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날] 베일의 이적료엔 낙수효과가 있을까

네이키드 조창의 병맛 축구 (8)
뉴스일자: 2013년08월31일 02시03분

▲사진 출처=http://www.tottenhamhotspur.com/

가레스 베일이 레알 마드리드 이적을 앞두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의 이적료는 1억 유로에 달하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세계 최고 이적료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 한다. 1억 유로라는 금액은 워낙 현실성이 없는 돈이다. 내가 생각하는 1억 유로에 대한 가장 와 닿을만한 설명은 베일의 이적료로 같은 리그 축구팀 3개쯤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2010년 라리가 클럽 말라가가 카타르 왕족에 인수될 때 금액이 3600만 유로였다. 베일의 이적료로 3000만~4000만 유로의 팀을 셋을 살 수 있다는 말은 결코 허황된 말이 아니다. 1억 유로로 진짜 리그 내의 세 팀을 산다고 망상해보자. 홈과 원정 6경기의 승점을 확보하고, 그 팀에서 좋은 활약을 하는 선수는 내부거래로 싸게 데려온다. 넘치는 유망주들을 그 팀에 보내 경험을 쌓게 한다. 그 팀이 라이벌 팀과 만났을 땐 죽기 살기로 뛰게 시킨다. ……. 여튼, 베일의 이적료는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다. 아스널의 벵거 감독은 베일의 이적료를 “미쳤다”고 말했는데, 그분 입장에서 약한 표현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봐도 미친 수준이니깐.

레알 마드리드의 천문학적 이적료엔 글로벌화라는 배경이 있다. 스페인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돈을 끌어모으기 때문이다. 시장 자체가 워낙 크다 보니 1억 유로를 투자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9600만 유로로 영입한 호날두는 유니폼 판매 및 마케팅 수익만으로 이적료를 메꿨다는 이야기도 있다. 과거 레알 마드리드의 지단, 피구, 베컴 등 유명 스타들도 수익성만큼은 호날두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 역시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글로벌화 때문이다. 2013년 <포브스>지의 축구 구단 순위에 따르면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 1위로 가치가 33억 달러로 매겨졌다. 더 놀라운 건 불과 한해 전인 2012년에 18.77억 달러로 평가됐었다는 점과 연간 변동량이 29%에 달한다는 점이다. 1년, 2년이 무서울 정도의 성장세다. 이런 팀이 젊고, 잘생겼고, 화려한 플레이 스타일을 자랑하는 베일에게 1억 유로를 쓰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 아니다. 6800만 유로로 데려온 카카가 ‘최악의 영입’이 됐어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베일이 실패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충분히 만회할만한 여력이 있다. 진짜 두려운 건, 베일에 1억 유로를 쓴다는 점이 아니라, 1억 유로 베팅에 실패해도 버텨낼 수 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재정 상태다.

그렇다면 세계를 상대로 이렇게 막강한 자금력을 뽐내는 거대 클럽들은 축구판 전체를 키워주는 착한 클럽인가? 흔히 말하는 ‘낙수 효과’가 있을까. 하비에르 테바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LFP) 신임회장은 “프리메라리가에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명성은 중요한 것”이라며 이 두 팀이 프리메라리가의 위상과 이익에 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분명 낙수효과가 없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을 팬으로 만드는데 유명 클럽의 스타마케팅 만큼 좋은 수단은 없다. 섹시한 축구선수의 땀과 근육들은 정밀한 카메라가 잡아내고, 그 선수들의 조직적 움직임은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의 안방을 두드린다. 일반인이 축구팬이 되고, 축구팬이 더 열렬한 축구팬이 된다. 축구계에선 분명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모습을 보자면, 그 세계시장의 떡고물은 거대 클럽들만의 독차자지다. 리그 내 다른 클럽에게는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지 않는다. 라리가의 여름 이적 시장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제외한 팀들은 주요 선수를 비싼 값에 팔기 위해 안달이 나 있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팔카오를 팔았고, 지난 시즌 리그 4위 팀 말라가는 이스코, 호아킨, 툴랑랑, 데미첼리스 등 팀의 기둥을 모두 넘겨줬다. 발렌시아는 솔다도를, 세비야는 네그레도와 나바스를 이적시켰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어마어마한 돈을 쓰며 선수들을 영입할 때, 3위~6위 팀조차 재정난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사진 출처=http://www.realmadrid.com/

중계권료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는 2011-2012년 라리가 중계권료로 각각 1억 4000만 유로(1950억원)을 벌어들였다. 그 뒤를 이어 상위권 그룹인 발렌시아, 아틀레이티코 마드리드가 두 공룡 클럽의 1/3 수준인 4200만 유로를 받았고, 레반테, 라요, 히혼, 그라나다와 같은 하위권 클럽은 공룡클럽들의 1/10도 되지 않는 1200만 유로를 벌어들였다. 리그가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 정도의 밀어주기다. 중소 클럽과 거대 클럽 사이의 수준차는 한두 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차이가 스포츠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까지 건드릴 수준으로까지 커졌다.

그 본질적인 부분은 바로 스포츠 특유의 예측 불가능성이다. 이 예측 불가능성은 각본 없는 드라마를 만들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된다.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를 앞둔 셀타비고의 팬은 혹시나 자기 팀 선수들이 몸값을 뛰어넘는 단결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승리하는 드라마를 생각하며 마음 졸인다. 2002 월드컵 한국대표팀의 4강 신화는 축구를 넘어 수많은 사람과 축구팬들에게 넘치는 행복을 선사했다. 프로야구의 올 시즌 초반 한화 이글스가 14연패 뒤 1승을 거뒀을 때 눈물을 흘리던 여성팬을 기억하는가. 그 여성팬은 14번의 패배를 보면서도 ‘오늘만큼은 이길 것’이라 기대하며 경기를 봐왔을 것이다. 그 ‘기대’가 매번 ‘실망’으로 바뀌었기에, 그 여성은 더 큰 ‘울분게이지’를 쌓았고, 연패를 끊어냈을 때 눈물을 터뜨리지 않았을까 한다. 한화가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처지지만 그래도 이길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없었다면 그런 눈물도 보이지 않았을 것 같다. 만약 스포츠 경기에 우리 팀도 이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없다면 더 이상 재미도 없다.

자본은 그 속성상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려 한다. 거대 축구 클럽이라면 ‘패배하지 않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이다. 성적이 떨어지면 당연히 팬들이 줄어들고, 수익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팀은 이기는 경기를 하기 위해 선수와 코치진 영입에 막대한 돈을 들인다. 막대한 돈에 날개를 달아주는 건 다름 아닌 세계 시장이다. 과거의 중소 클럽들은 지역 연고지가 기반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팬 확보가 가능했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그런 기반 자체가 없다. 세계 시장에 나가기 위해서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필요한데 중소 클럽에는 그런 재정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세계 시장의 수익은 거대 클럽 몇 곳이 독점하고, 그들은 곧 ‘도저히 질 수 없는 전력’을 만든다. 더 이상 드라마가 쓰일 수 없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물론 나의 우려가 과한 건 사실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 맨유와 같은 비슷한 수준의 클럽들과 대결하며 계속해서 ‘승부’를 선사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생각해봐야 할 점은 세계화와 클럽 간의 격차가 계속될 때, 그 재미가 과거와 비슷할 것이냐는 것이다. 같은 리그의 팀 세 개의 값어치와 맞먹는 선수 한 명의 가치. 그 선수가 뛰는 팀과 약소 팀의 대결이 팬들에게 짜릿한 흥분을 전할 수 있을까.
 


이 뉴스클리핑은 http://newsdg.jinbo.net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