 대해 정치사상의 자유는 지켜져야 한다는 관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가 무슨 꿈을 꾸던 그것에 대해 단죄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기존 진보정당운동에 대한 냉소가 진짜 크다. 그렇다고 노동정치를 얘기 안할 수 없으며, 조합원들의 정치적 의식을 높여내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의 문제는 조합원들을 당비 내는 당원, 연말 세금정산 시 10만원 정치후원금 내는 것으로만 활용했다고 본다. 현장정치에 대한 위원회를 구성해서 간부 및 조합원 토론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위한 조직이 아니라 노동자의 계급의식을 높이는 사업이 배치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정치 실천 방안은 진보적 정치단체들과의 공동 실천과 연대방안을 통해 실천 방향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본다.
계급적 산별노조로 금속노조 발전 전망 구축하기 위해 어떤 과정과 방법을 통해 모아갈 계획인지 궁금하다.
2006년 산별전환 이후 금속노조는 여전히 15만에 머물고 있는 과도기 상태라고 본다. 단일노조의 형식을 넘어 서지 못하고 있다. 공약으로 제출했듯이 수동적으로 닥치는 일을 수습하는 것이 아닌 공세적 조직화를 통해 일단 15만을 넘어서야 한다. 7기에서도 복수노조로 인해 조합원이 줄었지만, 조직 확대가 진행되어 조합원이 늘었다고 알고 있다. 8기에서는 20만 금속노조를 지향하고, 제조산별 건설을 향해 나가는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의욕은 앞서지만 생각만큼 안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현장을 믿고 모르는 것은 배우면서 차근차근 나갈 생각이다. 그리고 소통을 잘하는 집행부가 되고 싶다. 내 입장을 주장하기보다 잘 듣고, 공감하고, 반드시 실천하는 집행부가 되고 싶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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