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기고] 욕심이 아닌 권리로 받아들여지는 날이 오기를
뉴스일자: 2013년09월18일 15시55분

추석이 다가옵니다.
누군가는 귀성길 정체 걱정에 벌써 멀미를 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제사 음식 할 걱정,
또 누군가는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에게 결혼은 언제 할 거냐,
취업은 언제 하느냐는 등의 잔소리들을 생각에 짜증이 나겠죠.
하지만 저의 걱정은 안타깝게도 이런 흔한 걱정이 아니에요.

“형제들이 너 하나는 먹여 살리겠지, 어서 건강한 남자 만나서 시집가야지, 나라에서 돈 같은 거 안 주느냐?” 등등

아주 오랜 시간 장애인으로 살면서. 명절 때마다 꼭 듣게 되는 덕담 아닌 덕담들입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친척이지만 언제부터 그들과 보내는 시간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는데요. 독립하면서 그 불편함은 점점 더 깊어지더군요.

‘나도 나름 밥벌이하면서 혼자 잘 살아가는데...’ 나는 누군가에게 얹혀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장애인이면 국가에서 세금도 전부 면제해주고 다달이 몇십 만 원씩 척척 주는 줄 알고서 금전상황에 대해 자꾸 묻는 것도 불편합니다.

가족 간에도 예의와 배려가 필요한데, 가족이란 이름으로 더 이해받지 못하고 더 배려받지 못하는 아이러니 한 상황이 닥치면, ‘가족이라도 모두 타인일 수밖에 없는 건가’ 싶어 무척 쓸쓸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집에 머무는 기간을 1박 2일 이상 잡지를 않아요. 그 이상 넘어버리면 꼭 크든 작든 맘에 상처를 입게 돼서… 올해도 딱 하루만 자고 올 작정입니다. 그래도 차라리 이런 걱정이 나을까요?

지금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지만, 나중에 부모님이 더 늙고 언젠간 돌아가실 것이고, 그런 나는 이제 나는 명절에 갈 곳도 없어질 텐데… 명절에는 활동보조인도 제사나 집안 행사로 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명절에 혼자 집에 있어야 하면……그럼 어떡해야 하나. 먼 미래의 일이지만. 이런 걱정도 아예 안 할 수가 없네요.

장애인, 비장애인을 떠나서 인간이라면 모두가 각자 다른 모양의 걱정과 근심을 갖고 살아가죠. 내 아픔이, 내 걱정이 가장 크고 무겁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자기 손톱 밑의 가시가 제일 아프니까…

하지만 적어도 인간이 살아가는데,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인 것들에 대한 걱정만큼은 안 하며 살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 욕심일까요?

욕심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여지는 날이 어서 오기를, 올 추석에 뜰 보름달을 보면서 빌어봐야겠습니다.

 -삼덕동 어딘가에 서식하는 소심한 미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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