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희 교수, 박근혜 비판 기사 수업자료로 썼다가 선거법 위반 기소

학문자유대책위 “지식인에게 재갈 물려 학문 자유 탄압”
뉴스일자: 2013년09월04일 23시18분

대학 강의에서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등이 언급된 신문 스크랩 자료를 활용한 것이 ‘박근혜 대통령 낙선 운동을 한 것’이라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유소희 교수(영남대 사회학)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이에 교수·학술단체와 민주노총 등이 대책위를 구성하고 불법 사찰과 부당 기소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영남대 사회학과 비정규교수이며 대구평통사 운영위원인 유소희 교수는 지난 4월 17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대구경찰청 보안수사대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다. 4월 18일 보안수사대로부터 조사를 받은 유소희 교수에 따르면 경찰은 대구평통사 운영회의와 운영총회에 참석하여 결의안을 가결한 내용이 이전의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내용과 유사해 국가보안법 고무찬양 혐의를 적용했다.

이 가운데 경찰은 유 교수가 2012년 2학기 ‘현대대중문화의 이해’ 강의에 <한겨레> 기사를 스크랩해 수업 자료로 활용한 것을 두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사전 선거운동이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 교수를 기소했다. 박근혜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의 신문 자료를 발췌, 편집, 복사해서 배포한 것이 낙선운동이자 사전선거운동이라는 것이다.

이에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전국교수노조, 대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를 포함한 11개 단체는 ‘유소희 교수 수업 사찰 규탄 및 학문과 사상의 자유 대책위원회(학문자유대책위)’를 구성하고 재판이 열리기 직전인 4일 오후 1시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기소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문기사 스크랩 활용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데 대해 학문자유대책위는 “영남대 비정규 교수인 유 교수에 대한 기소는 사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지식인들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공안 당국의 부당한 탄압”으로 규정하고 “부당한 기소 철회하고 학문과 사상의 자유 침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 때문에 지식인은 수업 시간에 다양한 관점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며 자기검열 시대에 접어들 것”이라며 “그러한 시대는 우리가 겪어 온 일제강점기, 해방 후 독재정권 시절, 전체주의가 준동하던 시기였다”며 시대 퇴행적인 기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더불어 학문자유대책위는 “공안당국이 국가보안법 혐의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집중 조사하였는데, 여기에서 누군가 유 교수의 강의를 지속적으로 사찰해 온 정황이 발견됐다. 독재 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불법사찰’이 오늘날에도 이루어지고 있다”며 학원사찰을 강하게 규탄했다.

▲유소희 교수

유소희 교수는 “학생이 국정원에 신고해 조사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조사받는 중에 들었다. 계속적 감시와 사찰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며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으면 감시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이 생겼다. 국가폭력이 이런 거구나 하는 걸 알게 됐다”며 기소된 심경을 전했다.

임순광 학문자유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수색영장을 보면 유 교수가 평통사를 지휘하고 있으며, 비정규교수노조 영남대분회에 이런 자료를 만들어 놓고 활동하고 있다고 나와 있다. 그러다 국보법으로 안 걸리니 선거법 위반을 걸었다”며 “공안당국이 앉아서 소설을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정택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위원장은 “조사 과정에서 유 교수가 우리 노조 가입한 걸 문제 삼았다. 사회에 불만이 있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근거로 이야기했다”며 “이는 노조 자체를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다. 평통사와 영남대를 타깃으로 학문과 양심의 자유를 짓밟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유소희 교수가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나눠준 신문 기사 스크랩 내용의 일부.

경찰이 문제 삼은 자료는 유 교수가 2012년 9월에 학생들에게 나눠준 <한겨레> 기사 스크랩(무언관 방문기, 과거가 쏟아내는 질문, 원칙주의자를 위한 사과의 원칙, 종박의 추억, 유신 괴물)과 10월 나눠준 <한겨레> 기사 스크랩(에릭 홈스봄, 일본 방사능 국내영향 보고서 폐기 외압 의혹 짙어져, 환경 과학원, 국정원 보고 뒤 연구 중단, 박근혜 대통령 불가론의 출처(정연주 칼럼)) 등이다.

유소희 교수는 “유신헌법의 박정희 대통령의 따님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유력 후보여서 마침, 한국의 시대 구분별 대중문화를 언급할 때 유신과 긴급조치 등등(다른 현대사의 사건들도 역시 언급함)으로 대중문화에 대한 검열과 통제가 많이 언급되는데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로 활용하기에 좋았다”며 기소에 대한 부당성을 밝혔다.
 
한편, 유소희 교수에 대한 2차 공판은 대구지방법원에서 4일 오후 2시께 열렸으며, 9월 27일 오전 11시 30분 3차 공판이 속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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